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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운명 / 최서진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4.16|조회수12 목록 댓글 0

 

운명

최서진

 

 

 

새는 자주 넘어진다

마음을 숨길 때

 

여름을 통과한 새들이 날아오른다

날개를 잃은 새들도 있어

자주 목이 마른다

 

죽은 새를 물고 있는 고양이

죽은 새는 조용하다

 

새를 그리며

새를 접으며

새를 보내며

 

새를 모으고 새장을 만든다

 

새가 가득한 새장

새가 나무의 잎을 흔들면서 떠나간다

새의 눈빛이 메아리처럼 나무를 흔든다

 

새는 새의 시간을 다 날다 멈춘다

 

 

 

 

 

 

혼잣말 노크

 

구름이 열리고 비나 눈이 내린다

우리는 문과 소리의 충실한 하인이었음으로

 

흉터에서 시작되는 다정한 빛

혼잣말 같은 푸른색 이마가 좋다

 

비가 오는데

특정한 시간에 가로등이 켜진다

 

내 생각은 가운데가 볼록하고 휘파람을 불 수 있다

 

강이나 산, 건물 같은 것을 지워버리려고

한없이 달려가고 있는 금요일의 버스

 

머리에서 불이 켜질 때

어제와 다른 생각으로 벽이 시계를 걸어 놓는다

 

접시의 문양 위에 침을 흘린 사람을 기억하지

모든 접시를 하얗게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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