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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아침의 해변에서 / 강동수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4.16|조회수10 목록 댓글 0

아침의 해변에서

강동수

 

 

 

아픈 허리골반을 바다에 버리는데

한 달이 걸렸다

아침마다 백사장에 물새처럼 발자국을

남기며 마음을 비우는데

또 한 달이 지났다

그사이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처럼 셀 수 없는 상념들

어떤 날은 태풍에 밀려와 좌초된

나무들이 오래 전 내가버린 욕망의

잔재처럼 바다 끝의 한 쪽을 채우고

누워있다

 

날마다 자신을 때려

복종시키는 바다

바다 가까이 걸어두었던 아픔을

기어이 지워버리는 파도의 고집이

쉼 없이 일렁인다

끝날 것 같지 않은

파도의 들숨과 날숨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추억을 저당 잡힌 사람들이

바다로 몰려간다

또다시 모래의 잔등에 박히는

무수한 상처들

바다는 언제 쉼을 얻는가

 

 

 

 

 

 

정라진의 봄

 

 

이곳의 봄은 일찍 지나가지

바다에는 빤짝이는 은빛 물보라

고기들도 봄을 반긴다고 물의 표면에 지문을 남긴다

사람들은 하나. 둘1 기지개를 켜고

봄볕에 이불을 하늘 끝에 걸어둔다

집들도 빨래걸이도 이곳에서는

벼랑 끝에 매달려있다

 

일찍이 산허리를 베어내고 들어앉은 터전

길도 겨우내 얼어있던 텃밭도

전부 기울어져있는 곳

미처 녹지 않은 그늘진 눈들이

비탈길을 타고 흘러내린다

해풍에 탈색된 지붕과 지붕이

간격 없이 맞닿아 이야기를 나누고

마당과 마당이 곡선을 타고

집과 집을 엮어서 경계를 지우는 곳

 

봄은 계절의 경계선을 넘어

이곳에서는 바닷바람에 실려

소리 없이 빨리 지나간다

 

 

 

 

* 강원도 삼척시에 위치한 작은 어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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