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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시의 쓸모 / 장수라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4.16|조회수9 목록 댓글 0

 

시의 쓸모

장수라

 

 

한동안 쓰지 못했어요. ‘주체의 특이성’이라뇨. 서로에게 특이성이 출현하도록 실수를 유도해가는 질문을 하면 시가 소비될까요? 시로 인한 구원을 바라도 될까요?

 

삶이라는 것은 시보다 더 가혹하고 힘들잖아요 리얼리즘 보다 더 리얼리즘 같은 거잖아요 시를 쓰면서 리얼리즘이라고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일일 뿐일 것 같은데, 가혹하고 힘들다는 얘기를 뒤집는 문장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정말 그럴 때가 있잖아요 아, 끝장났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해 주는 그런 희망도 보이지 않을 때 있잖아요 소리내어 읽을 때 찾아왔다가 허공에 흩어지는 이미지를 붙잡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이한 골목은 어디쯤일까요

 

나의 목줄을 쥐고 있는 인생 이야기이니까요 미래를 잘 살려면 어찌해야 할까하는 궁리는 방어기제일 뿐인가요 사람의 일이니까 구술성의 세계이니까 지구의 흐름이니까 현재라는 건 리듬을 가지고 미래처럼 사는 언어현상일까요 현재는 결국 미래에 과거가 되니까. 과거를 미래처럼 미리 살면요 놀라운 미래를 꿈꾸는 일은 가당키나 하는 일인가요.

 

 

 

 

 

 

애무는 미래를 기다리는 행위

 

레비나스는 그렇게 말했다 언제나 미래의 시간, 미래 속에 있는 것 애무는 미래를 기다리는 행위라고

 

관계의 지속성에 초점을 둔 채 오래도록 붙잡아두려고 시간의 끝도 없는 터널 속으로 걸어가면서 애무는 산을 돌아 강물로 흘러가는 것처럼 안정감을 갖는다 산다는 것은 뒤로 흘려보내거나 거슬러 올라가는 것 모든 흐름은 반대로도 빠져나가는 것 애무는 어느 시점에서 새의 활공과 반대로 빠져나갈지 모른다

 

솟아올랐다가 물속으로 고꾸라지기도 하면서 애무는 골짜기를 빠져나오려고 부축을 받거나 비명이 소란스럽다 접촉, 관계 그리고 그 이상의 차원 애무가 도달하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고 향하는 곳 무엇을 버릴지 모른다는 것은 그냥 어딘가를 향해서 도망가는 것 저물어 가는 저녁을 예감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버렸다는 것 선택은 다른 것을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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