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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용과 / 이령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4.16|조회수8 목록 댓글 0

용과

이 령

 

 

악성이다

손 쓸 수 없이 퍼진 세포가 까맣게 박혀있다

 

 

울컥 느닷없는 여명餘命에

정 떼기로 작정하신

엄마, 여명麗命이 무색하다

 

 

알알이 박힌 서사에

속속들이 베인 눈물을

어떻게 풀어내고 달래 드려야 하나

 

 

기저귀 발진처럼 쓰린 기억을

욕창처럼 불쑥이는 설움을 자분자분 닦아내며

충분해요

 

 

사생명야死生命也 기유야단지상其有夜旦之常 천지天也 인지유소부득여人之有所不得與 개물지정야皆物之精也, 용 비늘처럼 일어서는 기도

 

 

살아지고

사라지지만

살아가요 아직은

 

 

 

 

 

 

 

검띠푸른자나방

 

 

밤마다 마르지 않는 물길을 내는 당신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에서

무수한 서사를 퍼 올립니다

 

기억을 퍼 올리면

붉은 심장이 뛰고

설움을 퍼 올리면

검디검은 입술로 출렁 입니다

 

“야야, 부끄럽다. 암만 내 새끼라도 밑까지 보여서”

“부끄러워 마세요! 내가 나온 우물인데, 마음 파랑을 다독이기엔 이생은 사정없이 움푹한 늪 이었지요 어둠마저 세상모르게 잠든 밤이니 이젠 마음껏 범람 하세요.”

 

시시각각 생의 경계를 바꾸는 당신의 우물을 베껴

수시로 범람하던 지상의 무덤들도

자란자란 눈물로 잠 드나봅니다

 

 

생의 탈피, 물길이 멈춘 밤의 환環 속으로

날아오르는 검띠푸른자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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