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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단평]전쟁의 생채기를 돌아보다 / 박정인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5.06|조회수22 목록 댓글 0

독자 단평

 

전쟁의 생채기를 돌아보다

박정인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 불안의 시대에 문학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즈음의 문학인은 과연 펜 하나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또 그 범주를 얼마만큼 확장할 수 있을까? 전쟁이 종식되지 않고 어느 나라라도 자국의 안보만을 위해 군비를 확충해 나간다면, 그리하여 만약 전쟁이 확산한다면 문학인을 포함한 예술인들은 과연 그 잿더미 속에서 어떠한 영감을 건져 올릴 수 있을까? 이미 인류가 겪었던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듯이 다시는 그러한 끔찍한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느 때보다 문학인들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때다.

 

전쟁을 미리 차단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영국 왕립해군은 해저 감시선 ‘프로테우스’를 취항시켜 해저 통신 케이블, 해저 가스관, 송유관 등 “해저 자산”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타협 없는 이러한 일방적 조치는 전쟁 억제에 진정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날 거듭되는 전쟁으로 인해, 급격하게 소용돌이쳤던 문예사조와 전쟁의 부산물인 상반된 이데올로기를 견디지 못한 채, 정신적 디아스포라가 되어 방황하고 괴로워하고 자신을 희생시킨 지식인들이 속출했던 것이다.

 

4·50년대 한국은 해방과 6·25 전쟁을 겪으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그 과정에 국민적 정체성을 확립했다고는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생채기를 얻어야만 했다. 분단이라는 아픔 속에서 한민족 간에 회복하기 힘든 골이 파이고 말았다. 우리 모두 직간접적으로 전쟁이라는 횡포의 희생물이 되었다.

 

지난 호에서 확연하게 느꼈던 점은 ‘패자의 아이’가 흐르는 시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용서할 수 없음으로 용서하므로/ 승자의 아이가 되었다. (중략) // 전쟁은, 역사는 힘센 자, 빼앗은 자의 것이므로/ 내 안의 전쟁에서도 나는 항상 패자였다.’라고 진술한 이현애 시인의 「패자의 아이」에서 그 아픔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한국전쟁이 낳은 생채기인 것이다.

 

전후 불행한 시기에 문인으로서 모국어로 한국문학의 맥을 이어가고자 목숨을 담보로 각고의 노력을 한 지식인들의 희생도 다 전쟁의 생채기다. (이은숙 시인의 <소논문 내용 요약 발제문>에서 일부 인용)

 

후진국을 살았던 세대와 개발도상국을 살았던 세대, 그리고 선진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을 살고 있는 세대가 한 가정 내에서 살고 있음에도 얼마나 큰 간극과 상이점을 직면하고 있는가? 전쟁이란, 있어서는 안 될 광기이며 치명적 혼돈이며 돌이킬 수 없는 지옥인 것이다. 세계 환경이 각박해지지 않도록 여기서 우리 문학인을 포함한 예술인들은 최고 지성의 펜으로, 붓으로, 창의적 노력으로 세계 평화를 이끌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예술의 성취가 꽃이라면, 문학인은 화분을 옮기는 꿀벌이 되어야 한다고도 믿는다. 예술혼으로, 문학 작품으로 이 사회를 순화시키고 감동시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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