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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창작입문 / 정목일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12.11.21|조회수94 목록 댓글 0

수필창작입문__


수필작법·1
수필은 인생의 자화상
정목일


1. 수필의 정의와 개념
가. 수필의 정의
수필은 비교적 짧은 글로써 자신의 삶과 체험을 개성적,  관조적으로 자유롭게 진솔하게 나타낸 산문 형식의 한 장르이다.

나. 수필의 어원語源
수필은 서양어로는 에세이essay이고 동양어로는 수필隨筆이다. 에세이는 프랑스의 몽테뉴에서 비롯되었고 시론試論, 시도試圖라는 뜻이 있으며, 이것이 영국으로 건너가 발전되어 온 형식이다.
동양의 경우 ‘수필隨筆’이란 용어를 맨 처음 사용한 이는  12세기 남송南宋의 홍매洪邁, 1123∼1202)로서 그가 쓴 「용재수필容齋隨筆」에 연유한다. 한국의  경우는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 1260」을 수필의 범주에 넣을 수 있으며 용어상으로 조성건趙性乾의 「한거수필閑居隨筆, 1688」, 연암 박지원蓮岩 朴趾源, 1737∼1805의 「일신수필馹訊隨筆」 등을 들 수 있다.
본래 에세이는 ‘시금試金’, ‘계획計劃’의 의미를 가진 말로 ‘계량計量하다’, ‘음미吟味하다’의 뜻을 지닌 라틴어의 「엑시게레exigere」라는 어원에서 나왔다. 처음  쓴 사람은 프랑스의 몽테뉴이고 다음에 에세이라는 말을 써넣어 이 용어가 쓰이도록 한 사람은 영국의 베이컨이 「명상록」이란 의미로 썼다.

다. 수필의 종류
① 수필과 에세이essay
영어의 에세이라는 말에는 ‘평론評論’이라는 뜻과 ‘수필隨筆’이라는 뜻의 두 가지가 있다. 에세이를 보통 수필이라고 번역할 때, 평론부문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내용의 수필을 의미한다.(문덕수, 「현대문장작법」, 서울청운출판사, 1964, p261) “수필은 동양적인 에세이요, 에세이는 서구적 수필”이라고 윤오영 씨는 말했다. 프랑스의 R.M 알베레스는 “에세이는 그 자체가 원래 지성을 기반으로 한 정서적 신비적 이미지로 된 문학”이라고 설명했으며, 일본의 요시아 세이이찌言田精一는 “수필론에서 에세이는 구분해서 정의할 수 없다.”고 정의했다.

② 포멀 에세이formal essay와 인포멀 에세이Informal essay
영문학에 있어서 유달리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에세이는 포멀 에세이와 인포멀 에세이로 나뉘어져 있다. 포멀 에세이는 객관적 진리와 무게 있는 지식을 정연한 논리적 전개를 통해 나타낸 글(중수필重隨筆, 논리적수필 경수필輕隨筆)이며, 인포멀 에세이는 독자들의 마음을 자극하지 않고 정서와 기쁨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글(경수필經隨筆, 서정수필 연수필軟隨筆)이다.
이 두 종류는 내용과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것으로 후자가 우리가 말하는 수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인포멀’이란 말은 정격正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은 그 내용에 있어서 객관적 진리와 무게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 하고, 다만 독자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독자를 자극시키지 않고 마음을 늦추게 하는 글이다. 한가한 시간에 쓰여지는 글이며, 한가한 시간에 읽는 글이다. 이 에세이는 논문이 아니므로 무엇을 증명하거나 어떤 결론에 도달하여 필자의 주장을 독자에게 설명하려 하지 않고, 정연한 논리적 전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명상적이요, 철학에 가까운 경우에 있어서도 결코 조직적 체계를 설립시키지 아니한다.

③ 에세이essay 와 미셀러니Miscellany
‘수필‘이라는 말에 해당하는 외국어로는 미셀러니와 에세이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 흔히 통용되는 수필은 미셀러니에 속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변잡기身邊雜記나 감상문感想文, 잡문雜文을 일컬어 미셀러니라고 하는데 그에 비추어 우리나라에 쓰는 수필은 역시 그에 속한다고 하겠다. 거의 대부분이 부드럽고 정서적인 문체로 엮어가며 스스로의 견문見聞 또는 감상感想을 담고 있는 것이다.
미셀러니에 비하면 어떤 문제를 놓고 논의하는 소논문小論文, 논술論說에 가까운 것이 에세이다. 중국의 예를 빌린다면 논論, 계啓, 의議, 서書, 서기序記, 설說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라. 수필의 특성
① 산문散文의 문학
산문 정신이 강한 글, 소설, 희곡이 조탁彫琢된 글이라는 인상이 짙고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구성을 나타내지만 수필은 소재를 자기 생각에 나타나는 대로 표현한 글, 자기 생활을 계획적인 의도 없이 사실대로 드러낸 글이다.

② 고백적告白的 자조문학自照文學
소설과 희곡에서는 표현 뒤에 주제를 숨기지만 수필은 겉으로부터 그것을 드러낸다. 픽션이 아니라, 사실적으로 적나라하게 마음을 드러낸다. 자기의 취미, 지식, 이상, 정서,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 등과 습관까지도 솔직하게 노출시킨다. 수필 쓰기는 자신의 삶과 인생을  진실의 거울 앞에 비춰 보이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진실이 바탕이 된다. 수필이 ‘고해성사告解聖事’라는 것도 진실에 입각한 고백적 자조문학임을 말한다. 수필은 ‘논픽션’이라는 특징을 나타낸다.

③ 무형식無形式의 형식문학
수필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글을 말한다. 시, 소설, 희곡에 비하여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형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형식은 내용 즉, 정서, 상상, 사상을 예술화하는 그릇이므로 어떤 장르이든  문학형식의 제약을 받지만 수필은 비교적 제약을 덜 받고 자유롭게 써갈 수가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 예컨대 구성이 없는 문학장르가  있을 수 없지만, 수필엔  의도성, 계획성보다 써내려가는 중에 자연스럽게 구성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조화의 미와 작가의 체취, 멋을 드러낸다.

④ 다양多樣한 제재題材의 문학
수필은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무엇을 담든 필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 자연풍물, 신변잡사와 보고 느낀 것 모두가 수필의 제재가 된다. 다만 이를 가지고 어떻게 ‘수필’로 빚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필자의 솜씨에 따라 달라진다. 산문시적 수필이 될 수 있고, 유머가 흐르는 경쾌한 산문이 될 수  있으며, 운취가 그윽한 서정수필, 논리정연한 논리수필, 예리한 비판정신이 번쩍이는 비평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주변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원대하고 심오한 사상,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담을 수 있는 문학이다.

⑤ 해학諧謔·비평정신批評精神의 문학
수필은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냉철한 비판정신과 내일을  제시해 주는 지표가 깃들어야 한다. 유머, 지혜와 위트, 비판정신은 수필의 본질이다.

⑥ 개성의 문학
수필은 자신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학이다. 자신의 주장, 주의, 세계, 발견, 명상, 습관, 체취 등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데에 수필의 묘미가 있다. 따라서 자신만의 독자성과 체험의 세계, 정서의 시계를 펼치는 것이야말로 수필의 개성個性을 꽃피우는 일이다.

⑦ 경지의 문학
수필은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인생을 담는 그릇이므로, 인생경지에 따라 수필의 경지가 그대로 반영된다. 시, 소설, 희곡은 작가와 작품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도 되지만, 수필은 곧 자신(삶과 인생)이므로 작가와 작품은 일체이며 동일시된다. 심오한 사상, 고매한 인품, 유머와 위트, 다양한 체험, 폭넓은 지식, 따뜻한 인간애 등이 좋은 수필가가 될 수 있는 요건이 되며, 이를 갖추기 위해 부단한 인격의 도야 훌륭한 인생연마가 필요하다.
좋은 수필을 만난다는 것은 곧 좋은 인간을 만난다는 것을 말한다. 수필의 경지는 바로 인생의 경지를 뜻한다. 수필이 경지의 문학인 까닭에 완성의 문학이 아니라, 깨달으며 완성을 향해 나가는 구도의 문학인 것이다.


2. 수필은 삶의 문학
수필은 멀리 있지 않다. 나의 생활 곁에, 삶의 곁에 있다. 슬픔의 곁에, 눈물의 곁에, 기쁨의 곁에, 그리움의 곁에, 정갈한 고독의 한가운데에 있다. 삶과 가장 근접해 있는 문학이 수필이다. 원대하거나 화려하거나 압도하려 들지 않는다. 수필은 자신의 삶과 인생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맑고 투명한 거울이다. 한숨이 나오거나, 그리움이 사무칠 때나, 외로움이 깊어 가만히 있을 수 없을 때 백지 위에 무언가 끄적거려 보고 싶어진다. 그냥  낙서일 수도 있고 문장으로 써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이 ‘끄적거림’은 별 의식 없이 나온 것이지만 마음의 독백, 마음의 토로로써 이 속에 자신의 인생과 느낌이 담겨진다는 뜻에서 중요하다.
이 끄적거림이 발전하면 삶의 기록, 인생의 기록이 되며, 문학으로 승화될 수 있다. 기록한다는 것은 자아自我의 발견이며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는 일이다. 기록함으로써 비로소 역사의식과 영원성을 수용하게 된다. 기록은 삶을 성찰하여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작업이다. 기록하는 일을 통해 삶은  더욱 진지해지고 충실해지며 가치로워진다. 기록은 사실 그대로를 쓴 것이다. 체험(사실)에다 상상과 느낌을 보태어 재구성과 해석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수필이다. 기록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지만, 수필은 사실에 상상과 느낌을 불어넣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담아낸다. 우리  삶의 얘기가 그냥 기록으로써가 아니라, 수필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상상과 의미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필은 누구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다. 일기, 고백, 기행, 감상, 편지―어느 형식이든지 자유롭게 마음을 토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필은 자신과의 대화이다. 수필을 쓰기 위해선 동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신과의 대화에 과장과 허위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긴장을  풀고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장신구도  떼어내고 화장도 지워버리고 홀가분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실에 눕거나, 턱을 괴고 앉아  친구에게 마음을 토로하듯 쓰는 글이다. 애써 잘 쓰려는 의식이나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마음도 없이―. 권위의식, 체면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일체의 수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동심으로 돌아가 순수무구의  마음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에서 치장하고 수식하고 싶어 안달을 부리게 된다. 겨울 언덕에 선 벌거숭이 나무처럼 녹음·꽃·단풍도 다 떨쳐버린 맨 몸으로 보여주는 진실의 아름다움을 가져야 한다. 수필이 ‘마음의 산책’ ‘독백의 문학’이라 하는 것은 진정한 자신과의 만남, 인생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성찰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창출해 내는 문학임을 말한다.
수필의 입문入門은 어느 문학 장르보다 쉽지만 수필의 완성은 실로 어렵다. 성공한 인생은 많지만 아름다운 인생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시작은 쉬웠지만 점점 들어갈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글이 수필이다. 시, 소설, 희곡 등 픽션은 작가와 작품이 일치하지 않아도 되지만 논픽션인 수필의 경우엔 작가와 작품이 일체 되어야 한다. 인생의 경지에 따라 수필의 경지가 달라진다. 수필은 인생의 거울이므로 사상, 인품,  경륜, 인생관 등이 그대로 담겨진다.
심오한 사상, 고결한 인품, 맑고 따뜻한 마음, 해박한 지식, 다양한 체험이 수필을 꽃피우는 요소이고, 이런 인생 경지에 도달한다는 자체가 구도, 자각, 실천의 길이 아닐 수 없다. 수필은 완성의 문학이 아니라, 그 길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문학이다. 수필은 자신의 삶을 통한 의미와 가치를 최상으로 높이는 도구다. 수필을 쓰려면 무엇보다 겸허하고 진실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꽃피우는 문학이므로 스스로 교만과 허위의 옷을 벗어야 한다. 마음속에 항상 자신의 영혼을 비춰 볼 수 있는 거울을 깨끗이 닦아두어야 한다. 마음속에 양심의 종을 매달아 두어서 불의나 탐욕의 손길이 뻗힐 때 스스로 자각의 종소리를 내게 해야 한다. 마음속에 맑고 깊은 옹달샘을 파두어서 거짓의 먼지를 깨끗이 씻어낼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마음의 경지를 얻은 사람이라면, 진실과 겸허의 눈으로 말하고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마음속의 울림 그대로를 끄적거려 보는 데서 시작하면 된다. 낙서라고 해도 좋다. 단 몇 줄의 문장을 만들고 점차 자신의 마음을  토로해 나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수필과의 만남을 얻게 될 것이다.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습성을 가지는 일이 수필을 쓰는 첩경이 된다. 삶의 기록이 수필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① 체험의 서술
② 체험 + 느낌
③ 체험 + 느낌 + 인생의 발견, 의미부여
④ 체험 + 느낌 + 인생의 발견, 의미부여 + 감동

①은 자신이 겪은 대로 쓴 것이어서 기록문에 불과하다. ②는 수필이 되려면 체험과 느낌이 조화를 이뤄야 함을 말한다. 체험이 많고 느낌이 적을 땐 정서감이 부족하여 딱딱하게 느껴지고, 체험이 적고 느낌이 많은 경우엔 추상적이고 현실감의 결여를 느끼게 한다.
③의 수준이면 수필에 진입한다. 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인생의 발견과 의미를 창출하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체험을 통한 인생의 의미부여가 필요하다. ④의 경우엔 ‘감동’을 주문하고 있다. 수필이 자신의 체험을 소재로 한 글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나 인생의 의미를 일깨우고 읽는 보람을 안겨주기 위해선 ‘감동’이 있어야 한다. ‘감동’은 문학성의 핵심 요소이다.
수필은 삶의 문학이다. 수필 쓰기는 자신의 삶을 가치롭게 꽃피우는 자각과 의미 부여의 행위이다.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의미의 꽃으로 피워낼 수 있을까. 이것이 수필을 쓰는 핵심이며 궁극적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정목일 / 1975년 『월간문학』, 1976년 『현대문학』에 수필 천료(조연현). 수필집 『별이 되어 풀꽃이 되어』, 『별보며 쓰는 편지』, 『햇살 한줌 향기 한줌』 등 다수가 있으며 한국문학상, 조경희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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