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의 소중함’ 과 ‘여유’
조광렬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큰 것은 작은 것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요, 큰 힘은 작은 힘이 합쳐 생겨나고 하루도 일초라는 단위의 시간이 모여 24시간을 이룬다. 우리의 몸도 작은 세포들이 모여 이루어졌듯이 우주 만물, 만사가 어느 것 하나 그렇지 않은 것이 없다. 이렇듯 작은 것이 없이는 큰 것이 생겨날 수 없는데도 우린 작은 것을 무시하고 소홀히 하며 그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민감하지 못 한 채 살아간다.
작은 것의 소중함과 위력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요즈음이다. 지구로 귀환 하던 이조 원짜리 최첨단 시설의 우주 왕복선이 착륙을 16분 남기고 폭발했다. 작은 파편 하나, 사소한 실수 하나 에서 비롯됐다.
또 우리는 기억한다. 502명의 생명을 묻은 삼풍 백화점의 붕괴도 우리가 무시하고 넘어간 작은 볼트 한 개에서 시작됐던 것을..
작은 모기 한 마리에 물려 사망한 알렉산더 대왕으로 인해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는가 하면 ‘노사모’의 작은 힘의 승리가
직장에서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상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신랑이 신부가 차려준 밥을 먹다가 돌을 씹었다.”밥에 웬 돌이야.”신랑이 짜증을 냈다. “무슨 남자가 그까짓 돌 하나 때문에 나 원 더러워서…”이렇게 시작된 부부 싸움, 작은 돌 하나가 섞인 밥 한 그릇 때문에 일어난 작은 말다툼이 서로간 상대에 대한 각자의 이해심, 인내심,지혜롭지 못 한 말들로 악화되어 결국 신랑이 신부의 뺨을 때렸다. 이를 못 참은 신부는 보따리를 쌌다. 이 일로 이들 신혼 부부는 결국 이혼까지 했다는 얘기도 듣는다.
또 가정과 회사 중 회사를 택하겠다던 전 대우그룹
그런가 하면 작은 것이 큰 것 보다 더욱 값지고 빛날 때도 있음도 본다. 며칠 전 빌 게이츠 회장이 지구촌 의료사업이 이천사백억 원을 내놓자 그를 진정한 부자라고 칭찬하던 날, 한국에선 전 서울시청 직원이었던
인생 백 년을 산다 쳐도 시간으로 따지면 87만6,000시간, 분으로 따져도 고작 5,256만분, 초로 따져야만 억대인 31억 5,360만 초 밖에 안 되는 숫자의 인생이다. 그런데도 우린 억(億)억(億)대며 몇 십억 몇 백억 원도 잘도 읊어대고, 어떤 이는 잘도 삼켜낸다.
횡령의 시대, 기만과 이기적, 쾌락 추구와 위선의 시대, 도덕과 양심과 체면을 내팽개친 채 세상이 외쳐대는 ‘더 많이, 더 크게, 더 빨리, 더 높게’의 부추김 속에 몰려다니며 뒤엉키지 않으면 고독과 불안을 느끼며 살아간다. 황금만능주의와 한탕주의의 판 속에서 뒹굴며 핑핑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다.
벼락을 두 번 맞는 확률 보다 낮다는 로또 복권이 한국에서 835억 원이란 천문학적인 숫자로 뛰어 올랐었다. 인생 대박, 인생 역전을 6가지 숫자에 걸고 터지면 이자 없이 은행에 넣어놓고 빼 쓰기만 해도 60년 가까이 하루에 300만 원씩 쓸 수 있다는, 그 거창한(!) 꿈, 소위 대한민국 국민의 1%인 그 소비 귀족(?)이 될 수 있다는 허황된 꿈에 들떠 아수라 판에서 정신 나갔다가 제정신이 들고 보니 당첨자가 13명, 64억 원으로 쪼개지고, 김칫국부터 마시고 야무지게(?) 대비했던 ‘로또 계’ ‘공동 구매자’들, 아니 모두가 허탈감에 빠져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 반면에 시장에서 평생 지게 품팔이를 하며 착실히 모아 빌딩도 가지고 있는 70대 노인이 있는가 하면, 구두 수선하여 빌라를 가지고 저축까지 하며 사는 분도 있고, 리어카에 오징어튀김을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튀겨서, 또 김밥을 말아서 비록 천 원짜리지만 긁어 모아 큰 재산을 모은 여인네들, 빚 한 푼 없이 살아가는 알부자들의 얘기는 작은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우연은 절대로 없는 것, 지금 현재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간 모든 시간의 축적이요, 결정체임을 부인할 수 없으며 그 시간의 의미와 가치인 것이다.
똑딱똑딱 스쳐가는 1초 1초의 축적이 곧 인생이요, 그 시간들의 의미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욕망과 본능의 노예가 되어 달려온 지난 세월, ‘한 줌의 재’를 향해 쉬지 않고 달음질치는 허망한 존재인지도 모르고-
세월과 세상이 부추기는 대로 소중하고 작은 것을 무시하고 달려온 무가치하고 무의미했던 시간들, 작은 것에서 눈부신 것을 발견하며 삶을 아름답게 치장해줄 두 날개를 잃지 않도록 지혜를 간구하며 천천히 느리게 시간을 아끼며 남은 생을 살아가리라.
(뉴욕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