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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천(曉泉)의 글방

꽃 한송이 구름에 실어 보내요

작성자曉泉|작성시간12.07.13|조회수1,778 목록 댓글 0

 

 

꽃 한 송이 구름에 실어 보내요"

        - 어머니날에 

 

                                                    조광렬

 

 그리운 어머니!

 땅을 울리며 상장(喪章)처럼 떨어져 내리는 목련 지는 소리를 들으며, 어머니!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봄이 도발해낸 서러운 운명을 지닌 꽃, 나무 위의 연꽃, 목련을 보고 있노라면 어머니가 더욱 그리운 건 왜인가요흰 빛이 목이 메도록 아프다는 어느 시인의 시 구절이 떠오르는 건 또 왜인가요?

             

 진흙같이 둔중한 세월을 이기고 남편이란 존재의 무게를 감당하며 크고 아름다운 덕으로 피어난 한 송이 연꽃 같은 당신의 아호 연담(蓮潭)이 생각나서 일까요? 아니면 연꽃을 닮은 이 꽃이 지는 모습에서 멍든 가슴으로 외로이 늙어가시는 당신의 슬픈 여자의 일생을 보는 듯 해서 그래서 목이 메는 걸까요?

 

 그도 아니면 아직은 차마 생각조차 하기 싫지만 머지않아 당신을 아버지 곁으로 홀로 보내드려야만 하는 날이 올 줄 알기에 미리부터 목이 메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까요?

 

 겨울 벌판에 홀로 선 한 그루 소나무 같이 참으로 긴 겨울을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 당신이 가시고 나면 눈물로 쓴 글을 올려야만 할 당신의 못난 아들, 그 날을 당해 몇 날 며칠을 얼굴도 들지 못하고 울고 있을 이 몸이건만 살아계실 때 잘 해 드려야 하는데.. 생각만하면서 세월만 무심히 흘러갔네요

 

 어머니!

봄 꽃을 보면 어머니 생각나고, 제 입에 꼭 맞는 음식을 장만하시던 정성 담긴 손맛과 함께 봄나물 국 슬슬 끓어오르던 밥상이 생각나고, 붓글씨, 바느질하시는 손멋을 떠올리곤 해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이거든요.

            

어머니!

몇년 전, 머리 허이연 당신 아들과 함께 거닐던 우리 동네 그 호숫가를 오늘은 당신을 그리워하며 혼자서 걸었어요. 그 찬란한 봄은 죽지도 않고 또 돌아왔건만 어머니와 저의 식솔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살면서도 아직도 멀고 아득하게 그리워만 하면서 이렇게 살고 있네요. 마음은 언제나 어머니 곁에 있건만 함께 하고 뵐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네요.

 

 그 따뜻하고 정겨운 어머니란 단어를 상실한 채 살아온 잃어버린 모정(母情)의 세월이 너무나 길었어요. 보고픔과 기다림의 수()틀 위에 오늘도 한 올 두 올 수를 놓고 계실 어머니! 불효의 세월이 송구해 마음이 아려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그 무엇 찾으려고 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왔던가 하는 옛 유행가 가락이 입에 절로 맴돌며 회한의 마음과 함께 어머니의 옛 이야길 서러워하며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리곤 해요.

           

애비야, 잠 충분히 자고, 몸을 많이 움직여 운동하고 네 건강 네가 지켜라. 함부로 글 써서 내놓지 말아라 빛나되 반짝거리지 말고, 비단옷은 속에 입고 겉에는 삼베옷을 걸치거라 살 얼음판 디디듯 매사에 신중해라.는 말씀을 입에서 놓지 않으시고 노심초사 하시며 겸손해라. 매사에 조심해라 이르시는 어머니를 그리워 해요.

             

 바닥이 나지 않는 사랑, 지치는 법 없고 퍼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으로만 여든 세 해 오늘까지 건강을 지녀주심에 하늘에 감사하며 어머니가 장수 하시기만을 기도하고 기도해요.

             

 돌이켜보면, 효도한 기억은 전혀 없고 마흔 여섯에 홀로 되신 가엾은 어머니를 아버지 대신 지켜드려야 할 이 맏이가 함께 살아드리지 조차 못한 채 어머니의 가슴에 수도 없이 못을 박았던 기억만 있는 듯 하네요.

             

 병약하고 대쪽같은 시인의 아내로, 청렴하고 검소한 정치가(제헌 국회의원, 독립운동가)의 며느리로 고생만 하시고 오늘날까지 한번도 풍족하게 살아본 적이 없는 우리 어머니! 그래도 만족하며 남편을 스승처럼 하늘처럼 인품만 보고 사신 어머니! 그 어머니가 이젠 또 자식과 손자들을 섬기며 사시고 있네요. 그 질곡의 세월, 슬프디 슬픈 어머니의 역사는 오늘도 강이 되어 흐르고 있네요.

             

 강인한 정신 하나로 운명 앞에 신앙의 깃발을 꼽고 시름도 슬픔도 안으로 안으로 서러운 세월을 끌어 안으며 오로지 우리 네 별들의 행복을 하늘에 비는 여든 세 해의 멍든 가슴에 오늘, 어머니 날, 세상을 비추는 별이 되진 못했어도 당신의 아픈 가슴 위에 반짝이는 최고의 훈장, 그 별들이 되어드릴게요.

            

 “어머니! 사랑해요. 다음에 한국가면 어머니 야윈 발을 제 손으로 씻겨드려 보기도하고 당신의 멍든 가슴도 쓸어드릴게요. 가신 후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으려고요. 그때까지 건강하시길 기도 드리며 꽃 한 송이 구름에 날려보내요.

                                                                  

                                                                   (2005년 5월 7/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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