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송 〈農民頌〉
아득한 옛날이었다 그것은
長白의 푸른 뫼뿌리를 넘어
한떼의 흰옷 입은 무리가
처음으로 이 國土에 발을 드딘 것은-
千古의 密林을 헤치고
가시밭에 불을 놓아
땀흘리어 일군 밭에
밀, 보리, 조, 기장을 심어 먹고
움집, 귀틀집에 오막살이 초가를 지어
이웃끼리 오손도손 의좋게 모여 살기 시작한
그것은 아득한 옛날이었다.
조상이 점지해준 터전이라
그 마음 그 핏줄을 받아
대대로 이어온 사람들이여!
푸른 잎새에 맺힌 한방울 이슬이나
나무뿌리가 뿜는 한줄기 물이
실개울이 되고 강물이 되어
구비치는 기슭마다 마을을 열고
그 강물을 젖줄삼아
퍼져난 핏줄기 三千萬
떨어질 수 없는 運命으로 얽힌 사람들이여
가난에 쪼들리고 권력에 억눌리어도
겨레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
허리띠를 졸라맨 채
끝내 맡은 바를 저바린 적 없이
믿는 것이라곤 오로지
마음바르고 부지런하여 굶는 법 없으니라는
조상의 가르침 그것 하나뿐
그 마음 뼈에 새겨서 살아온 사람들이여!
오랑캐 도적떼 앞에서
나라를 지킨 사람들이여
겨레를 위하여 가장 많이 일하고도
가장 버림받고 시달린 사람들이여!
그 눈물겨운 봉사의 보람으로
마침내 찾고 만 주인의 자리
하기 싫은 일에 屈從함은
奴라 할지라도
알고도 스스로 忍從함은
거룩한 奉仕라
이 善意의 사람들에게
어찌 끝없는 어둠만이 있을 것이랴.
새벽 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씻고 돌아와
마당가 멍석자리
삽살개와 함께 저녁을 나눠도
웃으며 일하는 마음에 복은 있어라.
구름속에 들어가
아내와 함께 밭을 매고
비온 뒤 앞개울 고기는
아이 더리고 낚는 맛
태고적 이 살림을 웃지를 마소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되어 오는 이 하나 못봤네.
오월 수리날이나 시월 상달은
조상적부터 하늘에 제 지내던 명절
팔월 한가위에 농사일 길삼겨누기도
예로부터 있었던 것을….
내 손으로 거둔 곡식 자랑도 하고
이웃끼리 모여서 취하는 맛이여
바라는 것은 해마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라고
그보다 더 바라는 것은
마음놓고 살 수 있도록
나라일이나 좀 잘해주기를
이밖에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어라.
마음 가난한 사람들이여
마음은 가난해도 살림은 푸지거라.
움추리지 말고 떳떳하거라
일어나 외치거라.
가까운 앞날이어야 한다
沃土 三千里를
하늘만 쳐다보고 살지 말고
우리네 농사가 우리 꿈대로
퍼져나가는 그날은-
조상이 끼친 업을 길이 지키는 사람들이여!
정성과 노력이 있을 뿐
분수를 넘치지 않는 사람들이여!
몹쓸 세상에 하늘이 보낸
착한 사람들이여
농민들이여!
조 지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