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이 조동탁(趙東卓)인 조지훈 시인은 1920년 경북 영양에서 출생했고, 1939년 <문장(文章)>지에 시 「고풍의상(古風衣裳)」과 「승무(僧舞)」가 추천되고, 1940년에 「봉황수(鳳凰愁)」를 발표하여 추천이 완료됨으로써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초기시는 주로 민족의 고유한 미의식과 민족의 역사에 대한 관심, 그리고 불교적 색채 등을 특징으로 하는데,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첫 시집『청록집(青鹿集)』(1946)을 간행했다. 이를 비롯하여, 『풀잎단장(斷章)』(1952), 『조지훈시선(趙芝薰詩選)』(1956), 『역사 앞에서』(1957), 『여운(餘韻)』(1964) 등의 시집을 냈으며, 시 「백접」은 시집에서 누락되어 『조지훈 전집1-시』(나남출판, 1996)에 실려 있다.
이 시는 모두 18행으로 된 단연시인데, 시행의 배치를 인위적으로 해서 나비가 날개를 활짝 핀 형상을 띠게 한 형태시라고 할 수 있다. 즉 처음과 끝이 하나의 어휘로 되어 가장 짧은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가운데로 가면서 행의 길이가 길어져 나비의 날개 형태를 띠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인 “백접(白蝶)” 또한 흰나비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흰나비라는 이미지는 순결함과 연약한 생명력 등을 상징한다.
시의 내용은 꽃이 피는 봄밤에 발견한 나비의 죽은 모습을 보면서 봄밤의 애상감을 표현하고 있다. 시의 전체적인 구도는 “꽃 피는 밤”으로 시작되어 “꽃 진 밤”으로 마무리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봄밤에 대한 정감이 고조되어 9행과 10행에서 정감의 절정에 도달한 뒤, 서서히 감정이 가라앉아 고요해지는 정서적 변화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의 도입부에서 시적 자아는 흰 나비를 “한 노래”라고 비유하고 있는데, 죽은 나비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다시 “장송보(葬送譜)”로 고친다. 꽃 피는 밤에 보게 되는 나비의 죽음은 시적 자아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그래서 시적 자아는 “가슴 가을이 되고”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기쁜 노래 숨진 뒤 / 조촐히 사라진 백접(白蝶)”이라고 노래하기도 한다.
죽은 흰나비를 발견한 시적 자아의 정서적 충격은 9행과 10행에서 절정에 달한다. 죽은 나비의 모습을 “너는 갔구나 잊히지 않는 / 하이얀 화판(花瓣) 고운 상장(喪章)아”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감탄적 표현이 시적 자아의 흥분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주고 있다. 죽어 떨어져 있는 나비의 흰 날개를 시인은 “화판(꽃잎)”으로 비유하기도 하고 “상장(喪章)”으로 비유하기도 하면서, 나비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도 하고 그것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한다.
11행부터 18행까지는 고조된 감정이 점차 가라앉으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는 과정이 형상화되고 있다. 11행세에서 시적 자아는 “병들거라 아픈 가슴”이라고 하면서 여전히 봄밤의 죽음에 대해서 흥분된 감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13행과 14행에 와서는 “정가로운 눈물 / 고요히 지라”라고 표현함으로써 어느 정도 갈무리된 감정의 갈피를 드러내고 있다. “정가롭다(매우 정갈하다)”는 시어와 “고요히” 등의 시어들이 고조된 감정의 안정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15행에서 18행까지는 “슬픈 피리 / 불다가 / 꽃 진 밤”이라고 표현하면서 꽃이 지는 봄밤의 애상감을 긴 여운과 함께 표현하고 있다. 시어가 한 자씩 줄어들기 때문에 점차 느리게 낭송하게 되는데, 이러한 낭송의 시간적 흐름을 통해서 감정의 여운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총 18행으로 된 단연시인데, 시행의 배열이 활짝 핀 나비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형태시이다. 시상의 전개 과정은 꽃들이 피어나는 봄밤에 발견한 나비의 죽음을 통해서 봄밤에 느끼는 애상감을 감정의 고조와 하강의 구도를 통해서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시적 자아는 흥겨운 봄밤에 나비의 죽음을 발견하고 충격을 경험하는데, 이러한 정황이 “가슴 가을이 되고”라는 시 구절에 표현되어 있다. 이어 나비의 날개를 “꽃잎”과 “상장(喪章)”에 비유하여 애도하는 감정의 절정 상태가 표현되고, “정가로운 눈물” 등의 구절을 통해 감정이 정리되고 남은 뒤의 여운이 표현되고 있다.
나비의 죽어 있는 날개를 표현하고 있는 표현이다. 꽃이 피어나는 봄은 환희의 계절이기도 하면서, 금방 지고 마는 꽃잎에서 야기되는 상실과 허무의 감정이 지배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무더기로 피어나던 꽃잎에 생명력의 약동으로 고양되던 마음은 지는 꽃을 보면서 무상감에 젖어들기 마련이다. 시인은 한참 꽃이 피어나는 절정에 죽어 있는 나비의 흰 날개의 보면서 그것을 아름다운 꽃잎에 비유하기도 하고, 죽음을 애도하는 표시인 상장으로 해석하기도 하면서 봄밤의 애상감을 표현하고 있다.
참고자료 김종균 외 지음,『조지훈 연구』, 고려대학교출판부, 1978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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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蝶]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현대문학, 2013.11, 인문과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