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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His Poems

풀잎단장 조지훈

작성자曉泉|작성시간18.06.14|조회수1,597 목록 댓글 0


 풀잎단장

  조지훈

무너진 성터 아래 오랜 세월을 풍설에 깎여 온 바위가 있다. 
아득히 손짓하며 구름이 떠가는 언덕에 말없이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에 조찰히 씻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나의 몸가짐도 또한 실오리 같은 바람결에 흔들리노라. 
아, 우리들 태초의 생명의 아름다운 분신으로 여기 태어나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이 웃으며 얘기하노니 
때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곳에 그윽히 피어 오르는 한 떨기 영혼이여.

 

  작자 소개

 조지훈 趙芝薰 [1920.12.3~1968.5.17]   본명 동탁(東卓). 경북 영양(英陽) 출생. 엄격한 가풍 속에서 한학을 배우고 독학으로 혜화전문(惠化專門)을 졸업하였다. 1939년 《고풍의상(古風衣裳)》 《승무(僧舞)》, 1940년 《봉황수(鳳凰愁)》로 《문장(文章)》지의 추천을 받아 시단에 데뷔했다. 고전적 풍물을 소재로 하여 우아하고 섬세하게 민족정서를 노래한 시풍으로 기대를 모았고, 박두진(朴斗鎭) ·박목월(朴木月)과 함께 1946년 시집 《청록집(靑鹿集)》을 간행하여 ‘청록파’라 불리게 되었다. 1952년에 시집 《풀잎 단장(斷章)》, 1956년 《조지훈시선(趙芝薰詩選)》을 간행했으나 자유당 정권 말기에는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어 민권수호국민총연맹, 공명선거추진위원회 등에 적극 참여했다. 시집 《역사(歷史) 앞에서》와 유명한 《지조론(志操論)》은 이 무렵에 쓰인 것들이다. 1962년 고려대학 민족문화연구소 소장에 취임하여 《한국문화사대계(韓國文化史大系)》를 기획, 《한국문화사서설(韓國文化史序說)》 《신라가요연구논고(新羅歌謠硏究論考)》 《한국민족운동사(韓國民族運動史)》 등의 논저를 남겼으나 그 방대한 기획을 완성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서울 남산에 조지훈 시비(詩碑)가 있다.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요점 정리


성격 : 사색적, 선적 
제재 : 풀잎 
주제 : 
생명에의 외경 (고달픈 삶에 대한 체념과 생명의 신비) 
표현 : 내재율에 의한 율격의 형성 
         작은 것에서 큰 의미를 찾아내는 시인의 안목 
출전 : <풀잎 단장 (1952)> 

구성

 
이 시는 풀잎에 대한 미시적 관조로써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노래한 7행의 자유시다.
  1행에서는 풀잎이 피어 있는 공간적 배경이 제시된다. '무너진 성터, 풍설에 깍여온 바위'는 풀잎의 생명력을 돋보이게 한다.
  
2∼4행에서는 허무하고 뜬구름 같은 인생을 관조하면서 한 줄기 바람에 산뜻하고 깨끗하게 온갖 고뇌를 씻어 버리는 것 같은 풀잎을 바라보는 시인의 자연에 동화된 감정을 노래한다.

  5∼6연에서는 어조가 영탄적으로 바뀌고 '나'에서 '우리'로 시상이 전환된다. 작가의 인간관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옹호의 시선으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7행에서는 시적 자아의 풀잎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한다. 풀잎을 통해서 대자연의 질서를 느끼는 것이다. 이 시의 주제행에 해당한다.   
 
 

  어휘와 구절

 단장(斷章) : 완전한 체제를 갖추지 못한 문장의 단편. 자신의 기품에 대한 겸손의 자세.
풍설(風雪)
 : 바람과 눈, 눈바람.
조찰히 : 조촐히 아담하고 깨끗하게.
실오리 : 실의 가락.
태초(太初) : 천지가 개벽한 맨 처음.
분신(分身) : 한 주체에서 갈라져 나온 것.
나직이 : 목소리를 조금 나추어. 

무너진 성터 아래 ∼ 깍여 온 바위가 있다. : 풀잎이 피어 있는 공간을 제시한 시구. '무너진 성터'와 '풍설에 깍여 온 바위'의 대응은 인간사의 무상함과 자연사의 영원함을 대조적으로 제시해 주는 객관 상관물이다.

아득히 손짓하며 구름이 떠 가는 언덕에 : 바위와 아득히 손짓하며 떠 가는 구름의 결합은 자연 속에서 지속과 변화라는 두 원리를 상대적으로 보여 준다. 

한 줄기 바람에 조찰히 씻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 
한 줄기 바람에 산뜻하고 깨끗하게 온갖 고뇌를 씻어 버리는 것 같은 서정적 자세를 표한한 시구. 여기서 '풀잎'은 주어진 숙명대로 한 자리에 붙박혀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시간의 흐름에 그 영혼을 내맡기는 자세를 보여 준다.    

나의 몸가짐도 또한 실오리 같은 바람곁에 흔들리노라. : 
무너진 성터의 바위 틈에서 바람에 씻기우는 풀잎을 보며 동화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아 우리들의 태초의 생명의 아름다운 부신으로 여기 태어나, : 
'나'에서 '우리'로 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연탄조로 바뀐다. 여기서 인간과 풀잎의 화음은 바로 자연애와 일치된 시인의 인간애의 표현이다.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이 웃으며 얘기하노니 조그만 세파에도 흔들리는 고달츤 삶을 살면서도 서로 위안하며 사는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떄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 한 떨기 영혼이여. : 서사의 큰 변화와 무관하게 하나의 생명을 키우는 풀잎에의 외경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

1952년 조지훈의 첫 시집 <풀잎 단장>에 수록된 7행의 자유시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풀잎을 새롭게 조명한 시다. 시인에겐 풀잎이 단순하고 미미한 존재가 아니다. 오랜 세월 무너진 성터에서 풍설에 깍여 온 바위 아래 피어 있다. 어쩌면 인간사와 같다. 시인은 이런 풀잎을 세부적으로 응시하여 인간과 자연의 일치점을 찾고 그 교감을 노래했다. 만물이 새명을 지닌 점에서, 고달픈 삶을 살며 서로 위안을주고받는다는 점에서 일치점을 발견한 것이다. 시인은 인간과 자연의 교감과 친화를 통해 인간이 세속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연에 동화된 존재로 승화한다고 보고 있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찾아 내는 시인의 안목이 두드러진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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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정신의 추구를 내세우면서 해방 직후의 혼란을 헤쳐나온 조지훈은 절제와 균형과 조화의 시를 통해 자연을 노래하고 자기 인식에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전쟁의 고통 속에서 사회적 현실에의 관심을 더욱 확대하고 있으며, <다부원(多富院)에서>와 같은 총체적인 상황 인식의 가능성을 작품을 통해 시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지훈은 자연을 노래하거나 지나간 역사를 더듬거나 간에, 또는 현실을 바라보거나 자기 응시에 몰두하거나 간에 언제나 비슷한 어조를 지키며 커다란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이 시는 그의 첫 시집 {풀잎 단장}의 표제시로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잎을 새롭게 조명하여 생명의 신비감을 노래한 작품이다. 풀잎이란 단순히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생명의 신비를 간직한 우주적 존재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풀잎과도 같이 조그만 고통에도 동요하고 번뇌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 아닌가. 이렇게 시인은 풀잎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자신과 자연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결국 이 시는 화자가 자신의 반성적 타자(他者)로 설정한 풀잎을 통해 주어진 운명대로 한 자리에 붙박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이 웃'는 여유로움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지친 영혼을 내맡기는 삶의 태도를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참고 자료

청록파 시인들의 자연관 : 박두진,조지훈,박목월이 공동으로 간행한 <청록집>(1946)의 시들은 대부분 일제 말기에 씌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들은 어떤 질적 공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시집의 발간으로 이 세 시인을 '청록파'라는 명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들이 <청록집>에서 보여 준 공통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자연'을 소재로 한 시들을 통해 가혹한 시대를 견디려는 의지를 엿보게 해 준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전통 시가에서 흔히 조화로운 이상 세계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자연에 대한 지향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이 지닌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적 지향이나 표현의 기교면에서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여 준다. 즉, 조지훈의 경우는 회고적,민속적인 제재를 통해 민족적 정서와 전통에 대한 향수 및 불교적 선미(禪味)를 그려 낸 데 비해, 박목월은 향토성이 짙은 토속적인 언어, 정형적인 율격, 간결한 이미지와 섬세한 서정성을 특징으로 하며, 박두진은 기독교적 생명 사상에 입각한 자연과의 친화를 노래하였던 것이다

청록파 시인의 시세계

1939년 이후 문장을 통하여 정지용의 추천으로 시단에 나온 박두진, 조지훈, 박목월은 해방 후 함께 합동 시집 '청록집'을 냄으로써 '청록파' 또는 '3가 시인' '자연파' 등으로 불리게 되는데 이들의 주요 관심은 자연이었다.
박목월은 흔히 향토적인 시인이라고 불린다. 그의 시의 소재는 흔히 자연이되 그는 그 자연 속에서 향토색이 짙은 용어 또는 사물을 찾아 내어 그것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그 배면에서의 이미지의 연결을 꾀한다. 그의 시에서는 동사가 거의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시는 더욱 정물화라는 느낌을 준다. 사람의 숨결이 스며 있지 않음도 볼 수 있다.
조지훈은 문화적 보수주의에 바탕한 대표적인 시인으로 일컬어질 수 있다. 그가 시에서 그리고자 하는 것은 잃어 버린 옛 질서요 옛 풍물이다. 그 옛 질서 옛 풍물에 대한 그리움이 때로 그를 우국적으로 되게도 하고 지사적인 풍모를 지니게도 만든다. 또는 그의 반근대화주의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하여 반항하는 꼴을 취하게도 만든다.
박두진은 이 둘에 비하여 더욱 관념적이다. 그의 시는 언젠가 올 메시아에 대한 찬미로 차 있다고 볼 수 있다. 박두진의 자연은 메시아의 도래에 의해 완성될 수 있을 뿐이며 이점에 있어 그의 자연은 조지훈, 박목월의 자연을 노래한 지난 날의 자연인 것과 전혀 다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이상주의자요, 뒤에 그가 사회적 불의에 항거해서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 시를 쓰게된 사실도 이 문맥에서 이해된다.

보충 자료 - 청록파의 작품 경향과 문학사적 의의

1) 시풍
조지훈 : 지사의 기풍을 지니고 고전적인 소재를 취재하여 회고적인 시정에 젖어들었다. 동양적인 선관(禪觀)를 보여 줌
박두진 : 자연에 대한 신선한 생명력과 기독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자연과 친화한 시를 보여줌. 기독교적인 자연관을 지님
박목월 : 민요적 가락에 짙은 향토색을 가미하여 자연에 대한 관조를 보여줌. 전통적인 정관(情觀)를 보여 줌.

2) 시정(詩情)
조지훈 : 선미(禪美)가 깃들인 고아한 풍류
박두진 : 기독교적인 정결한 갈망이 착색된 자연


박목월 : 향토색 짙은 정결한 산수의 서경

3) 시형과 운율
조지훈 : 선운(禪韻)이 감도는 내재율
박두진 : 가쁜 호흡, 약동하는 생명의 호흡을 가진 내재율
박목월 : 전통적인 민요조의 율조가 혼연 일체를 이룬 연연한 비애의 가락

4) 문학사적 의의
 자연의 실체 표현 : 한국의 신문학사를 통해서 한국의 자연이 실재 그 자체로서 부각된 것은 청록파의 공적이다. 이들에 의해 자연이 자연 그 자체로서 독립된 의미와 정서를 가지고 표현되었다.
시사적 맥락의 이음 : 순수한 우리말과 글의 특질을 잘 살려서 이를 통해 운율에  새로운 차원을 가져왔다는 점과 공백으로 남을 뼌했던 광복 전후의 시사적 맥락을 잇게 해준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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