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당 조종숙
규당 조종숙 선생님의 붓글씨는 한문글씨에서 시작한다 45년전 선생은 일중묵연에 입문하여
자신의 고유한 글씨체를 이루어낸 원로 서예가이다
선생은 한자서예보다 한글서예가 더욱 활동적이며, 어떤 서체가 되었건 통하지 않는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글씨에 관한 실기뿐만이 아니라 이론에 있어서도 너무나 구체적이다,
그것은 지난 세월 다양한 서예의 현장교육을 통해서
전개해온 선생의 예술철학을 바탕으로 한글서예 이론서를 펴내기도 했다
지난 2천년에 발간한 '우리글 서체를 찾아서' 는 숨길 수 없는 한글에 대한 선생의 뜨거운
글씨사랑 정신을 증거하는 역작의 편저이다
그 책이 출간되기 훨씬 전부터 자신의 고유한 서체를 일찌감치 이루어냈다 더 확실히 말하면
규당서체라 할 수 있는 자신만의 형상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러한 자신만의 고유한 모습을 갖춘 글씨 형태을 살펴보면 선생께서 연구해 낸 한글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가 있다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인지 선생의 글씨는 특별한 개성미가 있다
서예가들은 이러한 자신만의 고유한 모습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규당 선생은 오래전부터 규당식의
한글서체를 분명하게 확보하였으며 나아가 한자와의 혼서로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한문혼서의 서사 방법은 쉽게 쓸 수 있는 서사양식이 아니다
여기에는 선생만이 독특한 서사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그것은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선생이 서사한 조화로운 섞어쓰기의 핵심은 어떤 서체가 되었건 무리없이
국한자간의 상호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데에 있다
예컨데 한글 고체판본체에서는 광개토왕비의 서체를 도입하고 한글흘림체에서는 당연히
행서의 한자를 섞는다 그래서 이루어지는 선생의 글씨체는 실로 다양하다
뿐만이 아니라 앞의 설명처럼 어떤 서체가 되었건 간에 한자와 한글의 상호조화를 확실하게 이루어
내고 있다는 것이 다양함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생의 글씨는 대개가 억지가 없이 지극히 편안하게 서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작품에 대한 자신감의 증거이다
한글과 한자의 형태적인 다름으로 인한 그 어떤 거부감도 일어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이 매우 자연스럽게 모든 서체를 수용하고 있음으로써 선생의 글씨예술에 대한 일반의
호응도는 짐작의 한계를 넘고 있다
최근의 일기 시작한 서가의 자작에 대한 서사실천도 선생은 앞장섰다
지난 2000년 선생의 개인전에 등장한 '망부가' '낙엽' 등은 글씨예술을 통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이렇듯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자신의 서예철학을 써내는 멋이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서예술의 핵심이다 알려진 바대로 한국예문회의 책임과 지난 3년간의 미협 부이사장직의 수행은
다양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 선생의 미술행정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글씨에 일생을 건 규당 선생은 지난 90년도에 제 22대 신사임당에 추대가 되었으며 서예술에
있어서도 실로 현실의 신사임당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미술신문 제 393 호 (2007년 4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