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야 커진다.
그러나 그만.
멈출 때를 알아야 한다.
옆 사람보다 조금 더 키우려다가
아예 터져서
아무것도 없이 된 신세들을 보라.
풍선 / 정채봉
나무가 말하였네
나의 이 껍질은 빗방울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햇빛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구름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안개의 휘젓는 팔에
어쩌다 닿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당신이 기대게 하기 위해서
당신 옆 하늘의
푸르고 늘씬한 허리를 위해서
나무가 말하였네 / 강은교
사랑하는 사람이여
세모난 사람이나 네모난 사람이나 둥근 사람이나
제각기의 영혼 속에 촛불 하나씩 타오르는
이유 올리브 꽃잎으로 뚝뚝 지는 밤입니다
포옹 / 고정희
어찌 당신을 스치는 일이 돌연이겠습니까
오랜 옛날 당신에게서 떠나온 후
어두운 곳을 헤매던 일이 저만의 추억이겠습니까
지금 당신은 저의 몸에 젖지 않으므로
저는 깨끗합니다 저의 깨끗함이 어찌
자랑이겠습니까 서러움의 깊은 골을 파며
저는 당신 가슴속을 흐르지만 당신은
모른 체하십니까 당신은 제게 흐르는 몸을
주시고 당신은 제게 흐르지 않은 중심입니다
저의 흐름이 멎으면 당신의 중심은 흐려지겠지요
어찌 당신을 원망하는 일이 사랑이겠습니까
이제 낱낱이 저에게 스미는 것들을 찾아
저는 어두워질 것입니다 홀로 빛날 당신의
중심을 위해 저는 오래 더럽혀질 것입니다
샘 가에서 / 이성복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