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 최명숙
유월의 푸른 잎사귀들은
붉은 울음을 삼키며 자란다
총성이 녹아내린 묵은 대지 위로
또다시 비바람이 빗발쳐 온다
역사는 경계 없는 거대한 외해外海밀려오는 세상의 파고는 아득히 높고
우리가 디딘 하루의 해안선은
여전히 포연이 걷히지 않은 전장
어디로 기수를 틀어야 할지 모를 안개 속
검은 파도가 항로를 지워 버리려 해도
조타륜操舵輪을 놓아버릴 수 없는
고독한 항해사
하얗게 질린 손끝
결코 흔들리지 않는
가슴 속 나침반을 따라
거친 바람을 가로지른다
견뎌낸 외로움 속에
돛은 더욱 팽팽해지고
소금기 밴 기억의 바다를 가르며
묵묵히 약속된 내일로 기수를 돌린다
유월,
가장 치열한 폭풍의 한가운데서
끝내 스스로 항로가 된 자의
항해가 시작된다
지금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