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눈을 뜨니 도처에 外道 열풍
전통적인 우리 식 수련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 국내의 수련계에도 외제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TM으로 불리는 초월 명상을 비롯하여, 아봐타·오쇼·아난다 마르가·라자 요가 해서 외국산 명상 단체가 수도 없이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기공법 가운데 정신적인 수련을 위주로 하는 원극공이나 법륜공 등 중국제 수련법도 국내에 크고 작게 자리를 잡았다. 말 그대로 세계화·국제화가 국내의 수련 문화를 바꿔 가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인 것이다.
국내에 가장 먼저 수입된 명상법은 TM(초월 명상). 사실 오늘날 명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바로 이 TM의 공로라고 할 수 있다. 비틀즈의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이 심취했던 것으로 잘 알려진 인도 명상이 바로 TM이다. TM은 칠십 년대 중반 주한 외국인에 의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미군 부대 군인들이 명상을 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근무하던 한국인들이 이를 배우면서 점차 알려지게 된다. TM은 본래 인도의 베다 성자들이 이용하던 의식 계발 수련법을 요기인 마하리시 마헤시가 현대식으로 새롭게 개발한 것으로, 이미 육십 년대부터 미국에서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최초의 한국인 TM 교사 세 명이 배출된 것은 83년, 이들 중 이원근 씨와 한숙례 씨가 부부가 되어 지금까지 ‘마하리시 초월 명상(TM) 센터’를 열고 있다.
‘아봐타 코스’는 해리 팔머라는 사람이 86년에 체계화한 자기 계발 프로그램으로 인도식 명상법을 서구인들의 사고로 이해하기 쉽고 수련하기 적합하게 개발한 것이다. 말 그대로 ‘인도산 - 미국 포장의 명상 상품’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선 대중문화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세계 대중문화의 종주국임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에서 동양의 정신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다 보니 영어권인 인도의 명상법들이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인도식 명상 다음으로 미국 무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태극권의 경우, 언어 문제 때문에 서구화에서 선점 기회를 놓친 셈이고, 그 결과 2위 자리에 머물러 있다. 최근에는 태극권을 소개하면서 ‘움직이는 명상’, 곧 ‘Moving Meditation’이라거나, 불교에 대한 관심을 틈타‘움직이는 선’,곧 ‘Moving Ze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바로 이런 시기에 국제화 시대가 열리면서 이미 사고방식이 서구화된 한국의 젊은이들도 미국에서 재구성된 ‘서구화된 명상’을 쉽게 받아들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현상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막연한 느낌이나 스승의 판단에 모든 것을 의존해야만 하는 동양식 수련법이, 서구의 가공 기술에 의해 쉽고 그리고 머리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바뀌어져 있어 누구나 수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수련문화에도 사대 사상이 적용되고 있다.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의 틀뿐만 아니라 기질적 차이가 있는데, 서양식으로 가공된 심신 수련법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 직접 유학을 가서 배운 태극권파와 국내 수련파가 결코 합쳐지지 못하는 것처럼, 같은 이름의 명상법을 수련하는 단체라도 미국에서 배운 이들과 직접 인도에 가서 배운 이들이 각각 다른 단체를 설립하고 있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도 지적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