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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과 국선도수련

작성자현제(안영식)|작성시간15.06.01|조회수59 목록 댓글 0
[예술과 삶] 우리 음악은 우리 민족의 숨결
2015년 05월 28일 09시 10분 입력

 

 

박현미 소리마당 국정국악원장


이모할머니가 많이 생각난다. 당신 생전에 모진 시집살이 죽기 전에 글로 남기고 싶어 연필을 잡으니 삼일 밤낮을 써도 하품 한 번 안 나오더라 하시며 써내려 간 글을 보여 주셨다. 그리고는 연신 눈물을 흘리셨다. 요즘 글을 연재하면서 이모할머니의 마음이 절로 헤아려진다. 휴~~ 10번째까지 이야기를 쓰고 나니 그동안 긴장 속에서 살던 나의 삶의 쉼표를 찍는 기분이다. 시원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솔직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먼 훗날 눈이 침침해져 글이 잘 보이질 않고 젊은 날의 기억이 가물거릴 그때 이 글을 보면 다시 가슴이 아련해 질것이다. 지금까지는 내 이야기를 실컷 했다.


이제는 제자님들 이야기와 매일매일 우리 음악으로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과 신명나는 우리 소리이야기를 잘 섞어 맛있는 현미 국악 비빔밥이야기를 할까 한다.


예부터 쇠로 만든 악기는 하늘의 소리이고 가죽으로 만든 악기는 땅의 소리라 했다. 이렇게 하늘과 땅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면 절로 신명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원초적인 신명은 사람의 숨 즉, 호흡과 관련이 있다. 오늘은 호흡과 밀접한 우리 음악 이야기를 풀어본다.


“숨을 헐떡이는 강아지는 평균 수명이 15년이요, 바다 속을 유유히 거닐며 노는 거북이는 200년이나 산다. 사람은 강건하면 보통 70, 80세를 넘기고 요즘은 100세 시대가 왔는데 그 차이의 비밀은 호흡에 있다. 숨의 길이와 관계가 있다.


일례로 아이들의 잠자는 모습을 살펴보면 아이들은 정신이 맑고 얼이 가라앉아 있어 아랫배를 움직이며 호흡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많은 잡념과 번뇌 망상으로 얼이 가라앉지 안아 숨이 잘 안 내려가게 된다. 그러면 정이 뭉친 힘이 약해지게 되고 이런 상태가 오래 되면 몸에 병이 오게 되는 것이다. 호흡은 이렇게 건강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호흡이 멈춘 것은 곧 죽음이다. <고남준의 청산선사 중>


우리 음악은 숨의 음악이다. 성악, 타악, 현악, 관악은 물론이거니와 춤까지도 호흡과 함께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 모든 것의 꼭지점은 호흡 즉 단전의 기운으로 행하여야 제 맛이 난다는 것이다. 호흡은 또한 몸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호흡에 의하여 몸이 자연스럽게 열리고(이완), 닫히고(수축), 움직이고, 멈추게 된다. 우리 음악 또한 맺고 풀고, 달리고 모든 것이 호흡에서 출발하여 호흡에서 마무리 된다.


옛 명창들을 보면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꼿꼿한 자세와 빛나는 눈빛을 가진 분들이 많다. 당연히 장수하신 분들도 꽤 있다. 소리를 하는 것 자체가 단전호흡이니 당연히 건강에 좋을 수밖에 없다. 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심신 수련법인 ‘국선도’ 수련을 18년째 하고 있는 터라 단전호흡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요즘 중년 여성분들을 민요 수업에서 많이 만난다. 며칠 전에도 “선생님 밤에 잠이 오질 않습니다”, “낮잠을 주무셨겠지요” 하니,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 종일 움직이고 피곤하여도 잠이 오지 않고 조금 눈을 붙여도 온 몸이 편하질 않다는 것이다. 벌써 몇 분한테서 듣는 이야기이다.


물론 환경적인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호흡이 원활하게 되지않아 심신이 조화롭지 못해서 일 수 도 있다. 요즘 나는 내리 12시간을 강의하는 날도 있다. 그야말로 얼이 빠지는 것 같다. 하지만 해질녘 국정 소나무 밑에서 한바탕 소리를 하고 나면 어느새 새로운 기운이 차올라 저녁까지 지칠 줄 모르고 강의를 한다. 호흡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음악은 맥박이 기준점이고, 우리 음악은 호흡이 기준점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우리 음악을 권해본다.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우리 음악에 있기 때문이다.






 

대경일보 dkil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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