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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련문화30년(5); 퍼옴

작성자바람소리|작성시간06.10.16|조회수95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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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련문화 30년 5 | 임경택교수의 강좌 2004/10/14 09:34
http://blog.naver.com/comppe/80006581899
한국의 수련문화 30년 5
김인곤의 취재파일
김인곤  (1999 년 9 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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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잘못된 단전호흡

94년 5월 언론에는 ‘박철언 의원 탈장 입원 / 단전호흡 복압 상승’ 이라는 제목의 짤막한 기사가 보도됐다.
한때‘정치권의 황태자’소리를 듣던 박의원은 슬롯머신 업자인 정덕진 형제로부터 육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징역 일 년 육 개월을 선고 받고 서울 구치소에서 복역 중 갑자기 탈장 증세를 보였는데, 그 이유가 단전호흡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박의원의 한 측근은, “박의원이 몸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전문가의 지도를 받지 않고 작년 오월부터 혼자서 교본을 보면서 단전호흡법을 익히다 복압이 높아져 탈장 증세를 일으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은 단전호흡이나 기수련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면서 사회적으로 한창 관심을 끌던 때여서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만병통치약처럼 수련의 일차적인 효과를 알리는 데만 주력하던 지도자들이나 단전호흡을 유치한 건강법 정도로 여기던 일반인들에게 좋은 화제거리를 제공하였다.
그런가 하면 전문가들 사이에는, 수련법에 관한 한 자신들의 수련법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도 부작용은 서로 감추고 정작 수련법을 공개해 객관적으로 검증받지 못하는 우리의 수련문화 풍토에 대한 자성의 소리가 높아졌다.



95년 7월 삼풍 참사로 스타가 된 임경택 교수

95년 3월 일본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동경의 지하철에 독가스가 살포된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 해괴망측한 테러의 주인공은 「옴(AUM) 진리교(眞理敎)」라는 이름의 신흥 종교 단체. 일본의 경우 종교 법인을 설립하는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98년 말 현재 일본 문화청이 인가한 종교 법인 수는 십팔만 삼천 오백 팔십일개에 달한다.
89년에 설립된 옴 진리교의 창설자는 아사하라 쇼코(43, 본명 마스모토 치즈오)로 히말라야에서 팔 년간의 요가 수행을 통해‘최종 해탈(解脫)’을 했다고 선언한 뒤, 교단 내에서 ‘존사(尊師)’라 불리며 군림해 왔다고 한다. ‘절대 자유와 행복’을 목표로 합숙을 하며 요가와 티베트 밀교식 수행을 하는데, 일정 수준에 이르면 출가를 하며 이 때는 전 재산을 모두 교단에 기증한다. 초기에 요가 수련장을 열고 건강 요가를 가르치던 아사하라 쇼코가 조직력과 경제력를 갖춘 신흥 종교의‘존사’로 변신한 데는 공중 부양 능력과 예지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
옴 진리교 사건 내막을 소개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음 몇 가지 사실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첫째는 신도 가운데 칠십팔 퍼센트 이상이 젊은이들로 명문인 동경대나 오사카대 학생들이 많고 또 교단을 이끄는 핵심 요직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교육 및 조직 관리 등은 주로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하면서 통신 위성까지 사용하는 등 첨단의 정보통신 기술을 적절히 이용해 신비주의와 첨단 과학기술을 교묘히 결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 번째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견해인데,“과거에는 종교를 통해 질병과 가난으로부터의 구제를 기원했으나, 지금은 삶의 목적을 상실한 젊은이들이 신비주의에 자신을 몰두시킴으로써 안정을 얻으려는 정신적 구제로 그 목적이 달라졌다. 동시에 첨단 과학기술이라는 젊은이들의 언어 수단을 사용해, 젊은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포교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네 번째는 사건을 소개하는‘언론의 무지와 요가 수행자들의 묵시적 악의’를 들 수 있다.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 사건을 소개하면서, ‘옴’이라는 단어에 대해 “옴이라는 단어는 우주의 창조·유지·파괴를 뜻하는 것으로, 자기들이 만든 조어(造語)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요가의 요’자만 들어본 사람이라도 요가와 뗄 수 없는 관계인 탄트라 불교에서 전해지는 여섯 자 진언인 ‘옴마니 반메훔’의 첫 글자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칠십년대 초반 안동민 선생에 의해 얼마나 많이 주창되었는지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 특이하게도 한국일보 기자로서 안동민 선생을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도 수행에 돌입, 결국 출가해 일가를 이룬 분이 있는데 이분이 바로 능인선원의 지광 스님이다. 당시 안선생은 ‘옴 진동수’를 만들었는데 없어서 못 팔 지경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육자 진언을 알고 또 진언 수행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을 터인데, 이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동양의 수행법인 요가로 비롯된 사건을 보도하면서 요가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지 않았던 언론의 독단도 독단이지만, 침묵을 선택했던 요가 지도자들의 속마음은 어떤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삼개월 후,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이 때 매몰자 구조 과정에서 등장한 목포대 임경택(정치학과)교수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원래 고교 시절 유도를 했던 임교수는 고려대에 입학하면서 73년에 국선도에 입문, 외길 수련을 계속해 온 국선도 수련인으로 현재 국선도 내의 직함은 법사이다. 사고가 난지 구 일째인 7월 8일 오후 2시쯤, 필자와 지인이던 임교수가 찾아왔다. 그리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아침에 중앙일보를 보고 난 후 단전호흡 수련을 시작했다. 수련이 깊어지면서 잠심(潛心)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삼풍백화점 사고 현장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군데에서‘살려달라’는 간절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군데는 남자, 또 한 군데는 여자, 그리고 또 한 군데는 여자인데 급격하게 약해지고 있었다. 스스로도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 수련을 끝내고 신문에 나온 현장 그림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정신을 집중해 보았더니 마찬가지였다. 잊어버리려고 노력했으나 하루 종일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사고 현장으로 갔다. 그랬더니 기운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구조반에 알리려고 했으나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임교수는 사고 현장에 접근하기 위해 신문사 기자라는 빽(?)을 찾아온 것이었다. 기나 수련의 분야에 약간의 지식이 있는 필자로서도 퍽 난감한 상황이었다. 구조작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꼭 가봐야 되겠나?'
“나도 사실 불안하지만, 모른 척하자니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결국 필자가 동행하는 대신 현장에서 취재 중인 후배 기자를 연결, 일단 현장에 들어가보고 가능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도와주는 게 좋겠다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저녁 11시쯤,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임교수는 돌아왔다.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그 와중에서 구조본부장을 만났고, 기니 수련이니 뭐 그런 얘기를 할 수 없어 그저 대학교수라는 직함을 강조하면서 구조 작업 위치를 옮겨보자고 설득했는데,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는 표정이더니 갑자기 그렇게 하자고 했다. 세 시간 넘게 건물 더미를 치웠으나 사람을 구조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최소한 할만큼은 했으니 더 이상 죄의식은 갖지 않을 수 있었고 더 이상 한은 없다.”고 임경택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 임교수가 지적한 곳에서 불과 십 미터도 안되는 지점에서 최명석 군과 유지환 양이 구조됐다. 십 미터의 오차가 난 이유에 대해 임교수는 자신의 『숨쉬는 이야기』라는 저서에서 “당시 A동의 구조를 잘 몰라 비상 계단과 지하실의 위치 파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수많은 점쟁이, 역술가, 초능력자를 자칭하는 도사들이 삼풍 사고 현장으로 몰려들어 “이곳을 파라” “저곳에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구조본부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임경택 교수는 현직 대학교수라는 직함이 주는 신뢰성을 바탕으로 ‘기수련과 초능력’ 또는 ‘단전호흡과 초능력’의 대명사로 언론의 각광을 받았다. 동시에 ‘기수련’ ‘단전호흡’ ‘초능력’으로 대변되는 ‘기 신드롬’을 또 한번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교수는 아직까지 최군이나 유양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최군이나 유양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임교수의 역할이, 언론에서만 시끄러웠지 정작 당사자들이나 당사자 가족들은 이 같은 사실을 믿지 않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들이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기수련이나 초능력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진 시각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경제계의 도인 ─ 최종현 회장 사망

98년 8월 재계의 별 최종현 SK 회장이 별세했다는 급보가 전해졌다. 왕성한 경영 활동을 펼치며 93년에는 심신 수련서를 발간할 만큼 기수련에 일가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재벌그룹의 오너가 사망한 것이다. 최회장은 운명을 달리하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두 번째 수련서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건장한 체격에다 화색이 도는 불그레한 얼굴, 자타칭 전문가 수준에 달하는 기수련 경력을 가진 최회장이 97년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기수련(단전호흡)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의 첨단 의료 기술에 의해 수술을 받고 최회장이 다시 왕성하게 활동을 재개하면서 이 같은 의문은 꼬리를 감추었다가 1년 후 결국 유명을 달리하자, 이번에는 단전호흡의 효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문 제기가 아니라, 지도자들 사이에서 단전호흡의 호흡법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어났다. 단전호흡을 하던 많은 수련생들이 자신들의 지도자에게 “단전호흡도 암에는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고, 많은 지도자들이 “최회장이 하던 단전호흡법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최회장의 호흡법 시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4~5년 전부터 회자되었던 문제다. 왜냐하면 단전호흡은 물론이고 기 수련이란 ‘열 기운은 아래로 내리고 물 기운은 위로 올린다’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을 기본 원리로 하는 것인데, 최회장이 자랑하는 불그레한 얼굴은 ‘열 기운이 위로 올라 멈추어 있는’상기(上氣) 현상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었다. 수승화강이란, 인간의 노화 현상을‘열 기운은 숨자리와 함께 위로 올라가고, 수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 손발이 차가워지는 과정’이라 정의하고, 이를 되돌리는 수련 즉 역법(逆法)에 의거,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려는 자연회귀 원칙에 따라 정해진 수련 원리이기 때문이다.

딱 부러진 결론은 나지 않았다.“과학적으로 증명되지도 않은 단전호흡의 효과란 ‘혹시나’에서 ‘역시나’일 뿐이다”라는 부정적 의견도, “최회장의 가족 병력상 선천적으로 폐기능이 약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단전호흡 수련을 해서 그 만큼이라도 건강하게 천수를 다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도 모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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