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을까.
덜 먹고 좀 뒤처지더라도 달빛 즐기며 느림보처럼 살 수는 없을까.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일하고, 그것으로 즐거워 할 수 있는 마음만 가지고
살 수 없을까.
앞선 이 부러워하지 말고, 뒤처진 이 깔보지 말며, 제 멋에 겨워 살며,
남을 흉보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자동차 없이 걸어 다니면서 건강해진 다리에 행복하며, 작은 농사를
부끄러워하기보다 빚 덜지는 걸로 안도하며, 농사가 너무 잘되어도 욕심 생길까
걱정하며 살 수는 없을까.
곡간이 있으면 욕심도 그만큼 쌓이고, 냉장고가 있으면 몇 달 지나도록 썩지 않는
음식들을 채우느라 돈도 많이 벌어야 하니, 이 기회에 확 플러그를 뽑고,
그만큼 덜 벌어도 되는 시간으로 훨씬 늘어난 길어진 삶을 뒹굴 뒹굴 구르면서,
심심하면 달보고, 헛헛하면 마당에 떨어진 살구를 주워오고, 목마르면 가재
기어 다니는 개울물 마시며 사슴 같은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 수는 없을까.
누가 욕하더라도, 조금 센 바람이 나무를 흔들고 지나가듯 바라보며 살 수는 없을까.
집 앞에는 징검다리 하나 걸쳐 있어, 자동차는 오지도 못하고, 이따금 큰물이
나면 아랫동네로 떠내려 보내, 소를 끌고 가 달구지에 싣고 와도, 참 비가 많이
왔구나 하며 소처럼 시익 웃으며 살 수는 없을까.
누가 버린 고물 자전거 한 대 타고 다니다가, 당나귀 한 마리 길러서 마차나
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에도, 당나귀도 사려면 돈이 들고, 비싼 당나귀 어찌 탈까,
누가 훔쳐가지 않을까. 병이나 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느니, 차라리 내가 당나귀
셈 치고, 두 다리로 터벅터벅 걸어 다니며 살 수는 없을까.
고작 가족들이 배를 불릴 만큼의 곡식을 거두고, 손 뻗으면 닿는 마당 끝에
채마밭을 두고, 볕 여린 낮에만 느릿느릿 일하고, 그래서 먹고 살겠냐며 남들이
손가락질해도, 이렇게 박새처럼, 질경이처럼 잘도 살고 있다고 웃어넘기며 살 수는
없을까.
해 저물면 호롱불에 눈 버리지 않을 정도만 책을 읽다가 심심하면 검둥개 앞에 앉혀
놓고,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며, 그것도 쌓여서 잘난 척하지 않도록 아침이면 마당에
하얗게 쌓인 봄꽃처럼, 그렇게 향기만 남기고 사라지기를 바라며 살 수는 없을까.
누가 뭐래나, 그리 살면 될 것이지, 하는 소리에 모든 이야기가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소리임을 문득 깨닫고 소리 내어 웃어본다. (펌)
덜 먹고 좀 뒤처지더라도 달빛 즐기며 느림보처럼 살 수는 없을까.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일하고, 그것으로 즐거워 할 수 있는 마음만 가지고
살 수 없을까.
앞선 이 부러워하지 말고, 뒤처진 이 깔보지 말며, 제 멋에 겨워 살며,
남을 흉보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자동차 없이 걸어 다니면서 건강해진 다리에 행복하며, 작은 농사를
부끄러워하기보다 빚 덜지는 걸로 안도하며, 농사가 너무 잘되어도 욕심 생길까
걱정하며 살 수는 없을까.
곡간이 있으면 욕심도 그만큼 쌓이고, 냉장고가 있으면 몇 달 지나도록 썩지 않는
음식들을 채우느라 돈도 많이 벌어야 하니, 이 기회에 확 플러그를 뽑고,
그만큼 덜 벌어도 되는 시간으로 훨씬 늘어난 길어진 삶을 뒹굴 뒹굴 구르면서,
심심하면 달보고, 헛헛하면 마당에 떨어진 살구를 주워오고, 목마르면 가재
기어 다니는 개울물 마시며 사슴 같은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 수는 없을까.
누가 욕하더라도, 조금 센 바람이 나무를 흔들고 지나가듯 바라보며 살 수는 없을까.
집 앞에는 징검다리 하나 걸쳐 있어, 자동차는 오지도 못하고, 이따금 큰물이
나면 아랫동네로 떠내려 보내, 소를 끌고 가 달구지에 싣고 와도, 참 비가 많이
왔구나 하며 소처럼 시익 웃으며 살 수는 없을까.
누가 버린 고물 자전거 한 대 타고 다니다가, 당나귀 한 마리 길러서 마차나
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에도, 당나귀도 사려면 돈이 들고, 비싼 당나귀 어찌 탈까,
누가 훔쳐가지 않을까. 병이나 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느니, 차라리 내가 당나귀
셈 치고, 두 다리로 터벅터벅 걸어 다니며 살 수는 없을까.
고작 가족들이 배를 불릴 만큼의 곡식을 거두고, 손 뻗으면 닿는 마당 끝에
채마밭을 두고, 볕 여린 낮에만 느릿느릿 일하고, 그래서 먹고 살겠냐며 남들이
손가락질해도, 이렇게 박새처럼, 질경이처럼 잘도 살고 있다고 웃어넘기며 살 수는
없을까.
해 저물면 호롱불에 눈 버리지 않을 정도만 책을 읽다가 심심하면 검둥개 앞에 앉혀
놓고,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며, 그것도 쌓여서 잘난 척하지 않도록 아침이면 마당에
하얗게 쌓인 봄꽃처럼, 그렇게 향기만 남기고 사라지기를 바라며 살 수는 없을까.
누가 뭐래나, 그리 살면 될 것이지, 하는 소리에 모든 이야기가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소리임을 문득 깨닫고 소리 내어 웃어본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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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귀농학교 15기 동문까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