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우리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
햇빛은 거짓이다.
태양의 양(陽)은 거짓 양이라고도 한다.
양동(陽動)이 그 뜻이다.
햇빛이 내게 너무 가까이 다가와서 하늘이 내게서 저절로 멀어졌다.
저 태양이 우리를 근시(近視)로 만들었다.
그래서 낮에는 멀리 있는 별을 볼 수 없다.
낮이라고 별이 잠자러 어디 간 것이 아니다.
있어도 햇빛 때문에 눈이 어두워져 못 본다. 대낮((白晝)이 우리로 부터 영원을 제거 시켰다.
낮이 생기는 것은 작은 먼지 티끌이 얽혀 반사하여서다.
이 낮이란 우리의 눈을 현혹케(어둡게)하여 참(實相)을 못보게 한다.
빛의 장막을 쳐서 우리의 눈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믐이나 초하룻날 밤에는 하늘에 가득한 밝은 별들을 볼 수 있다.
그때 우리는 가까운데서는 볼 것이 없다
멀리 내다보는 우리 맘에는 어떤 정신의 빛이 별빛처럼 쏟아져 온다.
그것이 진리의 얼이다.
석가가 새벽 샛별을 보고 진리를 깨달은 것은 그래서이다.
- 류영모의 다석어록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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