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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도 수련기 모음

[스크랩] 수련기- 영동 수련원 김 종임 사범님 (2001.7월)

작성자바람소리강영현|작성시간06.01.27|조회수126 목록 댓글 0

수련기 입문기



국선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정말 단순하다.
두 번의 우연에 의해, 평생 해야 할 일이 이렇게도 결정될 지 몰랐다.

첫 번째 우연. 노란 포스터.

그렇게 이상한 포스터는 처음이었다. 등장하는 모델도 자랑하는 듯한 문구도 없는
포스터. 알 듯 모를 듯한 사실만 간단하게 그려진, 노란 바탕에 검은색 그림으로
과학 교과서에서나 등장하는 듯한 공기의 유입과정을 그린 포스터였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포스터였다. 그때 옆에 있던 언니에게
"저거나 한 번 해볼까?"했던 말이 생각난다. 사실 그 포스터를 보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두 번째 우연, 역시 노란 포스터.


일년 후 나는 대학에 들어와 있었다.
수업을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도중 어느 허름한 건물의 계단에서 또
그 포스터를 본 것이다. 학교 동아리에서 신입부원을 모집하기 위해 붙여놓은
것인데, 당시 나는 기왕이면 운동동아리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곳도 무슨 운동을 하는 곳이겠거니 생각했고, 단순히 예전에 봤던 기억에
반갑기도 해서 이 동아리나 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동아리가 무슨
동아리인지 앞방사람에게(그 앞방사람이 지금의 장미영 사범님이다)물어보니
그곳이 국선도 동아리로 단전호흡을 배우며 자신도 그 동아리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런 우연으로 국선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아랫배로 호흡하라…. 국선도인이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 일은 절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가만히 누워서 아랫배 깊숙이 숨을 쉬려고 하면 두께가 고르지 못한 불량풍선을 부는 것처럼 표면이 막힌 듯 하다가 숨이 들어갔고,
내쉴 때는 더 힘들었다. 다 토해도 끝까지 토하지 않은 것처럼 뭔가 미진한 느낌이었다.

돼든 안 돼든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그 결과였을까?
며칠이 지났을 때 아랫배에서 조그만 구슬이 생기는 것 같더니 배 앞쪽을 따라서 떠오르다 사라져 버렸다. 명문에 코가 있는 듯 생각하고 숨을 쉴 때는 명문에서 기류가 느껴지는 듯 했다. 일주일 정도 입문호흡을 하고 중기단법을 시작하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도장으로 출발해서 (약 30분 거리였다) 아침 여섯시 오십분 수련을 하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수업을 들었다.
늦게 일어나거나 수업이 일찍 있는 날은 오후에 도장에 갔다.
시작한지 일주일 남짓은 자주 설사를 했다. 그것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지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동아리 선배 말로는 체질에 따라 그런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언제부터인가 차츰 아랫배에 의념을 집중하고 호흡하다보면 아랫배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내가 가장 감탄하며 좋았던 것은 배의 느낌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배를 만지면 따뜻한 물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그 전에는 배가 굳어있다는 자각도 없었기에 신기하기만 했다.
시작한지 한 달쯤 되자 수련 후 도장을 나설 때에는 발걸음이 그렇게 경쾌할 수가 없었다. 그와 더불어 방귀도 너무 잘 나왔다. 보통은 수련 도중과 수련 후
한 두 시간 동안이었는데, 다행히 혼자 자취하고 있었기에 크게 꺼리길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 주 정도는 수련과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그냥 나왔다.
그때는 좀 곤혹스러웠다.
몸의 이러한 소소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마음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음이 편해지고 너그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수련에도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 달쯤 지났을 때 기몸살을 앓았다.
아침수련을 하고 수업을 들어갔는데 도중 갑자가 아랫배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면서 전신에 기운이 쭉 빠지는 것이다. 그래도 수업은 들어야 했기에 억지로 참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단전호흡을 하면 아픈 기가 가시는 것이다.
호흡을 하면 괜찮다가도 호흡을 놓으면 다시 아프고…. 억지로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와서 쓰러지듯 잠들었다. 그후 오후에 일어나 보니 몸은 아픈 곳 없이 말짱해져 있었다. 수련의 효과는 마음상태에도 영향을 미쳐서 우울한 날에도 도장만 다녀오면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몸도 차츰 건강해지고 있었다.

그 전에는 사실 만성피로 상태였다. 학교에 다니다 바로 취업하고,
일 그만두고 바로 대학입시준비하고…. 항상 피곤했고 한 번 피곤함이 몰려오면 아무데서나 엎드려 잠을 자야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차츰 일상에서 피곤을 느끼는 현상이 없어지고 수업도중에 졸려도 그냥 정신을 차리려 하면 졸음을 이겨낼 수 있었다. 통제가 가능해 졌다고 할까. 하여튼 이런 식으로 몸이 조금씩 건강해 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항상 수련이 잘 된 것은 아니다. 호흡도 자연스럽지 않았고
(입문호흡에서 느꼈던 호흡의 부자연스러움을 극복하는데 일년이 걸렸다)
집중도 잘 되지 않은 날이 많았다. 어떤 날은 호흡시간 내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잡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때도 있었고, 그런 사실에 화가 나 수련 도중에 나온 적도 있었다.
몸이 너무 힘들어 정리운동 내내 내가 끝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한 날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수련이 좋았다.
느리기는 하지만 몸은 꾸준히 건강해졌고 무엇보다도 도장에 갔다오면 행복했다.

그렇게 시작한 국선도가 벌써 4년이 넘었다.
처음부터 국선도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우연히 인상에 남는 포스터를 봤고, 그 기억에 대한 반가움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국선도다. 엄밀히 말하면 알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선후관계가 어떻든 국선도를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은 생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막연히 해야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재미와 상관없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최상의 것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련하고 싶다.

(국선도 단전호흡 그리고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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