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詩, 그 어긋난 사랑

개사리댁

작성자hamartia|작성시간26.06.21|조회수12 목록 댓글 0

아들 삼형제 떡두꺼비로 길러 내고도

시집온 이래

큰 기침 소리 한번 내본 적 없는 개사리댁

누가 뭐라고 해도

마지못해 한마디 응 할 뿐

그것도 입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나온 소리 도로 기어들어가도록 작은 소리

그 개사리댁

삼이웃 아낙 가운데

이렇게 말소리 작은 사람 보다 못 보았네

큰아들 장가 들여

며느리한테도

잔소리 하나 없이

타진 중의적삼 꿰맬 뿐

호롱불 끌 때의 숨소리도 누구 들리게 내지 않네

그러던 개사리댁

작년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게 앓더니

다 죽게 되어서야

삼형제 방에 모여 임종하는데

생전 구변이 있어야지

유언 한마디 변변히 해 보지 못하고

장독대 간장독 뚜껑 볕에 열어두라는 한마디 들릴락말락 하더니

또 한마디

느이 아버님 옷솜 새로 틀어다 넣어야 할 텐데 하더니

그냥 꼴깍 숨 넘어갔네

 

 

*구변口辯 : 말을 잘하는 재주나 솜씨

 

 

 

 

.. 고은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