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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작성자봄날|작성시간26.06.14|조회수0 목록 댓글 0

조작

 

김순애

 

가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곳에서 나는 문득 옛 사진을 보다가 한 송이 라넌큘러스를 반추한다 시들어 가는 라넌큘러스를 떠 올리며 지중해식 식단을 짜 본다 올리브 소세지 밥에 병아리콩과 브로콜리를 먹으면 시든 몸에 생기가 돌까

 

낙엽이 쌓이고, 흙의 온기를 품고 화단의 낮과 밤은 발아된 구근을 품고 겨울에 뿌리를 내려 안전한 봄을 기다린다 화단에 쭈그리고 앉아 구근이 없어 발아 될 수 없는 나의 낮과 밤이

가상의 세계라면 가상의 구근도 만들자 번데기 같은 얼굴 사진 한 장을 AI에게 전송한다 반세기 전의 얼굴로 만들어 주세요 눈 깜짝 하는 사이 원본이 사라지고 진짜가 가짜가 되어 라넌큘러스를 닮은 얼굴이 눈앞에 꽃처럼 있다 온라인 속으로 사진이 돌고 사내들이 벌 떼같이 잉 잉 거린다 오프라인 세상으로 나가 멋진 연애를 하고 싶다 헉! 꿈 깨, 가짜라서 온라인세상을 벗어나면 안 돼

 

신도 세월은 되돌릴 수 없다 아니 신은 조작을 하지 않는다 신을 능가한 인간의 지능이 진짜 인간 AGI 가 개발되면 오프라인에 설 수 있을까

 

‘조작된 도시’ 영화를 생각한다

억울한 누명, 무너지는 삶, 그리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 영화의 줄거리다

조작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빛나는 아름다움’ 라넌큘러스 꽃말이 무서워서 사라진 원본을 재생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나는 주름으로 일어서서 더 이상 주름을 펴지 않는다 조작된 젊음의 사진을 삭제하고 진정성을 지닌 세월의 때가 묻은 사진을 보고 있다 딸이 살아 있는 진짜 엄마 얼굴이라고 벽에 사진을 건다 나의 구근이다

 

더 이상 AI에게 사진 조작을 부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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