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길게 살고 싶었다.
달리다 멈추고 달리다 멈추고...
답답함이 심했다.
넓은 대륙에 와서 살았지만
그 세월 14년은 가슴 졸이는
다람쥐 쳇바퀴 인생이었다.
회사 집 가게 집...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4년 전 유월 현충일에 하던 일 다 접고
길에 나섰다.
제헌절에 면허증 땄고,
광복절에 첫 회사를 들어갔다.
그때부터 달리기 시작했고
차츰 가슴 답답함이 사라졌고
먼동이 트면 가슴이 떨렸다.
그 떨림이 초심과 더불어
오래 유지되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하루에 달리는 거리가 평균 620마일
약 천 킬로 정도.
거리가 길다 보니 하루가 길다.
젊어서 꾸던 그 꿈,
이제 그 긴 하루를 달린다.
큰 트럭을 세울 수 있는 넓은 노견에서
밤을 새우고 하루를 시작한다.
트럭들이 많이 모인 트럭스탑과
조명이 환한 휴게소보다는
밤하늘이 간섭 없이, 있는 그대로 보이는
노견에서 밤을 보내고
새 아침을 맞는 것이 좋다.
아침 세면을 위해 잠시 멈춘 휴게소.
야자나무에 까마귀가 앉았다.
여기 까마귀는 커서 독수리만 하다.
조상님들은 새를 하늘의 전령으로 봤고
새 중에 까마귀를 으뜸으로 삼았다.
그 새의 발은 세 개.
삼족은 천. 지. 인, 그 뜻을 말함인가?
애리조나주의 킹맨으로 가는 길.
부드러워 세월에 깎인 흙들 속에
단단한 뼈들이 신전의 기둥처럼 드러나
하늘을 받치는 길,
사천왕상을 지나듯 조심조심 지난다.
소나무 숲으로 빽빽한 1800미터의 고지,
애리조나 플래그스태프를 지나면
운석이 떨어진 특별한 지형이 있는
Meteor Crater 부근에 휴게소가 있다.
그곳에 붉은 두꺼비, 금와태왕이 계신다.
금와태왕 등뒤로
세월이란 말을 조심스럽게 만드는
억 년 세월의 붉은 곰보바위들이
동산을 이루고 바람과 더불어 산다.
그 동산에 서면 지평선이 보이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배움 없이 알 수 있다.
그 바위의 천연두 자국들에도
생명들이 산다.
그들의 종은 지의류.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공생이다.
매년 밀리미터 단위로 성장하며
수십에서 수백 년을 산다니
내 보다 훨씬 더 어르신들이다.
그들을 보니 머릿속 걱정들이
점점 작아지더니 사라졌다.
오늘은 금와태왕 휴게소에서 잔다.
밝은 조명등 아래 트럭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그들끼리도 세상 달린 이야기들 나누다가
하나 둘 크릉크릉 코를 골며 잠들 것이다.
다시 먼동이 텄고, 세면실 처마 밑에
제비 어미가 바쁘다.
집이 튼튼한 걸 보니
아직 돌봐야 할 새끼가 있나 보다.
좋은 아침이야~ 굿모닝~!
집을 향해 남쪽으로 달리는 길.
동쪽 하늘에 새날 새 해가 태어나고 있다.
빛은 나에게 닿지 못하고
바람에 밀려 북쪽으로 달린다.
저도 달리고 나도 달린다.
내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