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어깨
(황인찬)
광화문에서 새로 나온 문예지를 읽으며 지나 계절 발표한 시에 대해 혹시
누가 뭐라 말했나 살펴보고 나면 이제는 할 일이 없군요
허리가 자주 아파서 안마사를 찾아갔군요 두 시간에 십이만 원이지만 항
상 세 시간동안 마사지를 해주시는 아주머니였군요 자세가 안 좋으면
모든 게 안 좋아요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지방의 학생들 앞에서 시에 대해 말할 때는 시를 쓰면 머리가 아프고 허리
가 아파요 머리 없이 허리 없이 어깨가 움직여요 울다 왔군요 많이 울었군요
그래요 압니다
다 압니다
쓸쓸한 나무에는 쓸쓸한 열매가 맺히나요 그런 말은 믿지 않는군요 무엇
을 보고 무엇을 배웠나요 그건 몰라요 그런 말을 그리도 길고 재미없게 하는
군요
아직도 시를 쓰고 있군요 어깨가 움직이고 있군요 시가 싫어서 미치겠는
데도 지겹다고 자꾸 새처럼 짖으면서도 왜 쓰는지도 모르는군요
“혁명이, 철학이 좋았다
머리 있으니까 더 머리 있으니까”
누군가 말을 걸고 있는데도 그걸 모ㅗ르는 군요 혹시 시인 아니시냐고 묻는
사람이군요 굳이 못 알아듣는 척을 하다 맞다는 말을 하는군요
그 사람은 알겠다고 하고 바로 떠나는군요
그래요 압니다
다 압니다
모든 게 안 좋아요 언젠간 좋아질 테지만
**황인찬: 2010년《현대문학》으로 등단.
(2013년<시와세계>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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