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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시

단단한 그늘 / (정용화)

작성자고요한 작업|작성시간14.01.20|조회수14 목록 댓글 0

단단한 그늘 

(정용화)

 

 

오래 머무는 것들은 그늘을 흘려놓는다

햇살이 시큰둥해진 저녁나절

그림자가 나무 하나 심어놓고

그 주위를 맴돌고 있다

날은 차가워지고

주머니 속에 모서리를 가득 넣고

돌아온 날에는 그늘을 묻어 둔

고양이의 눈 속을 상상하게 된다

계단이 삼켜버린 길들에 대하여

그늘을 둥지로 삼아버린 새들에 대하여

미처 시야를 확보하지 못하고

한 줌의 그림자를 털고 날아가는

새들의 언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너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그늘을 갖고 있다

한 장의 얇고 옅은 그늘이 단단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슬픔에 담금질을 한 것인가

나무에서 흘러나온 그늘이

내 몸에 젖어들어 무겁게 얼룩진다

시선이 머물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고양이와 두터워지는 그늘 때문에

부리가 더 짧아지는 새 사이가, 멀다

슬픔도 오래 머물면 오히려 따스해지는가

그늘이 나무를 키우는 저 풍경 속에는

느리게 저녁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다

 

 

 

**정용화: 2001년《시문학》, 2006년《대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바깥에 갇히다』『나선형의 저녁』외.

               2012년 수주문학상 수상.

 

 

 

(2013년<시와미학>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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