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
(조동범.)
그것은 호라즘의 이야기인가. 호라즘의 대학살처럼 모든 것은 한순
간이라고, 당신은 중얼거린다. 죽은 자들은 말이 없고, 산 자들은 죽음
을 쉽게 잊는다. 도시가 타오르면 저수지에 버려진 새들의 음성은 새어
나온다. 그것은 대학살의 전조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수심을 향해 천천
히 스미고, 오래도록 날아간다. 피가 번지고 살이 썩는 밤이 오면 악몽
을 꾸는 소년들이 물 위를 걸어, 죽은 새들의 저수지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악취가 번져 나왔지만, 정화될 수 없는 피의 소문은 끝날 수 없었
다. 강물에 몸을 적시면, 불온하게 부패한 새들의 날개가 얼어붙은 나
의 손을 어루만진다. 악취는 언제나처럼 익숙해진다. 정화되지 않은 죽
음을 길어 마시면 어느새 황홀하고 달콤한 세계는 펼쳐진다. 당신은 말
이 없고, 정화될 수 없는 피의 저수지는 밤을 통곡한다, 거룩하게 사라
지는 지평선 너머로 호라즘의 이야기는 사라지는가. 저수지의 죽은 새
들로부터 정화되지 못한 슬픔은 이내 흘러나온다. 그것은 대학실의 이
야기인가 아닌가. 호라즘의 이야기는 천천히 죽음을 잃어버리고, 죽은
새들은 정화되지 않는 밤을 지나 돌이킬 수 없는 사후를 향해, 영원토
록 침몰한다.
**조동범: 경기도 안양 출생, 2002년《문학동네》로 등단.
시집:《심야 베스킨라빈스 살인사건》《카니발》외 저서 다수.
(2013년 계간<작가들>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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