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 김안)
어머니, 당신은 나의 말 바깥에 계십니다. 그곳의
생활이 어떻습니까? 이곳의 하루는 멀고 지옥은 언제나
불공평합니다. 어제까진 입을 벌리면 눈 먼 벌레들
쏟아지더니 오늘은 모래뿐입니다. 나는 죽은 쥐의 가면을 쓴 채
부푼 샅에 손을 넣고선 나의 오래된 방이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립니다.
어머니, 당신은 나의 모어母語로는 쓸 수 없는 것들입니다
꽃밭에는 꽃이 피었습니다. 꽃은 여전토록 아름답습니다. 무시무시한 말입니다.
나는 쓸 수 없습니다. 저 꽃을 어떻게 죽여야 합니까?
그러나 당신은 이토록 아름다운 붉은 꽃들을 토하며 어디에서든 나타납니다.
어머니, 당신의모국어는 너무나 낯설고, 매일이 사육제인 것처럼
나의 말 바깥에서 웅얼거리는 모국어의 서늘한 빛살이 간절하게
방안으로 쏟아집니다. 하지만 이곳의 생활에도
나름의 규칙과 나름의 관계들이 있습니다. 매일 밤 나의 말을 받아 적고 있는
또 한명의 어머니는, 떠 누구입니까? 내 말의 본향은, 어디입니까? 나는 누구의 모어와 관계하고 있는 겁니까?
**김안: 2004년《현대시》로 등단.
시집:『오빠생각』『미제레레』등.
(2014년 현대시학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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