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무릎이 닿는다면
(이원)
우리는 없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없는 의자와 같이 마주 앉아 있다
의자는 없고
서로 의자가 되었으므로
당신과 나 사이에는 테이블이 놓여야 하지요
테이블 아래로 밤이 자꾸 와서
당신과 나 사이가 깊어지지요
글썽이는 것들은 모두 그곳에 묻히지요
모서리가 네 개 다섯 개
여섯 개
일곱 개로 늘어나지요
어긋나는 중이어서 반짝거려요
당신의 어깨에서 단풍잎
당신의 오른팔에서 불가사리가 떠올라
테이블이 자꾸 출렁거려요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서 솟아오르는 새
뚫린 당신의 가슴과 등 사이에서
의자가 사라지고
살은 짓무르고
오도독거리는 것들을 지나
서로의 무릎이 닿는다면
그 순간 당신과 나는
무릎뼈와 조약돌 같은 안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모든 방향이 사라지고 그러나 바람은
방향이 사라지는 곳에서 불어온다면
울면서 지워지면서
우리는 우리가 먼 미래에서
이제 막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이원: 경기도 화성 출생, 서울에서 성장.
1992년《세계의 문학》가을호에 「시간과 비닐봉지」 외 발표하면서 시단에 데뷔.
시집:『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등.
(이원시집『불가능한 종이의 역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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