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이란?>
1920년대 일어난 근대적인 감각을 나타내는 예술상의 여러 경향.
넓은 의미로는 교회의 권위 또는 봉건성에 반항, 과학이나 합리성을 중시하고 널리 근대화를 지향하는 것을 말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기계문명과 도회적 감각을 중시하여 현대풍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모더니즘은 혁신이었으나 역설적으로 보수성을 지니고 있었다. 재현에 대한 회의로 개성 대신에 신화와 전통 등 보편성을 중시했고 피카소, 프루스트, 포크너, 조이스 등 거장을 낳았으나 난해하고 추상적인 기법으로 대중과 유리되었다. 개인의 음성을 되찾고 대중과 친근하면서 모더니즘의 거장을 거부하는 다양성의 실험이 포스트모더니즘이었다. 따라서 철학에서는 모던과 포스트모던 상황이 반발의 측면이 강하지만 예술에서는 연속의 측면도 함께 지닌다. 비록 이성과 보편성에 의지했지만 이미 재현에 대한 회의가 모더니즘(현대성)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무용에서는 토슈즈를 신었던 19세기 발레에서,
맨발의 자유로움과 기법을 중시한 모더니즘,
그리고 다시 운동화를 신는 포스트모던 댄스로 대중성과 개성이 중시된다.)
예술로써의 모더니즘은 20세기 초, 특히 1920년대에 일어난 표현주의 ·미래주의 ·다다이즘 ·형식주의(포멀리즘) 등의 감각적 ·추상적 ·초현실적인 경향의 여러 운동을 가리켜 말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여러 운동을 통틀어 모던 아트(modern art)라고 말하는 경향이 많으나, 이것을 대국적인 견지에서 말한다면 19세기 예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실주의(리얼리즘)에 대한 반항운동이며, 제1차 세계대전 후에 일어난 전위예술(前衛藝術: 아방가르드) 운동의 한 형태였다.
한국 문학에서는 1931년경 프로문학의 퇴장과 일제강점기 군국주의의 대두를 계기로 나타났으며, 일명 주지주의라고 일컬었다. 김기림(金起林)이 시의 낭만주의적 요소를 배격하고 시작(詩作) 자체의 의식성을 강조하는 시의 기술주의(技術主義)를 주장하면서 형태화하였다.
김기림은 모더니즘 시운동을 벌였으며, 그 특징은
① 정서적 우세에서 지성적 우세로,
② 현실에 대한 초월적 태도에 대하여 비판적 적극성을,
③ 청각적 요소에 대하여 시각적 요소를 강조하였다.
<김기림의 모더니즘 시론>
- ‘오전의 시론’에서
모더니즘이란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야수파, 미래파, 이미지, 주지주의 등 20세기 초기에 등 장한 새 이론을 모두 포괄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특히 이미지, 및 주지주의에 연결되는 문예 상의 개념이 된다. 김기림의 시론이 조직적으로 체계화되어 나타난 것은 [오전의 시론-제일 편 기초편]과 동 [기술편], [포에지와 모더니티], [시작에 있어서의 주지적 태도] 등에서였다.
그는 [오전의 시론]에서 '재래의 시 즉 존재 Sein의 시'와 현대의 '의도적인 제작된 시 즉 당 위 Sollen의 시'로 나누어 현대의 시야말로 건축적인 시 -예술적인 시- 라고 말하고 그 이 론에 따라 직접 시를 창작하기도 했다. '주지주의 시는 자연발생적 시와 명확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단순한 묘사와도 대립' 되는 것이라 했다.
김기림이 내세우는 [오전의 시론]이 주지 주의적 태도를 갖지만, 정작은 주지주의적 문학에 대한 비판임을 명백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가령, 인간의 참여를 극도로 배제하는 예술, 즉 T. E. 흄의 '불연속적 실재관(discontinuity in reality)'에서 분리된 T. S.엘리엇의 '개성 탈각(depersonalization)의 시론(impersonal theory of poetry)'을 김기림은 진공의 예술론이라 단정한다.
이러한 인간성 결여가 현대문명 자체의 본질이라 하더라도 이 신고전주의 속에는 시가 서식할 수 없는 것으로, 그것은 한갓 "대낮에 피로한 오후의 심리"이다. 한편 동양으로 눈을 돌리면, 사물을 전체적으로 통솔하는 지성의 결여가 나타난다. 즉 동양의 [육체적 비만]과 센티멘털리즘이 노출되어 있다.
그러므로 "고전주의로 대표되는 지성을 시의 골격이라고 하면, 육체 정서로써 대표되는 로 맨티시즘 즉 휴머니즘은 근육이요 혈액"으로 보아, 이 양자를 전체로 통일함에 오전의 시론 이 열린다.
그러면 육체와 지성을 종합하는 방법은 어떠한가. 그것은 "동양적 내부의 센티멘 탈을 깨우쳐서 위선 지성의 문을 지나게 한다"는 방법을 취한다. 여기까지 보아 오면, [오전 의 시론]은 센티멘털리즘에 대한 비판에서 지성의 도입을 주장한 것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이 다.
이러한 방법으로 이끌어 낸 시작은 의미의 추방도, 음악이나 무도로부터의 도피도 아니며, 더구나, 여러 의미를 머금는 상징주의를 이용함은 더욱 아니라 한다. '시인은 위선 의미를 말의 다른 요소 즉 소리와 모양과 함께 요소의 하나로 파악하야 가장 정확한 계산에 의해 운용함으로 분명한 것으로서 제시하여야 할 것"으로 되어 있다.
김기림 자신이 과연 이러한 방법론으로 얼마만한 시작의 업적을 냈는가와 이러한 이론과는 구별해 둘 필요가 있다. 임화가 [오전의 시론]을 '수단으로서의 지성]이라 하여, 휴머니즘 논의의 시초라 한 것은 여로 모로 의미 깊은 방 있다. 백철이 도입 주장한 휴머니즘과 다른 가닥을 지성이란 이름으로 김기림이 벌써 도입해 놓은 것이다.
[센티멘탈 로맨티즘]에 대항하여 진력하면서 그 수단으로 지성을 도입했고 그 지성으로 정 작 주지주의 문학을 비판했던 김기림의 시론, 산문에서 최재서가 이룩했던 것과 견줄 있을 것이며, [조선현대시의 연구]에서 이양하의 리처즈 비판도 중요한 임무를 띤 것이라 할 수 있다. 더욱 이양하의 I. A. 리처즈의 [시와 고학] 번역은 주지주의 학론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 김기림의 시세계에 나타난 모더니즘
① 모더니즘에서의 김기림의 위상
30년대 한국 모더니즘을 이미지즘->모더니즘=주지주의 계열의 작품으로 규정하고 나면 김기림은 30년대 한국 모더니즘에서 한 구심점이 되었다. 그 이전 우리 주변에서는 모더니즘이란 명명(命名)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모더니즘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 굳혀지자 곧 정지용, 신석정 등을 같은 유파의 이름으로 묶었다. 그리고 이어 그 주변에 김광균 등을 이끌어 들였던 것이다. 본래 그의 명명이 있기 이전, 정지용이나 신석정은 그저 단순한 서정시인이며 시문학파의 일원인 데 그쳤다. 그것이 그의 명명을 통해서 하나의 특별한 사조 경향을 지닌 시인으로 새롭게 부각되었던 것이다.
② 김기림의 모더니즘 성격
김기림은 엘리어트 이후의 영.미 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엘리어트에게서 배운 기교 가운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시의 형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법이다. 또한 그는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은 이미지와 이미지를 결합시켜서 새로운 표현 효과를 자아내고 있는데 이것 또한 엘리어트가 상징파 시인들에게서 영향받아 곧잘 사용했던 표현 수법의 하나이다. 그는 시적 형상의 감각적 표현에 주력하는 한편 사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방萱?사용하기도 했다. 시에서는 시상 그 자체의 진위보다도 시상을 감각적 등치물로 변형시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엘리어트의 현대적인 시 인식이 우리 나라에서도 그로서 그 빛을 발하게 된 첫 케이스가 된 것이다.
③ 김기림의 시론(詩論)
김기림은 시인으로서 시론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詩論] (1947),[시의 이해](1950) 등이 있으며 특히 [시론]에는 30년대의 우리 시에 대한 그의 폭넓은 관심이 체계적으로 서술된 글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시의 모더니티](1933), [모더니즘의 역사적 위치](1938), [기교주의 비판](1935) 등이 있으며 앞의 두 시론을 중심으로 시에 대한 그의 견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시의 모더니티](1933)
첫째, 감상적인 낭만주의와 격정적 표현주의의 재래시를 비판하였다. 이 두 가지 유형의 시가 비판되는 것은 이들이 강조하는 감정이 구체적 현실과의 관련성을 상실한 상태에서 독자에게 눈물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새로운 시적 감성을 강조하였는데, 재래의 시가 보여주는 지나친 주관성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셋째, 과거의 시와 새로운 시를 비교하였다.
나. [모더니즘의 역사적 위치](1939)
첫째, 우리 신시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학사의 개념을 정의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과학적 문학사를 강조하였다.
둘째, 모더니즘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앞 시대의 낭만주의와 경향파를 비판하였다.
셋째, 모더니즘은 이상의 두 가지 문학적 태도를 비판하면서 나타나며 그것은 시가 무엇보다도 언어의 예술임을 자각하고 동시에 문명에 대한 일정의 감수(感受)를 기초로 한다.
넷째, 모더니즘의 위기를 주장하였다. 30년대 중반이 되면서 우리 시가 모더니즘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말의 중시로 인한 언어의 말초화와 문명의 부정적 양상 때문이라고 보았다.
다. 김기림의 모더니즘 시론 정리
ㄱ.현대시의 회화성
시의 회화성 강조는 곧 그의 모더니즘 시론의 중심 지주를 이룬다. 이런 회화성 중시는 전시대의 시들이 지나친 리듬 의존에 의한 것으로 단정하고 이를 극복하고 회화체의 내재적 리듬에 의한 새로운 시작법을 건설하려는 데 기인한 것이다.
ㄴ.과학적 태도
그가 시도한 과학적 시론의 요점은 과학적인 문학 이론과 비평 용어를 통하여 통일된 문법 체계를 세운다면 구체적인 작품에 관한 실제적 비평이 한층 더 높고 완성된 단계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현대시란 의식적인 시의 제작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해 객관성. 시의 과학화. 문학의 과학화를 주장했다.
ㄷ.전체적 사상
서구 모더니즘시의 이념을 도입하고 시의 본질적인 요소인 形, 音, 意 味를 고립적으로 강조한 입체파, 로멘티시즘, 상징주의의 시적 태도를 비판하고, 유기적으로 혼합된 전체로서의 시를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