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蹄
白首麻衣又碧蹄,
老年奔走困塵泥。
楊雄獻賦人誰解,
孟浩登科事已睽。
秣馬更歸何郡地,
聞雞忽憶故園棲。
斜陽若渡臨津水,
西向齊陵路不迷。
騏峯集卷之三
[역주]
碧蹄:지명. 경기도 벽제 일대
白首麻衣:백발의 선비, 혹은 초라한 복색의 노년
楊雄獻賦:양웅이 부(賦)를 올렸으나 세상에 이해받지 못함
孟浩登科:당나라 맹호연이 과거 급제에 이르지 못한 전고(의역적 사용)
睽:어긋남, 엇갈림
秣馬:말에 먹이를 먹여 여행을 준비함
聞雞:닭 울음을 들음. 출행·각성의 상징
臨津水:임진강
齊陵:고향 또는 특정 향리로의 상징적 지명
[번역문]
벽제에서
백발의 선비가 또다시 벽제에 이르니,
노년의 몸으로 떠돌며 세상 먼지 속에 지쳐 있구나.
양웅이 부를 올렸으나 세상은 알아주지 않았고,
맹호연의 과거 또한 끝내 어긋나 버렸도다.
말을 먹이며 다시 어느 고을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
닭 울음 들려오자 문득 고향의 거처가 떠오른다.
저녁 햇살이 임진강을 건너 비친다면,
서쪽 치령으로 가는 길은 더 이상 헷갈리지 않으리라.
[부주]
이시는 기봉(騏峯) 이시성(李時省, 1598~1668)이 지은 칠언율시로, 벽제(碧蹄)에서의 체험 또는 유람을 배경으로 하여 노년 문인의 회한과 향수의 정서를 드러낸 작품이다.
시의 전반부에서는 백발의 노선(老身)이 세상 속에서 방황하는 처지를 묘사하고, 중반부에서는 양웅과 맹호연의 고사를 인용하여 문명(文名)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강조한다.
후반부에서는 말에 먹이를 주며 귀로를 모색하는 장면과 닭 울음을 계기로 고향을 떠올리는 정서 전환이 나타난다.
결구의 임진강과 치령(齊陵)은 공간적 귀환의 상징으로 기능하며, 현실과 이상, 방랑과 귀향의 대비를 구조적으로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