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韓文
[原文]
昌黎氣脉世誰攀,
自古無人與等班。
勁語雄詞臻閫奧,
天公造物失機關。
鯤鵬出沒長江外,
蛟鰐縱橫大海間。
若不整襟千萬讀,
豈知良璞在堅頑。
騏峯集卷之三
[역주]
韓文:한유(韓愈)의 문장
昌黎:한유의 호
氣脉:문장의 기세와 맥락
等班:동등한 반열
勁語雄詞:강건하고 웅대한 문장
閫奧:깊은 경지, 문학적 비밀의 영역
造物: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힘
失機關:조화의 기틀을 잃은 듯 보일 정도로 뛰어남
鯤鵬:거대한 상상의 새(장자)
蛟鰐:교룡과 악어, 거친 힘의 상징
整襟:옷깃을 바로잡고 경건히 대함
良璞:잘 다듬어지지 않은 옥, 숨은 보배
堅頑:거칠고 단단한 겉모습
[번역문]
한유의 문장을 읽으며
창려 한유의 기세와 문맥을 누가 감히 따를 수 있으랴.
예로부터 그와 동등한 반열에 오른 사람은 없었다.
그의 강건한 말과 웅대한 문장은 깊은 경지에 이르렀고,
천지조차 그 조화를 이루는 기틀을 잃은 듯하다.
곤붕은 큰 강 밖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고,
교룡과 악어는 큰 바다 속을 종횡으로 날뛴다.
만약 옷깃을 바로잡고 천 번 만 번 읽지 않는다면,
어찌 아름다운 옥이 거친 돌 속에 있음을 알 수 있으랴.
[부주]
이시는 기봉(騏峯) 이시성(李時省, 1598~1668)이 한유(韓愈)의 문장을 독서하며 그 문학적 위대함을 찬양한 칠언율시이다.
시의 전반부에서는 한유의 문장이 지닌 기세와 경지를 절대적 수준으로 격상시키며, 동등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중반부에서는 곤붕과 교룡·악어 등의 거대한 상징을 통해 한유 문장의 웅혼함과 역동성을 자연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후반부에서는 반복적 독서와 경건한 자세(整襟)를 통해서만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있으며, 겉으로는 거칠어 보이나 내부에 보배가 있다는 결구로 문학적 통찰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