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池次陶庵韻
[原文]
行尋太白好乾坤,
到處雲冥桂樹村。
洞裹丹霞最靈境,
原頭活水是眞源。
花開千戶逃塵世,
峽束百川入石門。
晝虎夜熊何足說,
長看明月好盤桓。
蘭菊齋集卷之一
[역주]
黃池(황지):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낙동강의 발원지.
陶庵(도암): 여기서는 시의 운을 빌려온 이재(李縡) 혹은 관련 학풍의 인물을 의미한다.
太白(태백): 태백산. 건곤(乾坤)의 기운이 웅장한 곳이다.
雲冥桂樹村(운명계수촌): 구름에 잠긴 달나라의 계수나무 마을처럼 신비로운 곳.
丹霞(단하): 붉은 노을. 신선이 사는 곳의 기운을 뜻한다.
眞源(진원): 근원적인 생명력의 발원지.
晝虎夜熊(주호야웅): 낮에는 범이 나오고 밤에는 곰이 나타난다는 뜻으로, 산속의 거친 자연 현상을 의미한다.
盤桓(반환): 머뭇거리며 놂, 마음 편히 머무름.
[번역문]
황지에서 도암의 시에 차운하다
태백의 좋은 건곤을 찾아 발길을 옮기니,
이르는 곳마다 구름 아득한 계수나무 마을이네.
골짜기 속 붉은 노을은 가장 영험한 경지요,
언덕 위 솟는 샘물은 참된 근원이로다.
꽃 피어 천 호(戶)가 속세를 벗어났고,
협곡은 백 갈래 내를 묶어 석문(石門)으로 들인다.
낮의 범과 밤의 곰이야 어찌 말할 거리가 되랴,
긴긴 밤 밝은 달 보며 머무름이 좋구나.
[부주]
저자 이예환(李禮煥, 1772~1837)의 호는 난국재(蘭菊齋)이다. 송치규(宋穉圭)의 문인으로서 경학에 밝았으며, 당대 명사들과 활발히 교유하였다.
본 시는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를 방문하여 지은 것으로, 자연의 신비로운 경관을 통해 세속을 벗어난 초월적 경지를 읊고 있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몰아(沒我)의 경지와 더불어, 지형적 특성(活水, 石門)을 관찰하는 치밀함이 돋보인다. 특히 '昼虎夜熊'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明月'에 침잠하는 구절에서는 노장(老莊)적인 풍류와 학자의 정적인 삶이 잘 투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