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次霞鶩亭韻

작성자이상훈|작성시간26.06.23|조회수9 목록 댓글 0

次霞鶩亭韻

[原文]

檻外長江十里橫

無邊活畫自天成

落霞飛鶩今猶古

茅棟雕甍景較平

醉後吟餘閑指點

雲收雨霽更分明

羨君長占江湖樂

却愧簪纓誤此生

知退堂集卷之一

[역주]

람외(檻外): 난간 밖. 여기서는 정자 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의미함.

활화(活畫): 움직임이 살아 있는 듯한 그림. 자연의 풍경이 마치 그림처럼 생생함을 뜻함.

락하비목(落霞飛鶩): 떨어지는 노을과 날아가는 기러기. 왕발의 등왕각서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을 인용함.

모동조맹(茅棟雕甍): 초가집의 대들보와 화려하게 조각한 지붕. 소박한 풍경과 화려한 건축물이 어우러진 경치를 비유함.

잠영(簪纓): 벼슬아치가 머리에 쓰는 관의 비녀와 갓끈. 관직을 상징함.

[번역]

하목정의 운을 빌려 쓰다

난간 밖 긴 강물은 십 리에 뻗어 있고,

끝없는 생생한 그림은 절로 하늘이 이루었네.

떨어지는 노을과 나는 기러기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초가집과 화려한 지붕의 풍경은 예전보다 평온하구나.

술 취한 뒤 읊조리고 한가롭게 손가락질해 보니,

구름 걷히고 비 개어 더욱 또렷하네.

그대가 오랫동안 강호의 즐거움 누림을 부러워하며,

관직 생활로 이 한평생 그르쳤음이 도리어 부끄럽네.

[부주]

이 시는 지퇴당(知退堂) 이정형(李廷馨) 선생이 하목정(霞鶩亭)의 정취를 노래하며 지은 칠언율시이다. ‘하목정이라는 이름 자체가 등왕각서낙하와 외로운 기러기가 함께 날아간다(落霞與孤鶩齊飛)”는 구절에서 유래하였는데, 선생은 자연의 변함없는 풍경과 달리 속세의 관직(簪纓)에 얽매여 살아온 자신의 삶을 대조하며 강호에 은거하는 삶에 대한 동경과 성찰을 담아내었다.

경주 이씨의 선조이신 지퇴당 이정형 선생은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나셨던 분으로, 이 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면서도 현실의 무게를 느끼는 사대부의 고뇌를 차분한 필치로 그려내었다. 하목정의 빼어난 풍광 속에서 스스로를 물러남을 아는 사람이라 칭했던 호()처럼, 선생의 정신세계가 투영된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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