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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

딱 붙어 있는 마음

작성자그냥종아요|작성시간26.06.17|조회수18 목록 댓글 0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는 지금 예수님의 마음을 닮고, 그 뜨거운 사랑으로 살아가고자 다짐하는 ‘예수 성심 성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의 마음속에 주님의 성심이 가만히 내려앉아, 그분의 사랑이 온전히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 또한 사제로서 이번 성월을 맞이하며 주님의 마음을 닮아보겠노라 굳게 결심해 봅니다. 하지만 결심은 늘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산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높은 산인지 저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제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부끄러움과 고민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 나도 주님을 닮은 사제라 불릴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던 어느 날,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환한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래, 올해는 이렇게 해보자!’ 하는 다짐이었지요.
요즘 한국 천주교회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WYD)’ 준비로 활기가 넘칩니다. 그 준비의 일환으로 ‘WYD 십자가’가 전국 교구를 순례하고 있는데, 마침 제가 머무는 대구대교구가 이번 달 순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루르드의 성모님이 계신 성모당을 시작으로 성당과 병원, 학교, 교도소, 그리고 낮은 곳에 있는 사회복지 기관들까지 십자가는 쉼 없이 사랑의 발길을 옮기고 있습니다.

 

 

순례하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이번 대회의 주제 성구를 떠올려 봅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세상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방법, 즉 ‘십자가’라는 희생을 통해 세상을 이기는 그 사랑의 법이 바로 예수성심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하지만 그 큰 사랑을 닮으려니 막막함이 앞섰지요. 그때였습니다. 십자가 바로 곁에서 함께 걷고 계신 한 분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성모님이셨습니다.
사실 이 순례의 공식 명칭은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순례’입니다. 십자가는 결코 혼자 가지 않습니다. ‘로마 백성의 구원 성모’라 불리는 성화 속에서 성모님은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 십자가 바로 곁을 지키고 계십니다. 아들이 있는 곳에 어머니가 있고, 예수님의 마음이 머무는 곳에 성모님의 마음도 함께 얽혀 있습니다. 두 분의 마음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일치 속에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주 단순하고도 명쾌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닮고 싶다면, 성모님처럼 예수님께 딱 붙어 있어야겠구나!’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기쁠 때나 고통스러울 때나 무조건 그분 곁에 꼭 붙어 다니는 것. 그렇게 붙어 있으려는 마음만 있다면,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주님께서 어떻게든 채워주시리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 마음은 우리 레지오 단원들의 영성과도 참 닮아 있습니다. 성모님과 손잡고 주님을 모시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기도하고 활동하는 그 길 끝에서 우리는 결국 주님의 마음과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예수 성심 성월, 우리 모두의 마음이 예수님과 성모님의 마음에 ‘딱 달라붙어’ 한마음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함께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그분을 닮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상화 요한 신부 대구대교구 사목국장, 대구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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