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방에 도시락 딱 세 개가
매일 동사무소 위탁으로 복지과에서 배달된다
아침 10시에 대문에 걸려 있다
굽은 허리로, 죽음이 조금 앞인데
할머니는 마당 거리가 백리가 되는 듯
도시락을 챙긴다. 다 자셨는지, 안 자셨는지 모른다
'요즘 음식은 기름 투성이고 딱딱해. 이빨을 모두 잃어서'
하고 어느날 말했다
'시금치도 못 씹어 먹겠어'
할머니는 죽 종류가 좋은 것 같았다
할머니의 도시락(임서상)
입이 포도청이라고, 할머니는 도시락과 생명과
씨름 중이다. 딸 아들은 도무지 소식도 없이
'얼른 죽어야지'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신다
도시락은 그 입을 멈추려고 배달된다
하긴 먹어야 사는 것
내 젊은 입이 부끄럽다
할머니의 생전 모습이 궁금하다
독거 노파에게 차마 오래 살라는 말도
부끄럽다
도시락에 나머지 삶을 의지하는
'자네도 늙어 봐' 하는,
습관의 말도
인생 세 고개를 넘어선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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