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요람 앞에서
함태선
한때는
새벽마다 울음이 먼저 깨어나던 거리
분만실 불빛 아래
아기 이름 하나씩 피어나고
젊은 의사들의 눈빛에도
내일이 자라고 있었다
이제는
닫힌 유리 문에 붙은
임대 문의 한 장
초음파 소리 멎은 복도 끝
먼지만 오래 앉아 있고
아이 울음 대신
엘리베이터 오르내리는 소리만
건물의 속을 비운다
흰 가운 걸어 두고
떠나는 사람들 뒤로
저물어 가는 산부인과 간판 하나
태어나지 못한 봄들이
골목마다 서성여도
어디선가
작은 울음 하나 다시 세상을 열면
꺼져 가던 창문에도
따뜻한 불빛 하나씩 살아나고
대한민국의 내일 또한
작은 생명의 숨결 따라
천천히 다시 꽃피리라
* 춘천 순산부인과 앞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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