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 앞의 침묵
설명이 멈추자, 칠판에는 습기만 남고
전자펜의 흔적이 호흡처럼 내려앉는다.
던진 말은 허공에서 길을 잃고
책상 밑 화면들이 빛을 삼켜 둔다.
손끝은 무음을 눌러 흘러가고
시선은 종의 방향으로 흔들린다.
교실 중심에 정적이 서고
말의 체온이 바닥에 홀로 눕는다.
나는 펜을 놓고 손을 모은다.
칠판에는 불안만 웅크려 남고
응답 없는 시간이 손목을 조인다.
아이의 침묵이 종을 앞선다.
지우개로 질문의 가장자리를 걷어내면
칠판의 흰 자국이 심장에 남는다.
종은 울리지만
말은 한 박자 늦다.
집으로 향하는 손을
차가움이 먼저 잡는다.
약력
등단년도: 2021
등단지: 강원교육문학회
문학상: 2025 K문화독립군 다짐공모전(전국 단위 대회) 교사 부분,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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