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백색 파업 / 정민시
안개가 지독하게 낀 아침
나무들이 집단 가동을 멈췄다
폐 속 깊숙이 고였던 비명을
하얀 입김으로 뿜어내 세상의 관절을 결박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건 안개 때문이 아니다
생각을 비우고 오래도록 살아온
인간의 욕심 때문
숲의 혈관마다 플라스틱 가시로 박혀 있다고
바람의 귀를 빌려 수천 번 경고했건만
사람들은 여전히 풍경의 껍데기만 탐할 뿐
나무들의 푸른 혈서를 모른 채
참다못한 숲이 길을 지우고 나선 날
하늘은 낮은 구름을 내려 보내
촉촉한 안개비로 나무의 멍든 어깨를 주무르며
침묵으로 저들을 가르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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