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김금분
떠나간 사랑 아무리 소리쳐봐라
지나간 버스 손 흔들어봐라
원조 기름집이 한 두 집인가
억지로 돌려세우려 별 얘기를 다한다
귓등에도 안 들리는 왕년의 필름
자꾸 돌린다고 젊은 주연배우 물 오른 청춘이 어림있나
내 마음 원도심을 흐르는 적막의 도랑물
세월의 말판은 까마득한 첫 돌판을 잃고
징검징검 건너뛴다
토박이 벽돌들이 불펀한 몸으로 나서본다
첫 정인 네가 보따리 싸들고 돌아오라고
땅값 허름해진 흥정의 고백이 흐른다
이미 새시민이 되어 거들먹거리는 신도시 까마귀
까맣게 잊은 권태로운 옛사랑에게
순정의 랜드마크는 증발되고 말고지
무너진 도심을 되돌려놓자는 주장은
지루한데다 설렘도 없는 데이트 약속 같은거야
흘끗 알아보고서도 모르는 체 지나가는
무심해진 늙은 연인들
이름이라도 잊지않으면 다행이련만
추억은 원판 원시적이야
첫사랑같은 그곳은
맥락없이 무한 반복되는 호명이고
한시절 북적이고 번화했던 연정의
흐린 기억일 뿐이지
* 원도심 : 옛중심지
약력
0.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1990년)
0. 시집 <아름다운 립스틱, 저녁놀> 등 5권
0. (사)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 (재)강원문화재단이사.강원여성문학인회장
0.강원문학상.강원여성문학상대상. 국민포장. 여성가족부장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