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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창작공동체 아르케 김승철 작 연출의 화전

작성자발전기입니다|작성시간24.02.27|조회수23 목록 댓글 0

박정기의 공연산책 창작공동체 아르케 김승철 작 연출의 화전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창작공동체 아르케 김승철 작 연출의 화전을 관람했다.

 

 

 

김승철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의 배우이자 작가 겸 연출가로 현재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대표다. <소풍> <수갑 찬 남자>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 <평상> <피의 결혼 콜라주> <벚나무 그늘 아래서 벌어지는 한 가문의 몰락사> <전하의 봄> <안티고네> < 그류? 그류?> <팝콘> <전하> <놀이로 풀어본 맹진사댁 경사> <아름다운 살인자 보이첵> <즐거운 나의 집> <전야제> 등을 연출했다. 2008 밀양여름예술축제 젊은 연출가전 대상 연출상, 2015 서울연극인대상 연출상, 2015 공연과 이론 작품상, 2015 창작산실 대본공모 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한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연극 '화전'은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처녀지나 휴경지를 새로이 경작할 때 불을 놓아 야초와 잡목을 태워버리고 농경지로 사용하여 생활하는 유민들. 우리 나라에서의 화전 농업은 작물의 재배와 더불어 시작되어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40년 경성제국대학의 위생조사부에서 낸 보고서에 의하면 일제강점기 1926년에는 3만여호, 1931년에는 4만여호, 1935년에는 7만여호로 증가하였다. 1935년 이후로는 일제의 북선개척사업으로 화전민의 수가 감소하였다. 화전민의 토지 생산성은 극히 낮아 소작료도 이윤도 모두 성립하지 않았으며, 잉여생산물도 없이 겨우 살아갈 수 있는 정도만 수확하였다. 일제는 토지조사로 임야도 신고하게 하였으며 미신고된 토지는 국유화했으며 삼림령을 내려 화전민 박멸정책을 수행하였다. 화전민의 호구지책으로 행하는 삼림벌채로 매년 4천건에서 8천건이 입건되었다. 광복이후에 남한에서는 1968년 '화전정리법'으로 강원도 산간지방에 남아 있던 화전민을 다른 지방에 정착시키기 시작하여 1976년에 화전정리가 종결되었다.

 

 

연극은 조선개국당시 화전민들 이야기에 고려 유신들의 망국가요인 정선아리랑의 유래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희곡이다.

 

 

지역특성상 강원도 사투리로 진행되는 극은 24명의 배우와 7명의 악단이 출연하며 준비기간만 5년이 걸린 대작으로 절제된 무대구성에 어느하나 모자람 없는 배우들의 기량으로 오롯이 120분을 가득 메운다.

 

 

화전민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는 마을 뒷산, 퓨전오케스트라의 빠르고 장엄한 굿장단이 흐르고, 베일로 막을 쳐 아스라해 보이는 억새풀밭 너머 바위등선 어디쯤 무엇을 위한 제인지 모를 만신의 신령스럽고도 긴장감 가득한 굿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마을사람들의 모습으로 막이 시작된다. 배경은 조선 개국의 시대이나 배우들의 의상은 현대 의복이고 화전민들은 평상복으로, 고려유신들은 정장으로 신분을 표현했다. 가락은 국악을 베이스로, 국악기와 클레식악기가 혼재된 독특하고 감각적인 라이브연주로 극 전반을 아우르며 풍성한 극적 시너지를 배가시킨다. 슬로우모션 기법과 스톱모션을 활용하여 정지된 화면 을 배경으로 스포트라이팅된 화자들을 부각시킨 연출기법은 마치 그림속 장면에 특정적 서사를 입혀 입체화 시킨듯한 시각적 효과를 더하며 많은 등장인물들의 밀도 높은 텍스트를 박스별로 분류한듯 정갈하고 단정하게 서사를 전달하는데,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빼어난 무대연출도 눈에 띄었던 공연이었다.

 

 

 

때는 1398년 초 늦겨울. 이성계가 역성혁명을 일으켜 새로운 왕조를 세우고, 고려의 유신들이 집단으로 은거하던 두문동이 잿더미가 되고 난 이듬해, 강원도 정선 땅 서운산의 깊은 골짜기, 열댓 채의 너와집이 옹기종기 터를 잡은 화전민 부락의 민초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기고 있다. 마른 벼락이 유난을 떨던 어느 밤, 한겨울을 나기 위해 부락민들이 마을 공동 곳간에 꾸역꾸역 모아놓은 귀한 양식이 도난당한다. 이건 아무리 봐도 산짐승이 아닌 사람의 소행. 이틀 뒤, 곳간에 쳐놓은 덫에 한 사내가 걸리고 잔뜩 화가 난 부락민들이 사내에게 그간 도둑맞은 곡식의 용처를 캐묻는다. 그때, 저 어두운 숲 쪽에서 거지꼴을 한 사내들이 한 무리 나타나 부락민들의 곡식은 자신들이 전부 먹어 치웠다고 실토한다. 살던 곳에 역병이 돌아 아녀자와 아이들은 다 죽고 가옥과 전답들은 전부 불에 태워져 타지를 떠돌다 서운산까지 흘러들어왔다는 사내들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할터이니 마을에 머물게 해주기를 청한다. 귀한 곡식을 훔쳐 간 것은 괘씸하나 한겨울에 그들을 산속으로 내칠 수 없던 부락민들은 이 외지인들을 마을에 들이기로 결정한다. 이로써 정선 서운산 화전민들과 의문의 사내들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때 묻고 헐긴 했어도 양반의 행색에 희고 고운 손을 가진 그들은 평생 일이라곤 해본적 없는듯 만사 서툴고 실수 투성이라 화전민들의 놀림거리가 되곤 하지만 아웅다웅하며 겨울을 나는 사이 서로에게 스미며 어느덧 공동체의 일원인듯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어느날 산나물이며 약초를 캐러 갔던 이들이 운좋게 고라니를 사냥해오고 마을은 오랜만에 기름진 고기파티가 벌어지는데 화목하고 평온한 시간도 잠시, 이랑을 짝사랑하던 돌치는 전연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랑이 전연과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광경을 목격하고 분노해 관가에 사내들을 고발하고 만다. 관군이 들이닥친 마을은 삽시간에 쑥대밭으로 변하고 서운산으로 피신한 사내들을 쫒는 관군들은 돌치를 앞세워 억새풀밭에 불을 놓는데..

 

 

 

 

출연: 신현종(촌장), 김성일(갱내기), 조은경(갈근댁), 윤슬기(이랑), 경미(고랑), 김구택(돌치부), 이경성(돌치모), 한동훈(돌치), 이해성(전오륜), 송현섭(전연), 신욱(박서방), 이형주(김충한), 이해온(고천우), 박정인(이수생), 이홍재(신안), 박현민(변귀수), 김태양(김휘), 민정오(현감&마을사람), 김강민 성종원 양재범(병사), 정영재(병사&무당)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이 광객의 공감대를 형성시킨 작품이다. 다만 배우들의 의상이 조선시대가 아닌 현대극 복장이라 시대설정에 맞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었다.

 

연주: 공양제(건반), 이연우(북), 정다정(베이스드럼), 박재이(대고), 허유진(Vn), 정가흘(Vc), 이색(Db) 등 연주자들의 기량도 드러나 갈채를 받았다.

음악 공양제, 조명 김성구, 무대 박상봉, 움직임 양은숙, 제작지원 박재이, 기획 한가을, 홍보디자인/그림 지나다,

사진 조상백, 무대감독 신희존, 조연출 김영경, 조연출보 김성미, 조연출보 이정아, 조명오퍼 이승민 등 스텝진이 기량이 일치하여 창작공동체 아르케 김승철 작 연출의 화전을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박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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