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9. (목)
<아침놀> 제 4권 후기
제 4권을 읽고 모인 세미나에서는 주로 <자기기만>을 주제로 질문과 대답을 나눴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가면들을 바꾸어 써 가며 연기하듯 살아가는 것 같은데, 그 중 어떤 가면을 ‘자기 자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과연 진정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건지, 내가 그동안 위장하려 했던 가면들이 얼마나 어설프고 나쁜 연기였는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어떤 삶이 오디세우스와 같은 철저한 배우의 삶인지도 책을 끝까지 읽으며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미나는 4권의 아포리즘 중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지적이라고 다가온 것을 각자 이야기하며 시작됐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18절 ‘자신의 약점을 예술가처럼 처리하는 것’, 321절 ‘순진의 위험’, 240절, 306절, 324절 등에서 나오는 무대, 배우, 연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니체는 ‘어떤 인간이나 사물을 잘 알지 못한 채 사랑하는 사람’을 순진하다고 합니다. 이 순진함은 무구함과는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경험, 신중함, 균형 있는 태도가 부족하며 제대로 통찰하지 않는 무지함을 말한다고 보입니다. 니체는 이러한 무지를 하나의 미덕으로 만드는 기독교를 비판합니다.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잘 알지 못하면서 너무 쉽게 ‘천국’의 구원을 믿어버리고, 그 안에서 사랑받는다는 만족을 느끼는 순진한 사람들! 그러면서 자신의 ‘죄’를 너무나 쉽게 인정하고, 자신을 알고자 하는 의지를 기꺼이 다른 이에게 맡겨버리는 사람들! 세미나 시간에는 주변에 있는 그런 기독교인들에 대한 충격^^;을 많이 얘기했는데, 후기 쓰며 생각하니 제 자신의 모습도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왜 그렇게 대충 생각하고, 쉽게 믿어버리고, 나의 지성을 다른 무엇에 쉽게 맡겨버리는 걸까요? 어쨌든 세미나 시간에 말했던 경험을 겪으며, 그리고 책을 읽으며 이러한 순진함이 정말 위험한 삶의 태도라는 걸 배웠습니다.
이와 반대로, ‘전적으로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만을 믿으며 자신에게 침잠한 채 세상을 잊어버린’, ‘가장 깊은 고독에서 저절로 울려 나오는 것으로, 자신에게 침잠한 채 말하고, 청중과 귀 기울이는 사람 그리고 작용과 오해 또는 실패가 밖에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알지 못하는’ “무구함”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니체는 이것을 음악을 통해 설명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이렇게 생각을 깊게 해본 적이 없기에 우리 모두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쨌거나 음악에 대한 아포리즘들은 자기기만과는 거리가 먼, ‘자기 자신이 되는 예술’을 말하고자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218절의 ‘나는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예술가적인 힘, 즉 자신의 약점을 통해 자신의 덕을 오히려 두드러지게 할 줄 알고 자신의 약점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그의 덕을 열망하게 만들 줄 아는 힘을 갖기를 바란다.’ 이 부분이었습니다. 베토벤, 모차르트, 바그너를 예로 들며, 이들 모두 약점이 있지만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그는 자신의 힘을 회복한다.>고 니체는 이들의 힘을 얘기합니다. 왠지 이 문장을 읽을 때 굉장한 위로와 힘을 받는 느낌을 받아 좋았습니다. 제가 최근 인정한 저의 가장 큰 약점은 ‘우울증’이라는 질병인데, 이것을 예술가처럼 처리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앞으로 꼭 알아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니체』에서 4장의 주제로 잡은 ‘배우의 철학’에 대한 얘기도 나눴습니다. 과연 306절의 오디세우스처럼 가상과 존재의 대립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철저한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바로 이 부분이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과 연결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적어도 내가 쓰고 있는 가면 뒤에 진정한 ‘나’가 있다고 나를 속이지 않는 것……. 적어도 이 정도만 생각할 수 있어도 최악의 자기기만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10시가 넘도록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이만큼만 후기를 남깁니다. ^^;
이번 주 목요일~ 5권 씐나게 읽고 또 열띤 셈나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자는 시간 줄이고 열나게 읽고 가겠습니다. ㅠ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