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세미나, 힘들지만 조금씩 조금씩 계속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ㅎㅎ
2부의 1장은 화자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p.1362
"우리는 흔히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할 때 우리는 이 죽음의 시간을 막연하고 먼곳에 있는 것처럼 상상한다. 그 시간이 이미 시작된오늘 하루와 어떤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지 않고 또 오늘 오후에도 죽음이 올지 모른다는 (또는 우리 몸의 일부에 죽음이 달라붙어 오늘 오후에 죽음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지붕없는 사륜마차를 타고 르그랑댕에게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순간, 할머니에게 마지막 발작이 찾아옵니다. 화자는 할머니가 앓아 누운 집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스케치합니다. 죽음의 과정을 겪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까지. 상대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화자의 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삶과 분리되어 보이면서도 매우 일상적인 '죽음'의 과정이 많은 사람들을 통과해 가고, 할머니는 돌아가십니다. 약간은 건조하게 스케치 된 짧은 편을 읽으면서, 먹먹하게 슬프더라구요. 프루스트의 글처럼 흘러가는 죽음을 이해할 수 없어서?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허무한 감정을 이길 수 없어서? 여러가지 이유로, 그랬습니다.
2장은 화자가 회상하는 '어느 가을의 일요일'에서 시작합니다. 언제일까요? 알 수 없어요. 아직 귀족 사교계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그 사회를 드나드는 때라는 것밖에. ^^
여기서 화자는 알베르틴을 또 만납니다. 알베르틴이 갑자기 찾아오지요. 왜? 이유는 알 수 없어요. 아무튼 다시 만난 알베르틴은 과거와 다른 '단어'를 구사하는 아가씨가 되어 또다른 매력을 풍깁니다. 화자는 더 이상 알베르틴을 사랑하지 않지만, 그녀가 사용하는 언어에, 그리고 육체에 매력을 느낍니다. '현재'에 가장 만나기를 고대하는 여인은, 스테르마리아 부인이구요, 그런데 화자를 집에 초대하는 여인은 그동안 동경하고 사랑해 마지않던 게르망트 부인입니다. 참 많고 많은 여인들! ^^;
귀족 가문에 초대받은 화자는 이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p. 1421
"빌파리지 아주머니나 로베르가 내게 표하는 우의 덕분에 늘 그들끼리 같은 동아리에서 생활하는 게르망트 부인이나 그 친구들의 눈에, 나라는 인간을 내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정도로 호기심의 대상으로 보이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화자는 재능 있는 청년, 사교계에 집착하지 않는 청년으로 보였습니다.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지요. 화자는 더이상 게르망트 부인을 사랑하지 않지만, 그 사회에 대한 동경을 여전히 지니고 있으므로 초대에 응하고 왕래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집안에 드나드는 많은 귀족들의 태도와 대화를 스케치하고, 그들 사이에서 귀족들을 소개 받고 소개되며 관계를 맺어 갑니다.
이 안에서 화자에게 주로 보이는 것은 귀족들의 ‘예절’입니다. 화자는 게르망트 집안에서 본 태도들이 상황과 장소를 잘 이용하여 손님을 환대하는 예절이라고 하면서, 한낱 낱말이 뜻하는 바 이상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p.1478
“남을 감동시키는 친절한 인물이자 불쾌한 냉혹함을 갖춘 인물, 자질구레한 의무의 노예이자 가장 신성한 계약을 헌신짝같이 파기하는 사람인 게르망트 씨의 행동에서, 마찬가지로 나는 2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양심의 거리낌을 애정과 도덕의 영역에서 순 형식의 문제로 옮겨놓은 루이 14세 치하 궁전 생활 특유의 빗나감을 그대로 발견했다.”
p.1485
“게르망트네와 쿠르부아지에네 사람들의 유일한 일치점은 남과의 거리를 뚜렷하게 표시하는 변화무쌍한 기술이었다.”
위에서 말하는 ‘루이 14세 치하 궁전 생활 특유의 빗나감’이란, 마음 속 깊은 정(情)에서 빗나간 듯 보이는 형식적 예절을 말합니다. 화자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집을 찾아온 게르망트 씨는 가족들의 슬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귀한 자신’이 화자 가족들에게 말을 걸어주는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에만 가득 찬 모습을 보입니다. 마음에서 비껴난, 오직 세련되고 고귀하게 보일 거라 여겨지는 수많은 예절(악수하는 법 등)만을 생각하고 행하며 사는 삶이란 얼마나 공허할까요? 한편,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 역시 형식에만 치우친 표정이나 말, 상냥한 예절을 행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씁쓸, 공허하네요^^
7월 8일에는 강원 1박 2일 토론회로 세미나를 한 주 쉽니다.
그 다음 주 15일에 “게르망트 쪽” 끝까지 읽고 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