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8. 우리들의 이야기

디엠지 17코스

작성자벽암|작성시간25.11.07|조회수24 목록 댓글 0

화강 , 이별과 군자의 마음

열쇠전망대에서 우리는 출정식을 했다. 멀리 북녘의 선전마을, 80여 가구의 집들이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 서 있었다.

전망대 내부에는 한국전쟁 당시 사용되었던 군수품과 북한 주민들의 생활필수품이 전시되어 있어, 긴 시간 이어진 분단의 실체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을 움직인 것은 필리핀 라모스 중령의 이야기였다. 낯선 이국의 땅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라를 위해 싸워 승리했던 그 장교가 후에 필리핀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 남의 나라에서도 그토록 헌신한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나라를 위해서는 오죽 더 뜨거웠을까. 그의 삶과 태도가 지닌 묵직한 울림이 전망대 바람 속에 오래 남았다.

 

대장정은 도창리 검문소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1차 대장정 때 군이 출동했던 아픈 기억을 품고 있는 곳이다.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지만, 그 기억을 품은 채 다시 걷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성찰을 내포한다.

남대천교를 건너며 우리는 화강을 바라보았다. 한때 ‘남대천’이라 불리던 이 강은, 2009년 지역 유지들이 이름의 뿌리를 찾아 나선 끝에 다시 ‘화강’으로 돌아왔다. 세종 때의 '화강관', 겸재 정선의 ‘화강백전’, 그리고 대동여지도의 ‘화강’이 그 근거였다. 화강은 북한 김화군 금성면 642고지 수리봉에서 발원하여 DMZ와 한탄강을 지나 남으로 흐른다. 이름이 단지 이름이 아님을, 강물은 스스로 말해주고 있었다.

 

강변을 걷다 보니 수세미 하우스가 나타났다. 별것 아닌 줄 알았던 수세미가, 종자는 기름을 짜 쓰고, 어린 열매는 식용이 되며, 수액은 약재와 화장수로 쓰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미해 보이던 것이 알고 보니 유익했다.

세상도 사람도 어쩌면 그렇다. 알고 보면 쓸모 있고, 들여다보면 소중하며, 무심히 스쳐보내기엔 모두 제 빛을 품고 있다.

 

느티나무 30리 길을 따라 억새는 서늘한 바람에 흔들리고, 발 아래 낙엽은 바삭하게 부서지며 가을의 냄새를 흩뿌렸다.

문득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한 대목이 떠올랐다. 건륭황제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해 열하로 가던 길, 수행원을 일부 남겨야 했던 순간. 장복은 남겨지고 창대만을 데려가야 했을 때, 연암은 이별을 이야기했다.
이별에는 사별과 생이별이 있는데, 사별은 한쪽만의 슬픔이고 생이별은 서로의 가슴을 동시에 찌른다. 산술로는 두 배이지만, 실제 감정의 깊이는 그보다 더하다.
그래서 그는 말했다. 이별하기 좋은 곳은 물가라고. 물은 한 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헤어진다.
어쩌면 해설하고 있는 나 자신도, 오늘 누군가와 마지막 길을 걷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오늘 걸을 수 있는 이들과, 소통하면서 걷자.

<우임금은 소통하는 疎法으로 왕이 되고 아버지는 둑을 쌓는 堵法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철원하면 군대 이야기, 그리고 와수리를 빼놓을 수 없다. 기와 ‘瓦’, 물결 ‘水’. 옛 현감이 석양에 마을을 내려다보았을 때, 기와 지붕들이 물결처럼 일렁여 보였다는 데서 유래했다 한다. 지금은 와수 카페까지 자리 잡고 있다.

 

청양3리 수변공원에 이르니, 말랐지만 수련이 남아 있었다. 주렴계의 『애련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흙탕물에 뿌리를 내렸으되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어 소통하고 겉은 곧아 굽히지 않으며, 멀어질수록 향기는 더욱 맑아지는 꽃.
수련은 곧 군자의 표상이다.

군자는 ‘폼’이 아니라 ‘품’을 가진 사람이다.


대동사회는 군자들이 세상을 공(公)으로 삼고, 능력 있는 이를 등용하며, 서로의 신뢰를 다져 공동의 평화로 나아가는 세계다.
지금 우리 협회가 추구하는 '사람과 사람의 평화' 또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가을의 화강은 이별을 떠올리게도 하고, 첫사랑을 떠올리게도 하며, 지난 삶을 비춰보게도 한다.
그러나 무엇을 떠올리든 괜찮다.
걷는 동안 마음이 움직였다면, 그 길은 이미 의미로 채워진 것이다.

 

잘 익은 가을이다. 이 길 위에서 우리가 꿈꾸는 대동사회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함께 걷는 서로의 마음 속에 있다.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의 이 인연이 오래도록 따뜻하길 바랍니다.

폼잡지 말고  서로를 품어주면서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