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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웃긴 꽃

작성자박명진|작성시간10.10.12|조회수515 목록 댓글 0

 

 

 

 

소를 웃긴 꽃

 

- 윤희상(1961~ )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시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시집 '소를 웃긴 꽃'(문학동네) 중에서>





꽃에게 천하장사 타이틀을 바쳐야겠다. 쪼그마한 들꽃이 감히 주제를 모르고 백두급의 실한 소를 번쩍 들어 올리다니! 이 기적 같은 엉뚱한 사태는 무지막지한 힘의 논리가 아닌 연약한 꽃의 간지럼밥으로부터 온다. 또한 짓밟으면 그만일 꽃을 감상할 줄 아는 소의 지순한 덩치로부터 온다. 그 지순한 덩치가 바로 들판이다. 길을 가다 나도 땅에 바짝 붙어서 핀 꽃 앞에서 살짝 발을 들어 올린 적이 있다. 그때 발목을 접질리지 않으려 기우뚱하면서 중심을 잡기 위해 양팔을 들어 올렸을 것이다. 멀리서 소가 보았다면 아마 저이가 춤을 추는구나 하지 않았을까. 하여간 소가 웃을 일들이 좀 더 많아야겠다. <손택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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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소를 들어 올리다니 동화 같은 상상력인가 싶은데 가만, 저것은 실제가 아닌가? 들판에 풀(꽃)이 있는 한 소는 결코 맨 땅을 밟을 수 없다. 납작 엎드리긴 했어도 풀이 온몸으로 들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먹이사슬에서 생산자인 풀은 1차 소비자인 소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뿔이 된다. 소가 풀을 밟고 선 저 단단한 네 굽도 실은 풀로 된 것이다. 풀이 없다면 저 큰 짐승도 맥없이 쿵 쓰러질 것이다. 소뿐이랴,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는 인간도 살아서 울거나 웃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풀잎에 매달린 한 마리 풀여치다. 저 철부지 웃는 소도 그걸 알긴 알 것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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