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詩)
이상
역사(役事)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 내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 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위험하기짝이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그들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 처량한생각에서 아래와같은작문을지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라.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는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 해제
화자는 공사를 하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발견한다. 일하던 사람들이 그 돌을 큰길 가에 버린 것을 알고 처량한 생각이 들어 ‘이런 시’를 지었다고 했다. 시의 내용으로 보아 ‘내다 버린 돌’은 곧 ‘사랑하던 이’임을 알 수 있다. 그 순간 ‘어떤 돌’이 물끄러미 치어다보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자신의 사랑을 데리고 간 듯하게 보이는 사람임을 암시한다.
■ 핵심 정리
• 주제 :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
내면 세계를 감추고 싶은 욕망
• 특징 : 알레고리 기법
• 출전 :‘가톨릭 청년’ 2호, (1933.7)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시인 특유의 알레고리 수법[풍유(諷喩), 우유(寓喩). 표면적인 이야기나 묘사 뒤에 어떤 정신적·도덕적 의미가 암시되어 있는 비유로, 그 비유의 매개체로는 인물· 동· 식물 등 구체적인 사물이 이용되며, 이 때 일반적 사물도 모두가 인격적 의미를 내포한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이 독재 정치에 대한 알레고리를 담은 대표적 작품이다.] 을 통해 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표면적 주제 속에 시적 화자의 내면 세계를 감추고 싶은 욕망이라는 심층적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전편에서 제시되는 '커다란 돌'과 '어떤 돌', 그리고 나의 관계를 바로 셋째 단락인 '작문'에서 나타나는 '그대'와 '나'의 관계를 통해 알레고리화한 것이다. 이처럼 이 시는 시인의 전유물이다시피한 자아 분열 현상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어도,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 분열의 형식적 반영물이라 할 수 있는 알레고리 수법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 두드러진 특징을 지닌다.
먼저 첫 단락에서 화자는 '커다란 돌'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셋째 단락의 '사랑하던 그대'를 알레고리화한 것이며, 그 돌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 길가'에 버려졌다는 것은 '그대'가 험난한 세파(世波)에 놓여져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단락의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없더라'라는 구절은 연인이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레 떠났음을 뜻하며,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는 '그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음을 알려 준다. 셋째 단락의 '작문'은 이 시를 해석하는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에서 '커다란 돌'이 '그대'를, '내차례에 못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라'에서 '어떤 돌'이 '그대'에게 생긴 새로운 애인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화자가, 떠난 연인에 대해 갖는 그리움의 마음을 자신의 연적(戀敵)에게 행여 들켜 버리지나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을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은 것으로 표출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자신의 모습이 들통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 화자는 '이런시는그만찢어버리고싶'다며 자신의 내면을 감추고 싶어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따라서 이 시는 겉으로는 떠난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고 있는 듯하지만, 마지막 단락을 고려해 보면 자신의 내면 세계를 감추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자폐적 의식 세계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시인 이상(李箱)
1910년 서울 통인동 출생.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졸업.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취직. <조선과 건축> 회지 표지도안 현상모집에 1등과 3등으로 각각 당선. 1931년 처녀시 '이상한 가역반응'과 '오감도' 발표, 서양화 '초상화'를 '선전(鮮展)'에 출품, 입선. 1934년 '구인회' 가입, 본격적인 문학활동 시작. 1936년 '지주회시' '날개' 발표, 변동림과 결혼 후 도일. 1937년 사상 불온혐의로 일본 경찰에 유치, 4월 17일 동경제대 부속병원에서 객사함. 작품으로는 권태, 날개, 오감도 등이 있고 많은 시집과 소설집이 있다.
■참고
▤ 초현실주의
앙드레 브르통에 의하여 주도적으로 제창되기 시작한 예술상의 광범위한 개혁 운동이다. 이 초현실주의라는 용어는 아폴리네르(G. Apollinaire)가 만들어낸 것이며, 이 운동은 1918년부터 1939년 사이에 가장 위세를 떨쳤다. 이 초현실주의는 1916년 스위스의 쮜리히에서 루마니아 시인인 차라(Tristan Tzara)의 주동으로 일어난 다다이즘에서 싹이 텄다. 즉 어법(語法)의 무시, 의미와 논리성의 거부 등 모든 전통적 가치(價値)와 모랄(도덕률)의 기성 사회 질서를 철저히 파괴하고자 하다가, 마침내 시 자체까지도 부정하게 되어 소멸하게 되고 만 다다이즘의 다음 단계에 위치하는 사조이다. 한국 문학에서는 넓은 의미의 초현실주의가 1930년대 중엽 이상, 이시우, 신백수 등을 중심으로 한 『삼사문학(三四文學)』 동인들에 의하여 조금쯤 실험된 바 있지만 별로 이렇다 할 작품은 드문 실정이다.
▤ 다다이즘
기존의 가치체계를 부정하고, 일체의 질서파괴를 노리는 예술운동을 말한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사회적 불안과 허무감으로 나타난 문화 전반적인 운동이다. 예술의 모든 영역에 걸쳐 일체의 규범을 무시하는 시나 회화 등을 만들어냈지만, 작품보다는 그 모임의 별난 행동으로 시선을 모았다. '다다'라는 말은 시인 트리스탄 차라가 프랑스어 사전에서 우연히 본 목마[dada]에서 따온 것이다. 전쟁의 잔인성을 증오하고 합리적 기술문명을 부정하며, 일체의 계약을 거부하고 기존질서를 배격하는 등의 과격한 실험주의적 경향으로 후에는 초현실주의에 흡수되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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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청가인 작성시간 11.04.11 이상의 오감도 해설서 '에코우'의 저자입니다...
오감도 해설을 읽으시면 이 시의 이해도 깊어지리라 생각합니다...
해설 분량이 너무 많아 올리지 못합니다.
제 카페에 오시면 오감도 해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cafe.daum.net/chunggain
지금까지 이상의 해석은, 해설한 이들 스스로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황당한 상태였지요?
이상의 해석이 곧 뒤바뀌게 될 것입니다.
가르치는 선생님들부터 이해를 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