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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임화

이수익-결빙의 아버지

작성자두레박|작성시간08.08.08|조회수6,452 목록 댓글 2

결빙(結氷)의 아버지 / 이수익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 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 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랭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零下)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化身)해 있음을 보았습니다.

품 안에 부드럽고 여린 물살은 무사히 흘러

바다로 가라고,

꽝 꽝 얼어붙은 잔등으로 혹한을 막으며

하얗게 얼음으로 엎드려 있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 핵심정리

▶ 구성

  1연 : 과거(유년시절 회상) 예닐곱 살 적 겨울 외풍을 막아주던 아버지

  2연 : 현재(성년시절) 자식을 통하여 아버지를 그리워 함

  3연 : 오늘(현재) 영하의 한강 얼음을 통하여 아버지를 연상함

▶ 성격 : 회상적, 애상적, 서정적, 감각적, 고백적

▶ 어조 및 태도 : 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리는 화자의 차분하면서도 애틋한 목소리

▶ 심상 : 촉각적, 시각적 심상을 통해 대상의 이미지를 구체화

▶ 특징 : ① 대화체를 사용하여 독자를 시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② 시간의 변화가 시상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③ 자연물의 상태 변화를 통해 대상의 이미지를 구체화하여 드러내고 있다.

          ④ 동일한 감각적 이미지(추위-유년의 고통과 시련, 차가운 얼음-아버지의 따뜻한 사랑)를  대조적으로 활용하여 대상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 주제 : 아버지의 사랑과 애틋한 그리움, 한강교에 얼어붙은 얼음을 보고 아버지를 그리워함,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

▶ 출전 : 불과 얼음의 콘서트(2002)

* 적산 가옥(敵産家屋) : 해방 뒤에 일본인이 물러가면서, 우리나라에 남겨놓고 간 가옥


■ 이해와 감상

 성인이 된 화자는 한강다리를 건너면서 꽁꽁 얼어붙은 강물을 본다. 강물의 겉에는 속에 흐르는 부드럽고 여린 물살이 무사히 바다로 흘러 가라고 꽝꽝 얼어붙은 잔등으로 혹한을 막아주며 하얗게 얼음이 얼어 있다.

화자는 그 강을 보면서 유년 시절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겨울보다 더 견디기 힘든 지독한 가난의 혹한에도 아버지는 자식들이 무사히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여윈 잔등으로 자식들을 품어주고 이제 한줌의 재가 되어 돌아 가셨다. 이제 부재하는 아버지의 그 깊은 자식에 대한 사랑을 떠올리며 화자도 옛날의 그 아버지처럼 잠든 아이들의 이불깃을 다독여줄 것이다.


* 지은이 : 이수익 (李秀翼, 1942.11.28~) 방송국 일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한 시인. <우울한 샹송>, <아득한 봄> 등 작품에서 이미지의 선명성과 아름다움이 두드러진다. 대한민국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이수익의 시에서는 구조적인 완결미와 우수 어린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방법적인 면에서는 이미지즘의 영향을, 내용적인 면에서는 심미주의적 경향을 나타내는 시들을 주로 썼는데, 그의 시에서 두드러진 것은 이미지의 선명성과 아름다움이다.


■ 수능형 문제(2008년 6월 4일 교육과정평가원 대수능 모의고사)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늬 산(山)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섭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백석, 「여승(女僧)」-


(나)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 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 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 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 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 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나희덕, 「못 위의 잠」-

(다)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 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 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랭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零下)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化身)해 있음을 보았습니다.

품 안에 부드럽고 여린 물살은 무사히 흘러

바다로 가라고,

꽝 꽝 얼어붙은 잔등으로 혹한을 막으며

하얗게 얼음으로 엎드려 있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이수익, 「결빙(結氷)의 아버지」-


1. (가)~(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반어적 표현을 구사하여 주제를 부각시킨다.

② 시간의 변화가 시상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③ 부정적 현실을 포용하려는 여유로운 정신이 엿보인다.

④ 대화체를 사용하여 독자를 시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⑤ 화자와 대상의 거리를 좁혀 자연 친화적 태도를 드러낸다.


2. (가)와 (나)를 비교할 때 적절하않은 것은?

① (가)는 사람이, (나)는 자연물이 시상을 유발한다.

② (가)는 (나)에 비해 내면을 성찰하는 태도가 잘 드러난다.

(나)는 (가)에 비해 간접적으로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④ (나)는 (가)에 비해 친근한 어조를 사용하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비유적으로 인물을 표현하고 있다.


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여인’이 생계를 유지하는 공간

② ㉡: ‘여인’이 비극적 상황에서 대안으로 선택한 공간

③ ㉢: ‘사내’가 자신의 처지를 확인하는 공간

④ ㉣: ‘사내’가 지향하는 삶을 상징하는 공간

⑤ ㉤: ‘사내’가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 공간


4. (다)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외풍’은 아버지의 사랑을 대비적으로 부각시키는 소재이다.

② ‘이승의 물로 화신’에는 삶에 대한 윤회론적 인식이 엿보인다.

‘여린 물살’은 아버지의 보호를 받는 자식을 형상화한 것이다.

④ ‘얼어붙은 잔등’은 화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 사건을 추측하게 한다.

⑤ ‘얼음’은 일반적인 속성과는 달리 따뜻함이 투영된 이미지이다.


<정답 및 해설>

1. ② 시의 표현상, 내용상 특징 이해하기(공통점)

  (가)시에서는 현재-과거1-과거2-과거3으로 이루어지는 전개방식을 보여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인의 삶이 파란만장하게 변화하고 있다.

 (나)에서는 아비제비가 못 위에서 꾸벅거리며 밤을 지새는 모습을 통해, 과거 실업자로서 고달프게 살아갔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회상하고 있다. 아비제비와 아버지의 겹쳐짐은 연민의 정서를 유발하며, 꾸벅거리는 제비의 모습은 경제적으로 무능력했던 즉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 있다. 글의 전체적인 시상전개 방식은 연상과 유추, 시간적 순서이다. (나)의 마지막 시구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은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오는 부분이다.

 1~8행 : 현재(못 위에서 자는 아비 제비) / 9~25행 : 과거(실업자 아버지의 초라한 아내 마중) / 26~27행 : 현재(아비 제비와 실업자 아비의 서글픔이 겹침)

 (다)는 ‘유년시절-요즈음’으로 시간의 흐름이 보이며, 어린 시절의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을 물을 통해 확인한다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세 작품 모두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오답 ④ (나),(다)는 대화체로 볼 수 있다. ⑤ (가)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화자의 태도는 비교적 절제되어 있다. (나),(다)는 화자-대상 간의 거리 좁히는 부분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자연친화적 태도와는 상관이 없다. (나)의 달빛은 인물의 초췌함과 막막함을, (다)의 ‘물’은 아버지의 헌신적 사랑을 빗댄 객관적 상관물이다.


2. ② 시적 화자의 태도 파악하기

 (가)의 시적 화자는 비극적 사건에 대해 비교적 절제된 어조로 표현하고 있다. 관찰자적 입장에 가까우므로 자신의 내면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나)의 시적화자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비교적 객관적 시선으로 시적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내면성찰의 태도는 두드러지지 않으나, 다만 (나)의 경우 ‘아버지’라는 시어를 통해 시적 화자의 체험임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오답:③ (가)에서 화자는 ‘서러워졌다, 슬픈 날’ 등의 직접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나)에서는 ‘못 위에 아비, 창백한 달빛, 깨어지지 않는 호두알, 흙바람, 좁은 골목’ 등의 시어(객관적 상관물)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3. ⑤ 소재의 함축적 의미 파악

 ‘골목’은 한 가족을 넉넉하게 품어주지 못하는 좁은 공간이므로 시적 화자의 절망적 공간이다.

 -오답 : ‘버스 정류장’은 흙바람을 맞는 공간으로 시적 대상의 시련의 공간이다. 아내의 퇴근을 맞이하는 실업자 남편의 현실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4. ④ 낯선 시의 함축적 표현의 이해(작품의 종합적 감상)

 ‘얼어붙은 잔등’은 자식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오답 : ⑤ ‘얼음’은 ‘여린 물살(자식)’을 보호하는 아버지의 표상이므로, 아버지의 헌신과 사랑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 유년시절의 따스함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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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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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쿠란카나매 | 작성시간 11.05.06 자료 참고할께요 ㅎ
  • 작성자가을조조 | 작성시간 12.04.30 감사합니다. ^^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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