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조세희
■핵심정리
•갈래 : 연작소설, 단편소설
•배경 : 시간적 - 1970년대 노동 문제가 제기되던 시절
공간적 - 은강 공장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특징 : 개인적인 경험과 사회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제시
•주제 : 억압받는 노동자의 비참한 삶과 이에 대한 저항
■줄거리
아버지가 꿈꾸던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법을 가져야 하는 세상이라면 이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고 나(영수)는 생각했다.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영희는 섭씨 30도 이상 되는 방직 공장에서 졸면서 일했는데, 작업반장은 조는 영희를 빨간 피가 배어나게 옷핀으로 찔렀다. 나는 그곳에서 기사 조수로 일했다. 공장에서 사고가 일어난 공원들이 죽어 갔다. 노동조합 지부장이 끌려가고 공원들이 무더기로 해고를 당하였다. 근로자 측은 임금 인상과 정당한 이윤 분배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용자측은 근로자 측을 사사건건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로 규정짓고 들어줄 것이 없다고 답했다.
나는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던 아버지의 말이 옳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있으며 은강에서는 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모두 12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1979) 중 한 작품이다. 소외계층을 대표하는 난쟁이 일가의 삶을 통해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과 모습을 파헤치고 있다.
또한 작가는 화려한 도시의 재개발 뒤에 숨겨진 빈민의 아픔 등을 폭로함으로써 1970년대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던 노동 현실과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간결한 문체로 추악한 현실과 아름다운 동화를 대비시킴으로써 사회적 모순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 즉 소설적 긴장과 환상적 공간의 창출을 위해 동화적 기법을 도입했는가 하면 우화적, 은유적 수법도 동원했는데 이는 유신체제의 검열의 눈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
조세희의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는 하층민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아버지는 처절한 삶을 살다 한 줌의 재가 되어 세상과 작별하고, ‘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현재의 삶에 대해 실날같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집안 사정은 가난 그 자체이다.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더럽고 추악한 것을 보고 듣고 먹으며 생활한다. '나’는 은강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기에 그 대우가 좋을 리 만무하다. 그러면서도 자본주의의 시발점인 영국보다는 나은 상태라고 생각을 한다. 영국의 노동자들은 채찍질을 당하며, 싸고 독한 술을 마시며, 죽으면 천당에 간다는 복음만을 믿고 일을 한다. 그에 비해서는 나은 상태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3남매는 은강에서 죽어라 일을 한다. 하지만 가족의 생계를 이끌어 가기 위해 돈을 쓰고 보면 남는 것이 없다. 나는 기계의 기름과 땀에 절은 작업복을 입으며 일을 하고 영희 역시 파란 작업복이 땀에 젖은 채 일을 한다. 영희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면 작업반장이 옆으로 와 그녀의 팔을 바늘로 찌른다.
나는 공장 사람들이 변화하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있어서 인간다운 생활에 대한, 사람이 인생을 사는 동안에 느낄 수 있는 기쁨, 평화, 공평, 행복에 대한 욕망을 갖기 바란다. 그러면서 나는 영이를 만난다. 그녀는 나와 많은 토론을 하고 근로자의 여건 개선을 위해 은밀한 계획을 짠다. 며칠 후 노사 간 회의가 열리면서 나는 근로자 대표로서 참석하게 된다. 그 곳에서 서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회의가 진행될 뿐이었다.
'나'는 의식이 깨어있는 자로, 여러 책을 많이 보았고, 현실에 대한 불합리함을 느끼는 인물이다. 나는 철저하게 노동자의 위치에 서있으며, 노동자들이 받는 불합리함에 대해서 바꾸기를 원한다.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잇속만을 챙기는 자들이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알지 못한다. 노동자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면서, 자신의 배만 불릴 생각을 하는 작당들이다. 나는 공평을 원한다. 하지만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평은 존재하지 않는다. 똑같은 인간이 지배하고 지배당하는 구조가 어떻게 공평할 수 있는가. 하지만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이 조금 더 윤택해진다면 그것이 공평하다 느끼는 것이다.
◉심화학습
•‘나’의 <사랑>에 대한 믿음
∘ 나 : 처벌 없는 사회를 꿈꿈 → ‘사랑’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림
∘ 아버지 : 사랑의 세계를 꿈꿈 → 사랑을 가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믿음
↓ (부당한 노동 현실을 바라 봄)
* 아버지가 꿈꾸던 사랑을 인정함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에 등장하는 '나'의 아버지는 관계 회복을 위해 사랑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본디 사랑은 마음에서 비롯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에 의해 강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의 아버지는 현실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너무 잘 아는 사람이다. 법이 있어도 편법이 만연하고 법이 보장하는 권리마저 행사할 수 없기에 법이 없는 세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주인공 '나'의 생각은 다르다. 아버지가 남겨주신 사람에 기반을 둔 '나'는 법으로 강요된 사랑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교육을 통해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생각도 머지않아 바뀐다. 그가 접한 세상 역시 아버지가 접했던 세상과 다를 바가 없고 그 속에서 현실의 참모습을 맛본다.
은강 공장 노동자들의 요구는 부당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은 법이 부족해서 일까? 아니다. 이는 주인공 '나'도 안다. 그러나 그들은 법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진실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법 밖에 없는 것이다. 타율적으로 구속하여야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인간의 격을 낮추고 있다.
법은 최소한의 것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랑' 이라는 가치마저 법에 의해 좌우되어야 한다는 발상은 현실이 얼마나 힘겨운가를 어김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다.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문제는 서로를 이해관계로 여기는 이상 법이 존재한다고 해도 원활이 해결되기란 어려운 문제다.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다면 '나' 가 원한 것처럼 법에 의해 강요된 사랑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 작품 읽기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조세희
나는 아주 단순한 세상을 그렸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보다도 단순했다. 달에 가서 천문대 일을 보겠다는 것이 아버지의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었다면 아버지는 오십억 광년 저쪽에 있다는 머리카락좌의 성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쌍한 아버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갔다. 몸은 화장테에서 반줌의 재로 분해되고, 영호와 나는 물가에 서서 어머니가 뿌려넣는 재를 보며 울었다. 난장이 아버지가 무기물로 없어져버리는 순간이었다. 아버지는 생명을 갖는 순간부터 고생을 했다. 아버지의 몸이 작았다고 생명의 양까지 작았을 리는 없다. 아버지는 몸보다 컸던 고통을 죽어서 벗었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잘 먹일 수 없었다. 학교에 제대로 보낼 수 없었다. 우리집에 새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본 적도 없었다. 영양 부족으로 일어나는 이상 증세를 우리는 경험했다. 단백질 부족인 빈혈·부종·설사를 부르고는 했다. 아버지는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일하고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잃었다. 그래서 말년의 아버지는 자기 시대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었다. 어버지 시대의 여러 특성 중의 하나가 권리는 인정하지 않고 의무만 강요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경제·사회적 생존권을 찾아 상처를 아물리지 못하고 벽돌 공장 굴뚝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아버지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사랑에 기대를 걸었었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그 세계의 지배 계층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했었다. 인간이 갖는 고통에 대해 그들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살랑을 갖지 않은 사람네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런 집 뜰에서는 꽃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날아 들어갈 벌도 없다. 나비도 없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강요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살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린 세상도 이상 사회는 아니었다.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법을 가져야 한다면 이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 내가 그린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유로운 이성에 의하여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법률 제정이라는 공식을 빼버렸다. 교육의 수단을 이용해 누구나 고귀한 사랑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사랑이라는 기반을 주었다. 나더 아버지처럼 사랑에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우리 네 식구가 살기 위해 온 은강시는 머릿속 이상 사회와 너무나 달랐다. 우리는 참고 살았다. 쾨적한 생활 환경을 찾아 은강에 온 것이 아니다. 공장 주변의 생물체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나는 목격하고는 했다. 은강 공작창과 합성 고무 공장 앞을 지날 때 나는 땅만 보고 걸었다. 공장을 끼고 흐르는 작은 내를 건널 때는 숨을 쉬지 않았다. 시커먼 폐수·폐유가 그냥 흘렀다. 근로자들은 아침 일찍 공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녁때 노동자들은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계속 조업 공장의 새벽 교대반원 얼굴에는 잠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공원들은 잠을 쫓기 위해 잠 안오는 약을 먹고 일했다. 영국의 상태는 아주 끔찍했었던 모양이다. 로드함 공장에서는 어린 공원들이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채찍질을 했다는 기록을 나는 읽었다. 이 로드람 공장이 오히려 인간적이었다는 기록도 나는 읽었다. 리턴 공장에서는 어린 공원들이 한 공기의 죽을 먹기 위해 서로 싸웠다. 성적 난행도 당했다. 공장 감독은 무서웠다. 공원들의 손묵을 묶어 기계에 매달았다. 공원들의 이를 줄로 갈아버릴 때도 있었다. 리턴 공장의 공원들은 겨울에도 거의 벌거벗고 일했다. 하루 열네 시간 노동은 보통이었다. 공장 주인은 노동자들이 시계를 갖는 것을 금했다. 하나밖에 없는 공장 표준 시계가 밤늦게 까지 일을 하게 했다. 이들 노동자와 가족들이 공장 주변에 빈민굴을 형성하고 살았다. 노동자들은 싸고 독한 술을 마셨다.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복음만이 그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참혹한 생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아편을 쓰는 사람도 있었다. 자식에게까지 쓰는 사람이 있었다. 공장 주인과 그의 가족들은 상점이 들어선 깨끗한 거리, 깨끗한 저택에서 살았다. 그들은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교외에 그들의 별장이 있었다. 신부는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영국의 노동자들은 공장을 습격했다. 그들이 제일 먼저 때려부순 것은 기계였다. 프랑스의 철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망치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절망에서 나온 부르짖음이었다.
이 상태에 비하면 우리 은강 노동자들은 더없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매질을 하는 공장주도 없고, 이를 줄로 갈아버리는 공장장도 없었다. 우리 공원들에게는 결코 한 공기의 죽을 얻어먹기 위해 싸울 필요가 없었다. 아편 주사를 맞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나의 사랑 때문에 괴로워했다. 아버지도 이 사랑 때문에 괴로워했을 것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공장주들은 괴로워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백육십 년 전에 그 두 나라에 있었던 일을 지금 은강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중요한 건 현제애.
영호의 말이었다.
큰오빠.
영희는 말했다.
우리는 어느 쪽에 가깝지?
뭐라구?
그들의 백육십 년 전 상태에 가까워, 아니면 현재의 상태에 가까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영희는 기계 기술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형, 영희는 맨 모르는 것 투성이야.
어린 영호가 말했었다.
그러는 작은오빤?
난 알아.
나도 중학교에 가면 배울 거야.
오학년 책에도 산업 혁명이 나왔어.
중학교까지 의무 교육이 된대.
그건 바라지 마라.
아버지가 말했었다.
안 돼도 넌 중학교에 가게 될 거야.
정말이다, 아빠.
그래. 약속하마.
오늘은 바람이 이상하게 부는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공장 매연 문에 머리가 아파.
빨래도 다시 해야겠어요.
영희가 말했다.
저 공장에 나가는 아이들의 건강은 말이 아냐요.
영희야, 제발 연필 좀 아껴 써라.
어머니는 말했었다
그래야 중학교에 보내준다.
그건 작은오빠가 버린 거야.
끝까지 써야 돼. 우리는 부자가 아냐.
비 온 끝이었다. 저녁 아카시아숲에서 매미가 울어댔다. 아버지가 방죽가에 매어둔 배를 마당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제 교대반으로 밤일을 나가야 할 영희가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자가 없잖니?
웃으면서 나는 말했다.
자가 없어서 재볼 수가 없어.
세상을 끄는 것은 미친 말들야.
영호가 말했다.
그래서 아무도 정확히 말할 수 없어.
그들의 후손이 지금은 자기 차를 몰고 공장에 나가.
영희가 말했다.
그곳 노조 사람들은 경영주와 동등한 입장에서 노사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너희 조합 지부장은 어떻게 됐니?
몰라.
영희는 말했다.
회사 사람들이 우리가 모를 곳으로 끌고 간 것 같아.
늦겠다.
어머니가 말했다.
너 잠 안 오는 약 같은 같은 건 먹지 마. 그리고 너희 조합 일에 큰오빠 끌어들일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오빠는 그냥 일이나 하게 놔둬.
알았어요.
그러나, 은강에서 나는 일만 할 수 없었다. 우리 삼남매는 공장에 나가 죽어라 일했으나 방세 내고, 먹고...... 남는 것은 없었다. 우리가 땀을 흘려 벌어온 돈은 다시 생존비로 다 나가버렸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은강 노동자들이 똑같은 생활을 했다. 좋지 못한 음식을 먹고, 좋지 못한 옷을 입고,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오염된 환경, 더러운 동네, 더러운 집에서 살았다. 동네의 아이들은 더러운 옷을 입고, 더러운 집에서 살았다.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나는 공장 주변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나타낼 질병의 증세를 생각했다. 은강 공업 지역이 저기압권에 들면 여러 공장에서 내뿜는 유독 가스가 지상으로 깔리며 대기를 오염시켰다.
어머니는 은강에 온 후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호흡 장애·기침·구토 증상도 자주 일으켰다. 영희는 청력 장애를 일으켰다. 직포와 작업 현장의 소음이 영희를 괴롭혔다. 나는 그때 보전반 기사 조수로 일하고 있었다. 밤일을 하는 영희를 보는 순간 나는 죽고 싶었다. 영희는 졸음을 못 참아 눈을 감았다. 두 눈을 감은 채 직기 사이를 뒷걸음쳐 걷고 있었다. 그 밤 작업장 실내 온도는 섭씨 삼십구 도였다. 은강방직의 기계들은 쉬지 않고 돌았다. 영희의 푸른 작업복은 땀에 젖었다. 영희가 조는 동안 몇 개의 틀이 서버렸다. 반장이 영희 옆으로 가 팔을 쿡 찔렀다. 영희는 정신을 차리고 죽은 틀을 살렸다. 영희의 작업복 팔 부분에 한 점 빨간 피가 내배었다. 새벽 세시였다. 새벽 두시부터 다섯시까지가 제일 괴롭다고 영희는 말했었다. 영희는 눈물이 핑 돈 눈을 돌렸다. 그 시선 끝에서 큰오빠가 기사 조수로 일하고 있었다. 나는 기사가 손본 기계에 기름칠을 하고 공구를 챙겼다. 나의 작업복은 땀과 기름에 절었다.
나는 은강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머릿속부터 변혁시키고 싶은 욕망을 가졌다. 나는 그들이 살아가는 사람이 갖는 기쁨·평화·공평·행복에 대한 욕망들을 갖기를 바랐다. 나는 그들이 위협을 받아야할 사람은 자신들이 아니라는 것은 깨닫기를 바랐다. 영희는 많은 시간을 나를 관찰하는 데 보냈다. 나는 날마다 사무실 게시판 앞에가 섰다. 퇴직·해고·출근 정지 처분자의 명단이 거기 나붙었다. 나는 게시판 앞에 아버지보다 작은 몸이 되어 서 있고는 했다. 난장이가 간다 고 사람들은 말했었다. 아버지가 차도를 건널 때 승용차 안 사람들은 일부러 경적을 울리게 했었다. 그들은 아버지를 보고 웃었다. 영호는 그들이 다니는 길 밑에 지뢰를 만들어 심겠다고 말했었다. 큰오빠. 영희는 말했었다. 아버지를 난장이 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 마음속 큰 증오로 얇은 입술을 떨었다. 영호가 심은 지뢰 터지는 소리를 나는 꿈속에서 듣고는 했다. 그들의 승용차는 불길에 휩싸였다. 불 속에서 그들이 울부짖었다. 꿈속에서 들은 것과 같은 울부짖음 소리를 나는 은강에서 들었다. 알루미늄 전극 제조 공장의 열처리 탱크가 폭발했을 때였다. 주물 공장 용광로에 연결된 탱크가 폭발하는 순간 시뻘건 불기둥이 하늘 높이 솟았다. 쇳물·쇳조각·벽돌·슬레이트 부스러기들이 하늘에서 쏟아져내렸다. 주위의 공장들도 지붕이 날아가고 벽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우리가 달려가보았을 때 공장 부근에는 공원들의 몸이 잘려진 채, 여기저기 널려져 있었다. 작은 공장이었으나 한 순간 은강에서 제일 큰 소리를 냈다. 겨우 살아난 공원들은 동료의 몸 옆에서 울부짖었다.
희생된 공원들을 위한 특별 예배를 북쪽 공업 지역 안에 있는 노동자 교회에서 보았다. 영희도 근로자들 틈에 앉아 기오했다. 목사는 지독한 근시였다. 목사는 오목 렌즈를 통해 아이들을 보았다. 목사는 안경을 벗어들고 눈을 감았다. 나는 기도하는 목사와 아이들을 보았다. 감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나는 보았다. 어머니가 흘리는 눈물도 보았다. 어머니는 묻은 치마 끝을 올려 눈물을 닦았다. 알루미늄 전극 제조 공장에 나가는 젊은이가 어린 신부와 함께 이웃에 세를 들어 살았다. 그는 열처리 탱크가 터질 때 현장에 있었다. 젊은이의 몸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렸다. 그는 하루에 천삼백 원씩 받고 일했다. 남편을 잃은 어린 신부는 목을 매어 죽었다. 어머니는 신부가 임신중이었다고 말했다. 배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또 하나의 생명이 어머니를 울렸다. 나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랑 때문에 괴로워했다. 우리는 사랑이 없는 세계에서 살았다. 배운 사람들이 우리를 괴롭혔다. 그들은 책상 앞에 앉아 싼 임금으로 기계를 돌릴 방법만 생각했다. 필요하다면 우리의 밥에 서슴없이 모래를 섞을 사람들이었다. 폐수 집수장 바닥에 구멍을 뚫어 정수장을 거치지 않은 폐수를 바다로 흘려넣는 사람들이 그들이었다. 영희는 회사 사람들이 노동조합 지부장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끌어갔다고 말했다. 아주 심한 날은 삼십여 명의 공원들을 무더기로 해고시켰다.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배를 탄 사람으로 행동했다. 그들은 우리의 열 배 이상의 돈을 받았다. 저녁때 그들은 공업 지대에서 먼 깨끗한 주택가,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따뜻한 집에서 살았다. 그들은 몰랐다. 사용자는 아이들이 무엇을 급히 원한다든가 시위를 하지 않지만,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움터간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무도 얼굴을 들지 않아 그 변화를 좀처럼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꼭 말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어떤 힘이다. 권위에 대해 아주 회의적인 힘이다.
나는 책을 읽기 위해 자주 노동자 교회에 갔다. 내가 필요로 하는 자료들을 목사가 찾아주었다. 공포심이 우리의 가장 큰 적이라는 것을 목사는 강조했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일반 교회의 목사들이 공포심을 이용한다는 사실도 나는 알고 있었다. 노동자 교회의 목사는 달랐다. 그도 사랑 때문에 괴로워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를 사회조사연구회 라는 모임에 끌어들였다. 자부장은 공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표 복사본만 게시판에 나붙었다. 은강방직 노조는 조용히 침몰해가고 있었다. 경영자는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대의원 대회를 소집하여 부지부장을 새 지부장으로 선출하게 했다. 공장 안은 조용했다. 기계는 스물네 시간 쉬지 않고 돌았고, 해고자들도 소란을 피우지 않았으며, 생산 부서의 책임자들이 무섭게 다그쳐도 공원들은 저항없이 조용히 일만 계속했다. 공장장은 이사였다. 공장장은 서울 본사에서 열리는 이사회에 나가 어깨를 펴고 앉았다. 대표이사가 그를 칭찬했다. 모든 주주들이 그를 칭찬했고, 은강 그룹의 총수도 그의 역량을 인정했다. 그들은 낙원을 이루어간다는 착각을 가졌다. 설혹 낙원을 건설한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나는 했다. 낙원으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를 우리에게는 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낙원 밖, 썩어가는 쓰레기더미 옆에 내동댕이쳐둘 것이다. 그들은 냉·온방기를 단 승용차에 가족을 태우고 가다 교외로 이어진 도로 옆에서 우리를 발견할 것이다. 더럽기도 해라! 그들의 부인이 말할 것이다. 게으른 낙오자들! 그들이 말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일한 만큼 주지 않은 돈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영희가 새 지부장을 나에게 데리고 왔다. 부지부장으로 있을 때 직포과에서 함께 일한 아이였다. 밤일을 할 때는 잠 안 오는 약을 먹고, 낮일을 할 때는 반대로 잠 오는 약을 그 아이도 먹었었다. 나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의 어려움에 대해 지부장에게 설명했다. 똑똑하고 예쁜 아이였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영이는 빨리 알아들었다. 노동법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아직 나이가 어려 자기 정리를 못 할 뿐이었다. 그 혼란에서 그 아이를 끌어내면 되었다. 나는 날마다 영이를 만났다. 우리는 자료를 모아 토론하고 합당한 말을 찾아 노트했다. 영희가 영이를 집으로 데려오고는 했다. 어머니는 영이를 좋아했다. 우리는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동자 교회에도 나가지 않았다. 공장 안에서 만나도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내가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목사의 말을 영희가 가져왔다. 그 말을 영이는 믿었다. 어머니는 불안해했으나 더 이상 나를 잡아둘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나는 영이가 근로자측 대표위원으로 사용자에게 할 말을 하나하나 기록해나갔다. 영이는 조합 상무집행위원회를 열어 다른 네 명의 위원을 선출했다. 그 명단을 회사에 제출하고 사용자측 대표위원 및 위원의 명단을 받았다. 공장장이 조합 사무실에 큰 화분을 보내왔다. 노사의 경제적인 이익과 산업 평화를 위한 협의가 되기를 바라는 뜻이라고 생산부장이 설명했다. 그들은 조합이 아주 알맞게 힘을 잃었다고 믿었다. 그들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해고자와 출근 정지 처분자의 명단을 사무실 앞 게시판에 붙였다. 밤일을 끝낸 아이들과 오후반 아이들이 회의장 앞에 몰려 노사 대표둘에게 똑같이 손을 흔들었다. 영이는 나와 함께 토론하고 검토하여 만든 작은 노트를 들고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영이는 힌 원피스에 흰 구두를 신었다. 영이는 예뻤다. 영희가 영이의 가슴에 진한 보라색 꽃 한 송이를 달아주었다. 아이들이 큰 소리로 웃었다. 회사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었다. 영이는 웃지 않았다.
나는 기름 묻은 작업복을 입은 채 다섯 명의 근로자측 방청인 중의 한 사람으로 회의장에 들어갔다. 사용자측 대표들은 엉뚱하게 끼어든 보전반 기사 조수를 보고 웃었을 것이다. 노사 대표위원 및 위원들이 다섯 걸음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앉았다. 나는 구석자리, 낮은 의자에 앉아서 보았다. 처음 분위기는 아주 부드러웠다. 참석자들은 찬 음료수를 선풍기 밑에 앉아서 마셨다. 나까지 마셨다. 아주 조심했으나 공장 손님 접대용 유리잔에 기계 기름을 묻히고 말았다. 이십 분쯤 자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사용자3: 생산성 향상에 관한 사항은 부공장장님 말씀과 생산부장님 말씀을 들어 잘 이해되었을 줄 믿습니다. 노사 양측이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으니까 전종업원에게 공개하여 두루 알리는 게 좋겠습니다.
근로자 3: 여기서 핀 이야기를 잠깐 하고 싶습니다.
사용자 2: 핀?
근로자 3: 네, 끝이 뾰족한 옷핀입니다. 생산부장님은 아실 거예요.
사용자 4: 무슨 얘기야? 영이가 말해봐.
근로자 1: 이런 상태에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사용자 4: 왜?
근로자 1: 저희는 천오백 명의 근로자를 대표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사용자 3: 그렇지, 그런데?
근로자 1: 저희는 존대말을 쓰는데 부공장장님도 부장님들도 반말을 쓰십니다.
사용자 1: 우리의 실수입니다.
사용자 3: 회의록엔 어떻게 됐죠? 처음 부분을 고쳐주세요.
근로자 1: 옷핀에 관한 이야기는 생산부장님이 더 잘 아실 테니까 직접 듣고 싶습니다.
사용자 4: 난 금시 초문이라니까.
사용자 3: 다시 말씀해주십시오.
사용자 4: 네, 그러죠. 옷핀이 도대체 어쨌다는 건지 전 모르겠습니다.
사용자 2: 옷핀?
어머니: 옷핀을 잊지 마라, 영희야
영 희: 왜, 엄마.
어머니: 옷이 튿어지면 이 옷핀으로 꿰매야 돼.
근로자 3: 그 옷핀이 저희 근로자들을 울리고 있어요.
영 희: 아빠보고 난장이라는 아이는 이걸로 찔러버려야지.
어머니: 그러면 안 돼. 피가 나.
영 희: 찔러버릴 거야.
근로자 3: 밤일을 할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누구나 새벽 두세시가 되면 졸음을 못 이겨 깜박 조는 수가 있습니다. 반장이 옷핀으로 팔을 찔렀습니다.
사용자 4: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근로자 4: 저희는 벌레가 아녜요.
사용자 2: 왜들 이래요!
근로자 5: 반장이 옷핀을 짧게 잡았습니다. 그 끝으로 팔을 찌르는 거예요. 살 속으로 파고들어 잠을 쫓아 틀은 잘 볼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난 한 달 동안 밤일을 하는 조합원들이 울면서 틀 사이를 뛰는 것을 너무 자주 보았습니다.
근로자 4: 생산성 향상과 핀의 관계를 알고 싶습니다.
사용자 4: 아무 관계 없어요.
근로자 2: 핀을 쓰는 건 아셨죠?
사용자 4: 왜들 이러지, 정말. 그런 못된 짓을 하는 걸 알았다면 가만 놔뒀겠어요? 어떤 반장이 핀을 사용했다면, 그것은 개인이 갖고 있는 잔인한 성격 탓이지 회사와는 상관이 없는 일예요.
근로자 1: 일단 조사를 해 주세요.
사용자 1: 생산부장이 조사를 해보세요. 사실이라면 인사 조처하세요.
근로자 1: 이게 직포과에서 쓰여졌다는 핀입니다. 물론 생산도 중요하지만, 다들 잠자는 시간에 저희 조합원들이 울면서 틀 사이를 뛰게 할 수는 없습니다.
사용자 1: 지부장 말이 옳아요. 우린 문명인으로 문명 사회에 삽니다. 미개 사회에서나 일어날 일이 지금 우리에게서 일어난다면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사용자 2: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우리 공장은 폭행·협박·감금, 기타 정신 또는 신체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 근로자 여러분의 자유 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 근로자 여러분이 작업중 사고를 일으키는 일이 있어도 어떤 구타 행위를 하지 않아요.
근로자 1: 이의를 말씀드려야 되겠지만, 우선 사항이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사용자 2: 그러면 안 돼요. 말해봐요.
근로자 1: 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금지 사항입니다. 우선 협의할 안건이 있어서 지금은 말씀 안 드리겠어요. 금지 상항이 안 지켜지고 있는 것은 많아요.
사용자 5: 모든 걸 법대로 하자면 은강에서 돌아가는 기계들 대부분을 지금 세워야 됩니다.
사용자 4: 기계는 세워두면 녹이 슬어요. 공장 문도 닫아야죠. 그렇게 되면 여러분 모두가 일할 곳을 잃어요.
사용자 1: 엉뚱한 비약입니다. 두 분 말씀에 잘못이 있습니다.
사용자 2: 두 분이 하신 말씀은 회의록에서 빼도록 하죠.
사용자 1: 빼세요.
아이 1: 쟤들은 빼.
아이 2: 왜?
아이 1: 난장이 아들하곤 놀 수 없어.
영 호: 형.
나: 참아, 영호야.
영 호: 말리지 마. 저 새낄 죽여버릴 거야.
아이 1: 어! 이게 날 쳐!
영 호: 죽어! 죽어!
나: 놔줘, 영호야. 영호야, 영호야!
아이 3: 난장이가 온다!
아이 4: 난장이가 온다!
근로자 2: 저희 공장은 어떻죠?
사용자 2: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사용자 1: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사 협조와 산업 평화입니다.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면 안 돼요.
근로자 1: 저희들은 돌아가는 기계를 더욱 빨리 돌아가게 하기 위헤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근로자들은 인간다운 생활을 못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공장 안에서 하는 일과 생계비와 임금을 생각했습니다. 부공장장님의 말씀과는 달리 저희는 미개 사회에 사는 미개인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기계를 좀더 빨리 돌리기 위해서라도 저희 근로자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용자 1: 이거야말로 무서운 비약이오. 따져보면 우리도 여러분과 같이 일하고 돈을 받는 근로자야요.
근로자 1: 봉투를 받는다는 점만 생각하면 같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이 받는 봉투는 여러분이 받는 것처럼 두툼하지가 못합니다. 우리가 받는 것은 터무니없이 얇습니다. 저희들은 언제까지나 그 얇은 봉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사용자 2: 말을 잘해 사실이 그런 것 같구먼. 하지만,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지요?
근로자 1: 네.
사용자 2: 지부장은 무슨 돈으로 그렇게 예쁘게 차려입을 수 있었소? 봉투가 그렇게 얇다면 무슨 돈으로 먹고, 무슨 돈으로 옷과 구두를 샀어요?
근로자 1: 저는 혼자 살아요. 부모님도 안 계시고, 학비를 대줘야 할 동생들도 없습니다. 저는 많이 먹지도 못하고, 맛있는 것을 골라 군것질도 하지 않습니다. 일하지 않는 시간엔 피로해서 잠만 잤습니다. 옷도 깨끗이, 오래 입으려고 늘 신경을 썼습니다. 이 옷과 구두는 저축한 돈으로 산 것입니다. 지금은 종업원을 대표하는 입장이라 깨끗이 입고 나오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차려입기 위해 저는 3급 근로자의 한 달 임금보다 더 많은 돈을 썼습니다.
사용자 1: 도대체 여러분의 요구 사항은 뭐야요?
근로자 1: 임금 25% 인상, 상여금 200% 지급, 부당 해고자의 무조건 복직--이상입니다.
사용자 5: 얘들이!
사용자 4: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 없어요. 뒤에서 얘들을 조정하는 파괴자가 있어요.
영 희: 엄마, 큰오빠가 저 아래 큰 집 유리를 깨버렸어.
어머니: 알아. 아버지가 가셨어.
영 희: 그 집 아이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놀려서 그런 거야. 그런데 왜 아버지가 가지?
어머니: 너희들이 뭘 잘못하면 그 책임을 아버지가 지셔야 된단다.
영 희: 언제까지?
어머니: 너희들이 클 때까지.
사용자 1: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 책임은 여러분이 져야돼요.
어머니: 큰 다음엔 너희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너희 스스로 져야 돼.
사용자 2: 임금은 지난 2월에 이미 인상 조정이 되었고, 그 조정에 따라 지급하고 있어요. 상여금도 작년 연말에 지급했어요.
근로자 1: 일방적인 인상이었습니다. 지급된 상여금도 상여금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을 정도였어요. 한 달 잔업 수당 정도였습니다.
사용자 2: 여러분은 연장 근로 수당을 다 받죠? 본사 사람들을 가 봐요. 밤 아홉시, 열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면서도 말 한마디 안 해요.
근로자 1: 그들은 배운 사람들입니다. 비교할 수가 없어요. 저희들은 배운 사람들에게 아무 기대도 걸지 않아요. 그들은 저희가 줄을 서서 받는 봉투처럼 얇은 것을 받지 않아요. 그들은 또 연 육백 퍼센트의 상여금을 받습니다. 마땅히 받아야 할 연장 근로 수당을 못 받는 것도 그들이 잘못 하는 일예요. 그들이 잘못하는 것을 저희들에게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용자 5: 안 되겠군.
사용자 1: 지부장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해 관계가 아주 상반되는 거로 믿고 있죠?
근로자 1: 지금, 은강에선 그래요.
사용자 1: 잘못 알고 있어요. 사업이 잘되면 이익을 보는 것은 여러 근로자들야요.
근로자 1: 근로자들만의 이익이어서는 안 됩니다. 노사간의 이익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저희들의 이상예요. 지금은 너무 불공평합니다. 공평해야 산업 평화가 이뤄집니다.
사용자 5: 집어치워!
사용자 3: 왜 이래요?
사용자 5: 쟤가 뭘 압니까?
사용자 1: 앉으세요.
사용자 5: 왜 재로 하여금 산업 평화 운운하게 놔둬야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용자 3: 앉으세요.
사용자 1: 다시 말하지만 여러분이 잘못 알고 있어요. 회사가 이익을 올리면 그 이익 전체를 몇 사람이 나누어 갖는 줄 아는데 아주 위험한 생각야요. 기업 이윤은 사회로 환원되고, 종업원 봉금으로 지급되고, 주주 배당금으로 나가고, 기업 자체 축적금으로 공정하게 배분되는 겁니다.
근로자 1: 그런 말씀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사용자 1: 준비한 말이 있으면 해봐요.
근로자 1: 종업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금하지 않고 올린 수치스러운 이윤을 어느 사회에 어떻게 환원합니까? 그 이윤을 또 어떤 주주들에게 나누어주고, 그 끔찍한 이윤을 축적해 또 뭘 하려는 거죠? 그런 기업은 더 이상 자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저희들은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근로자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는 임금을 지급하고 기계를 돌린 이상 그것은 이윤이 아닙니다. 다른 말로 불려져야 돼요. 얼마 전에 우리 회장님께서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해마다 이십억 원을 내놓으시겠다고 하신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신문 기자들 앞에서 웃고 계신 회장님 사진도 보았습니다. 부공장장님 만씀대로 공정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여러 공장의 근로자들에게 먹고, 자고, 일만 하다 해고 통지를 받으면 나가라고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한 기업이 새삽스럽게 사회에 뭘 내놓겠다는 것은 기만입니다. 국민의 지탄을 피하려는 속임수에 불과해요. 저희들은 회장님이 설립하신 사회 복지 재단의 이사 명단도 구해보았습니다. 그분들에게 기대를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그 기대도 깨져버렸습니다. 저희들이 받는 물리적·경제적·정신적 고통이 어떤 건지 전혀 모르실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이 정말 훌륭한 어른들이라면 회장님이 내놓으시겠다는 돈을 먼저 불쌍한 근로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사회에는 다른 돈을 내놓으라고 말씀하셨을 겁니다.
사용자 5: 보세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사용자 3: 제발 가만히 좀 계십시오.
사용자 1: 지부장, 그 노트를 우리에게 넘겨줘요. 그리고 끝냅시다.
근로자 1: 저희 요구 사항에 대한 회사측 답변은 언제 주시겠습니까?
사용자 1: 기다리지 말아요. 모든 걸 부정적인 눈으로 보는 사람들에게는 줄 것이 없어요. 여러분이 왜 우리의 발전을 부정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근로자 1: 그렇지 않습니다. 산업 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저희 근로자들이에요. 다만 그 혜택을 우리에게도 돌려야 된다는 거죠. 건강한 경제를 위해 왜 저희들은 약해져야 됩니까?
사용자 1: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이 돼요.
근로자 1: 근로자들은 이미 오랫동안 기다려왔습니다.
사용자 5: 감옥에나 가야 될 아이들야.
사용자 1: 아뇨. 그 말이 맞습니다. 밤반, 오후반 아이들이 밖에 몰려 있습니다. 얘들이 조합원을 선동하여 단체 행동을 하겠다는 게 분명해요. 얘들은 이미 법을 어기고 있어요.
근로자 1: 아녜요. 궁금해서 모여 서 있는 거예요. 설혹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저희들은 하나를 잘못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사용자는 달라요. 저희가 어쩌다 하나인 데 비해 사용자는 날마다 열 조항의 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사용자 1: 문을 닫으세요.
사용자 2: 양쪽 문을 다 닫으십시오. 얘들을 내보내면 안 돼요.
아버지: 영수를 당분간 내보내지 말아요.
어머니: 네
영 희: 큰오빠가 뭘 잘못했어? 잘못한 건 그 집 아이야.
아버지: 그 아이가 뭘 잘못했니?
영 희: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놀려댔어.
아버지: 그 아이는 돌멩이를 던져 우리집 창문을 깨뜨리지 않았다. 그 아이에겐 잘못이 없어. 아버지는 난장이야.
그래서, 나는 사흘 동안이나 밖에 나가 놀 수 없었다. 나는 어머니의 실패에서 바느질바늘을 빼어 낚시바늘을 만들었다. 불에 달구어 끝을 정확히 꼬부려 만들었다. 실을 두 겹으로 꼬아 초를 먹이고 그 끝에 바늘을 달았다. 어머니가 나가 놀아도 좋다고 한 날 나는 뒷 산으로 올라갔다. 긴 싸리나무를 꺾어다 낚싯대를 만들었다. 그해에도 가뭄이 들었다. 아버지는 날마다 펌프 일을 나갔다. 방죽 물도 바짝 줄었다. 나는 방죽 중간쯤에 들어가 낚시질을 했다. 내가 낚아올린 붕어는 벽돌 공장 굴뚝 그림자 속에서 팔딱팔딱 뛰었다. 아버지가 당신의 입으로 난장이라고 한 말을 나는 그래서 꼭 한 번 들었다. 어머니는 펌프가에 앉아 보리쌀을 씻다 말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어머니까지 돌아갔을 것이다. 나는 그날 밤 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은강 전체가 저기압권에 들어 숨을 쉬기가 아주 어려운 밤이었다. 어머니는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먼저 영이에 대해 묻고 영희를 물었다. 어머니는 영희에게 했던 것처럼 영이에게 여자가 가져야 할 가족과 가정에 대한 전통적 의무가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영이가 얼마 동안 고생을 하게 될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영이의 흰 원피스는 그날로 더러워졌다. 영희는 하룻밤 두 낮의 단식과 구호, 그리고 근로자의 노래만 부르면 되었다. 나는 혼자 돌아왔다. 나는 그날 밤 아버지가 그린 세상을 다시 생각했다. 아버지가 그린 세상에서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 세상 사람들은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비도 사랑으로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아버지는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그것이 못마땅했었다. 그러나 그날 밤 나는 나의 생각을 수정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옳았다.
모두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예외란 있을 수 없었다. 은강에서는 신도 예외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