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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세이

[해외기고][울산광역매일]이국에서 고향의 삶을 즐긴다

작성자광역매일|작성시간25.04.22|조회수24 목록 댓글 0

https://www.kyilbo.com/sub_read.html?uid=349864&section=sc30&section2=

내가 살고 있는 페더럴웨이시는 시애틀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약 30km 가량 떨어져 있다. 이곳에는 시애틀의 국제 관문인 시택 국제공항이 있고, 5번 고속도로가 도시의 동편을 관통해 접근성이 아주 뛰어나다. 쇼핑이나 외식은 물론 각종 친목 모임, 골프 등 운동 뒤 회합하기에 더없이 좋은 위치에 있다.


또 서쪽에는 호수 같은 바다인 퓨짓 사운드가 있고 태평양 바다바람이 불어와도 케스 케이드 산맥이 막아 여름엔 덥지 않다. 겨울엔 춥지 않아 잔디가 파랗다.


도시 인구 10만1,800명 중 한국교포가 9만명 쯤 된다. 거의 한국인 도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이곳 교민들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고향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훼더럴웨이시에 있는 6층 노인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 6층 아파트는 고층 건물에 속한다. 이민 와서 5년 후에 입주해 지금까지 26년간을 줄곧 이곳에 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여러 차례 리모델링해 지금은 호텔급이다. 걸어서 3~4분 거리에 미국 대형 마트와 한국 H마트가 있어 생활도 편리하다. 


봄이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눈산(Rainier산)기슭으로 고사리를 꺾으러 간다. 1m씩이나 쭉쭉 뻗은 고사리 밭에 반해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다. 파란 눈의 미국인들은 우리의 이런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도 존중한다.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미국 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셈이다. 


여름이면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에서 조개를 잡는다. 욕심껏 한 보따리 잡아오다 단속반에 결려 벌금을 낼 뻔 한적도 있다. 가을이면 송이버섯을 따 그 향기에 취했고, 초겨울이면 한치 낚시를 했다. 


아파트에는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운행되고 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려 갑갑하다. 한국에서 온 방문객이 이 엘리베이터를 타보고는 왜 이렇게 느리냐고 물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느린데는 이유가 있다. 만일 한국 엘리베이터처럼 휙 획 고속으로 운행된다면 아마 매일 사고가 일어날 것이다. 입주자가 모두 노인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지팡이, 휠체어, 워커, 보행기와 같은 보조기에 의지해 다니는데 엘리베이터가 빨리 움직이면 넘어져 빈번하게 사고가 날 게 틀림없다. 


최근 엘리베이터 수명이 다 돼 새것으로 바꾸는데 자그마치 6개월 이상 걸렸다. 고속 엘리베이터 같으면 금방 새것으로 교체가 되겠지만 느린 엘리베이터만 따로 특수 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속해 있는 킹 카운티(king county)가 노인들이 채소를 가꾸며 운동을 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1.5평 정도의 텃밭을 만들어 입주자에게 분양해 주었다. 나도 분양을 받았다.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사람들은 상추를 제일 좋아한다.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한국 치마상추는 대인기이다. 


노인 아파트입주자들은 고사리를 꺾고, 조개를 잡고, 송이버섯을 따고, 한치를 잡고 ‘미국에서 제일 느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린다. 그리고 텃밭에서 싱싱한 무공해 채소를 채취해 먹으며, 오이 호박 토마토도 따 먹는다. 작은 밭에 얼마 안 되는 채소를 가꾸지만 모두 즐거워한다. 이곳 한인 노인들은 그렇게 현지에서 향수를 달래며 작은 텃밭에서 고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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