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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국인들이 윤동주 시인에게 바치는 조건 없는 사랑과 숭고한 추모의 마음을 영악하게 이용하고 있다. 매년 한국인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입장료를 터무니없이 올려 받으며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것은 서막에 불과하다. 생가 내부에서는 시인의 순결한 한글 시어들이 중국어로 뒤바뀌어 박제되고 있으며, 정겨웠던 생가의 건축 양식마저 은밀하고도 지속적으로 중국풍의 외형으로 변형되고 있다.
이러한 기만적인 공간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국경을 넘어온 수많은 한국의 문학도와 청년들이 도대체 무엇을 보고 느끼겠는가. 시인의 혼을 기리러 갔다가 마주하는 것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취가 아니라,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에 철저히 길들여지고 변개(變改)된 왜곡의 현장일 뿐이다. 그곳은 더 이상 윤동주의 생가가 아니라, '중국인 윤동주'를 생산해내는 동화(同化) 정책의 전초기지로 전락했다.
왜곡된 역사의 현장에 돈을 지불하고 방문하여 그들의 논리에 명분을 보태주는 행위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그렇기에 뜻있는 문학인들과 우리 단체는 이 참담한 현실에 깊은 문제의식을 느끼며, 오늘부로 윤동주 생가 방문을 전면 중단할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이는 시인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인의 고결한 정체성을 지키고, 역사 왜곡을 관광 수입원으로 삼는 이들에게 던지는 가장 강력하고도 준엄한 거부의 몸짓이다.
당대 윤동주와 북간도 이주민들이 공유했던 정체성은 현재 중국의 국경 안에 귀속된 소수민족으로서의 '조선족'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라를 빼앗긴 설움속에서 국경을 넘은 '재외 한인(韓人)'이자,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던 '조선인'들이었다. 그들이 북간도 땅에 명동학교를 세우고 민족 교육을 실시한 이유는 중국의 공민이 되기 위함이 아니라, 조선의 독립을 이끌 인재를 기르기 위함이었다.
윤동주의 삶의 궤적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 그는 명동학교를 거쳐 평양의 숭실중학으로, 다시 서울의 연희전문학교로 적을 옮겼다. 그의 학업과 청춘의 발자취는 철저히 한반도라는 민족적 영토를 지향하고 있었다. 일본 유학 시절 그가 겪었던 고초와 체포, 그리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의 순국 역시 '조선 독립운동'의 혐의, 즉 치안유지법 위반 때문이었다. 당시 일제 경찰의 신문 조서에 기록된 윤동주의 국적은 '조선'이었으며, 그의 죄목은 조선의 주권을 되찾으려 했다는 유죄의 증거였다.
무엇보다 그의 문학이 지닌 순결한 언어가 그의 정체성을 웅변한다.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모든 시는 단 한 줄의 예외도 없이 오롯이 한글로 쓰였다. 일제가 조선어 말살 정책을 펼치며 민족의 숨통을 조여오던 그 잔혹한 시절에, 윤동주는 빼앗긴 언어로 시를 쓰며 자아를 성찰하고 조국의 새벽을 기다렸다. 그의 시 어디에도 '중화'의 숨결이나 중국의 역사적 주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이 펼치고 있는 역사 서사는 속지주의를 극단화한 '영토 지상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현재 우리 영토 안에 있는 것은 과거의 것이든 미래의 것이든 모두 우리 역사라는 식의 논리다. 만약 이러한 논리가 국제사회에서 용인된다면, 과거 로마 제국의 영토였던 수많은 유럽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역사는 모두 이탈리아의 역사가 되어야 하며,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 또한 중국의 변방 역사로 전락하고 만다.
역사는 단순히 영토라는 물리적 공간의 기록이 아니다. 그 공간 위에서 숨 쉬었던 인간의 정신, 그들이 사용했던 언어, 그리고 그들이 지향했던 가치와 주체성이야말로 역사의 진정한 주인이다. 윤동주는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속에서 태어난 '조선족 애국시인'이 아니라,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일제의 침략 광풍에 맞서 조선의 혼을 지키다 스러져간 '대한의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시인'이다.
중국 당국은 역사적 시차를 무시한 기만적인 소급 적용과 생가를 향한 문화적 지우기 작업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외형을 중국풍으로 바꾸고 시를 중국어로 번역해 덮는다고 해서, 시인이 남긴 시어 속의 조선 서정과 숭고한 독립 의지까지 중국의 것으로 바꿀 수는 없다. 역사의 시계는 결코 거꾸로 돌릴 수 없으며, 진실은 권력의 가위질이나 자본의 횡포로 잘려 나가지 않는다.
우리는 생가 방문 중단이라는 단호한 실천을 시작으로, 째깍이는 역사의 시계 앞에서 똑똑히 기억하고 외칠 것이다. 윤동주가 바라보았던 밤하늘의 별은 중국의 하늘이 아닌, 빼앗긴 조국 조선의 하늘이었음을. 그리고 그가 흘린 눈물과 참회의 시는 장소의 변형을 넘어 영원히 대한민국과 우리 겨레의 지워지지 않을 정신적 영토로 남을 것임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