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칼럼, 에세이

[교단칼럼]내 수업을 열어 보인다는 것

작성자광역매일|작성시간26.06.18|조회수21 목록 댓글 0

https://www.kyilbo.com/sub_read.html?uid=370117&section=sc30&section2=

필자의 학교는 매년 교과별 연구수업을 진행하며 동료 장학을 실시한다. 쉽게 말해, 선생님들이 서로의 수업을 참관하고 수업 방법과 흐름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다. 좋은 취지라는 것은 알지만, 막상 올해 도전하려니 생각보다 부담이 꽤 컸다. 신규 발령 이후 처음 해보는 연구수업이라 오랜만이기도 했고, 경력이 아주 긴 교사도 아니니 수업 공개에 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45분간의 발표가 아니다. 준비된 수업 내용을 보여주는 것은 기본이고, 평소 교사가 학생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떤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하는지, 또 교사가 평소 어떠한 말투와 행동으로 학생들을 대하는지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시간이다. 비유하자면 부모님께 처음으로 혼자 사는 집을 보여드리는 기분이다. 평소에는 “이 정도면 괜찮지” 하고 살다가도, 누군가 집에 온다고 하면 괜히 책상 위 물건 하나까지 신경 쓰이는 그런 마음 말이다.

 

하지만 우리 반 학생들과 연구수업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은 큰 힘이 되었다. 3개월이 지나며 우리 반 학생들과 충분한 친밀감이 쌓이기도 했고, 자식 자랑하는 부모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올해 우리 반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정말 훌륭해서 잘 따라와 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연구수업 직전 조금 일찍 교실에 올라갔더니 학생들이 “선생님, 뒤에 부모님이 오시는 것보다 선생님들이 오시는 게 더 떨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괜히 귀엽고 고마웠다. 필자 혼자 긴장하는 줄 알았는데 학생들도 나름대로 이 수업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연구수업에서 가장 자신 있는 단어 수업을 보여주기로 했다. 매 단원을 시작하기 전에 어렵거나 중요한 단어들을 먼저 학습하는 수업 방식을 다른 영어 선생님들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단어를 먼저 학습해야 학생들이 본문을 읽을 때 막힘이 덜 하고 수업 집중도가 높아진다. 즉 단어 수업은 본문에 들어가기 전 준비운동이 아니라, 이후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기본 발판인 것이다.

 

연구수업의 주요 활동은 4인 1조 활동으로 계획했으며, 첫 활동으로는 뜻이 적히지 않은 단어장을 나누어주고 단어 퀴즈를 진행했다. 퀴즈 유형은 총 네 가지로 학생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역할을 하나씩 맡아보라 했고, 역시 3학년이라 그런지 이미 서로의 강점과 성향을 잘 알고 있어 역할 분담이 수월했다. 모두가 각자 맡은 역할이 있고, 모르는 문제를 친구들에게 조용히 물어볼 수도 있으니 학생들의 부담은 줄고 자신감은 높아졌다. 덕분에 학생들도 더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했다.

 

퀴즈가 끝난 후에는 오늘 배운 단어 중 더 깊이 배워볼 만한 단어를 골라 동의어와 반의어를 함께 익혔다. 첫 알파벳을 힌트로 주고 예시 상황을 덧붙이면, 어렵게 느끼던 아이들도 생각보다 잘 따라온다. 이 과정에서 접두사나 접미사 같은 어휘 형성 원리도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다. 단어를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단어가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마지막 활동은 앞서 배웠던 영어 단어들의 뜻을 영어 문장으로 설명한 영영(英英)풀이 활동이었다. 오늘 배운 단어의 영영풀이에 빈칸을 만들어 두고, 해당 단어의 의미가 정답을 찾는 힌트가 되도록 문제를 구성했다. 아이들은 조별로 경쟁하며 빠르게 답을 찾았다. 앞에서 배운 단어의 뜻을 다시 떠올리고, 영어 설명 속에서 한 번 더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필자가 단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반복이다. 같은 단어를 45분 안에 여러 방식으로 마주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의 단어 수업에서는 퀴즈로 단어를 처음 접하고, 동의어와 반의어로 어휘 개념을 확장하고, 마지막에는 영영풀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배운 내용을 확인한다. 당연히 이 1차시의 수업만으로 학생들이 모든 단어를 완벽하게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단어를 반복하다 보면 다음 수업을 따라갈 작은 발판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이날 학생들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수업을 따라와 주었다. 사실 수업을 준비한 것은 필자였지만, 그 수업을 완성해 준 것은 결국 학생들이었다. 교장선생님, 그리고 또 5월을 맞아 학교에 와 계시던 교생선생님들도 연구수업에 참관해 주셨고, 협의회에서도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협의회에서 들었던 따뜻한 말씀들은 그동안 스스로 꾸려왔던 수업 방향이 꽤 괜찮다는 작지만 강한 신호처럼 느껴졌다.

 

몇 년 만의 연구수업은 분명 큰 도전이었다. 준비하는 동안에는 부담도 컸고, 괜히 평소보다 더 많은 것을 신경 쓰게 됐다. 하지만 끝나고 나니 후련했다. 무엇보다 몇 년 동안 습관처럼 이어오던 수업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부담으로 시작한 연구수업이었지만, 끝나고 보니 감사함이 더 많이 남았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 수업 전반을 다시 점검하며,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영어 수업을 만들어가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